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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답답한 한국차 시장 폐쇄성 논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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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04-09 17: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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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무역정책협의회(ATPC)와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가 지난 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한국의 수입자동차시장이 폐쇄적이고 불공정하다고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와 자동차공업협회가 잇따라 반박문을 내놓아 수입차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미국·유럽의 두 단체는 이날 지난해 한국 자동차시장 외형이 130만대를 넘었으나 한국에서 팔린 수입차는 2401대에 지나지 않았다며 세무조사와 한국정부의 절약운동 등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을 보는 국내 언론들은 한동안 잠잠했던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업계가 느닷없이 한국시장의 폐쇄성을 들고 나온 것은 한국 경제의 회복세와 함께 자동차 내수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 시장을 파고 들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베엠베(BMW)와 벤츠의 판매실적을 비교하며, 한국의 자동차시장은 완전 개방됐으며, 수입차업체는 시장개방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시장에 적합한 차종을 선정·투입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한국시장에서 독일차 중 비슷한 가격, 비슷한 차종 등 거의 같은 조건 아래 베엠베는 벤츠보다 3배에 이르는 판매량을 기록한 것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해 베엠베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간 반면 벤츠는 우월한 브랜드이미지를 갖고도 국내 판매비중이 큰 중형차 시장을 외면한 채 고가 대형차 판매에 치중하는 등 시장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고, 베엠베처럼 본사 차원의 강력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외교통상부도 미국·유럽 자동차업체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자동차부문에서 외국산 차에 대해 어떤 차별도 두지 않고 있으며, 세무조사도 하지 않고 있다며 근거 없는 시장폐쇄성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을 보는 필자는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자동차회사들이 작년 한해 생산한 자동차대수는 내수 1,273,029 대, 수출 1,509,660대로 합계 2,843,114 대에 이른다. 1999년 전 세계 자동차생산대수 5,400만대 중 한국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5%를 약간 넘는다. 그런데 연간 1,273,029대의 내수시장에서 외국차가 팔리는 대수는 겨우 2,401대에 불과하다. 그 동안 가장 많이 팔렸던 때가 1996년으로 기껏 8천대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이런 통계를 보면 어떤 이유로던 우리 시장이 폐쇄적이지 않다고 할 수가 없다. 수출 150만대에 수입 2,400대(0.2%가 채 안됨)는 분명 논란의 근거가 된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반박자료도 현실을 너무나 모르거나 무시한 발표다. BMW는 전 세계에 현지 35개의 판매법인이 있는데 그 중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벤츠는 지금 한성자동차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IMF 이후 한국 내 판매가 급감한 것은 그들이 판매대수보다는 수익률 우선으로 정책을 바꾼데 기인한 결과일 뿐이다. 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우리가 수입차를 사자고 앞장서서 나설 일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통상마찰의 소지가 있는데도 그저 아무런 제재조치가 없다고 반박만 하고 있는 당국의 처사는 옳지 않다. 특히 수입차는 연료주입을 해주지 않는다는 주유소들의 행동이나 길가에 세워져 있는 수입차를 보고 긁어버리는 이러한 일반인들의 행동은 어디에서 기인한다고 보는가.

소형차를 타는 사람에게는 동질감을 느끼고 중대형차를 타는 사람에게는 위화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수입차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적개심을 느낀다고 하는 잘못된 사고를 알게 모르게 조장하는 언론들의 책임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리의 언론들은 국민감정을 이용해 자신이 이익을 극대화하는 일을 거리낌없이 자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얄팍한 상업주의의 소치이다.

이런 불필요한 행동에 대해 오히려 한국차 회사들의 수뇌들이 나서서 제발 그러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처지다. 수출 시장을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다. 지구상에서 일본인이 경영하는 일식집이 없는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다. 차이나타운이 없는 나라는 이스라엘과 한국 두 나라뿐이다. 우리는 우리의 지나친 폐쇄성을 인정해야 한다. 외국 상품이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줄 알아야 우리의 상품이 해외에서 별 무리 없이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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