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폭스바겐 R32 미국 시승기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6-18 07:25:24

본문

폭스바겐은 경제형 소형차의 고성능판인 핫 해치를 개척한 메이커다. 소형차인 골프에 엔진과 서스펜션을 업그레이드해 아우토반에서 스포츠카를 추월하며 달리는 골프 GTI가 핫해치의 원조였다. 그 이후 이러한 소형차의 고성능버전은 하나의 세그먼트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며 많은 팬들을 매료시켜 왔다. 폭스바겐 R32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권규혁(자동차 칼럼니스트)

폭스바겐 GTI는 여전히 이 세그먼트에서 지존의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사실상 다른 차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2002년 폭스바겐은 GTI보다 한 단계 더 성능을 높인 R32를 선보였다. R32는 시장에서 예상보다 훨씬 좋은 반응을 얻었고 2004년 미국시장에도 시판이 되었다.

R32는 단순히 고성능 엔진과 고급장비를 얹고 댐퍼와 스프링을 강화한 정도가 아니라 서브프레임까지 일반 골프와 다르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판매량이 많지 않은 이런 차의 서브프레임까지 별도로 만든 것은 폭스바겐이 R32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초대 R32는 4세대 골프의 모델체인지를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출시되었기 때문에 한정판이라는 것 이외에도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는 모델이었다. 2005년에는 5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한 2세대 R32가 유럽시장에 투입되었다. 2세대 R32는 얼마 전 미국시장에도 시판이 시작되었는데 유럽과는 달리 미국사양에는 수동변속기는 선택할 수 없이 DSG만 장착된다. 출력이 10마력 증가했을 뿐 스펙에서는 특별히 구형에 비해 두드러진 사항을 보이지는 않는다.

Exterior & Interior

다소 수수하게 느껴지는 것은 스펙 뿐만 아니라 내외장도 마찬가지다. 우선 외관은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내세울 것은 살짝 강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VW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그냥 ‘잘 꾸민 골프로군’ 하고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한눈에 차이점을 파악할 수 있는 차이점을 갖추고 있다.

큰 변화를 주지 않았음에도 은근히 포스가 느껴지는 외관을 자랑한다. 우선 앞 뒤 범퍼의 스타일이 바뀌면서 골프(래빗)에 비해 전장이 42mm 증가했으며 서스펜션을 낮추어 전고는 20mm 낮아졌고 차폭은 변함이 없다. 앞에서 바라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메탈 피니쉬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비교적 넓은 면적이 번쩍이는 광택을 내고 있지만 촌스러워 보이거나 어색하지 않게 차의 이미지를 잘 뒷받침해 준다.

측면에서 보면 18인치 휠이 눈에 들어온다. 조금 더 자세히 보면 푸른색 캘리퍼의 브레이크를 발견하게 된다. 낮아진 서스펜션과 10 스포크의 18인치 휠로 인해 옆모습도 상당히 스포티한 느낌이다.

뒷모습은 크롬 듀얼 팁 센터 이그조스트로 단장되어 R32의 스포티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뒤태를 자랑한다. 4세대 골프에 비해 5세대의 뒷모습은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는데 적어도 R32만큼은 그런 아쉬움을 갖지 않아도 될만하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실내도 요란하지 않으면서 은근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우드그레인 대신 엔진 스핀 인테리어 트림이라 불리는 메탈릭 트림이 대시보드와 도어트림, 센터콘솔에 장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R 로고가 양각된 스포츠 시트, R32 로고가 들어간 스티어링 휠, 메탈 페달 커버 등이 GTI와 다르다. 5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만큼 실내 공간도 넓고 다양한 체구의 운전자들에게도 편한 운전자세와 좋은 서포트를 제공한다. 장비도 풍부하여 위성라디오를 포함한 고급 오디오와 자동 공조장치 등이 기본사양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구형과 마찬가지로 3.2리터 VR6가 적용되었다. 최고출력은 250마력, 최대토크는 32.6Kg-m다. 최고출력은 6300rpm에서, 최대토크는 2500~3000rpm에서 나오게 되어있으며 넓은 회전영역에서 높은 토크가 고르게 발휘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운전하기에는 상당히 편하다.

회전의 상승도 빠르고 반응성도 아주 좋기 때문에 스포츠 드라이빙에서 차와 일체감을 느끼기에 적합하다. 스펙으로 놓고 볼 때 R32의 직접적인 라이벌이 될 차들을 꼽으라면 아마 랜서 에볼루션, 스바루 임프레자 STi등을 꼽을 수 있겠지만 이 차들은 4기통 터보엔진을 갖추고 있다.

그런 반면 R32는 6기통 자연흡기인 만큼 좀 더 리니어하고 모든 영역에서 반응성이 좋다. 특히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들려오는 황홀한 엔진음은 필자 뿐만이 아니라 많은 매니아들이 이 차의 매력포인트로 꼽는 요소다. 오른발과 연동되어 귀를 즐겁게 해주는 음향 덕분에 자꾸 가속페달을 밟게 된다.

6단 DSG도 훌륭하다. DSG는 홀수단과 짝수단의 클러치가 따로 존재하는 변속기로 기본적인 구조를 보면 전자제어되는 수동변속기 두 개가 병렬로 붙어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홀수와 짝수 기어가 서로 번갈아 클러치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변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프로 드라이버가 운전하는 수동변속기보다 빠른 변속이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다운시프트시 회전수 보정이 정확하게 이루어진다. 셀렉트레버나 패들시프트를 통한 수동모드에서 (–)로 기어를 내리면 부웅~하고 엔진회전수가 상승하며 한단 낮은 기어의 회전수에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게다가 유체로 동력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워의 연결감도 뛰어나며 자동모드에서는 일반 A/T와 똑 같은 주행편의성을 제공한다.

아쉬운 점이라면 수동모드에서도 회전수가 올라가면 기어를 홀드하지 않고 다음 기어로 넘겨버리기 때문에 가끔씩은 코너를 빠져 나온 후 짧은 직선구간을 가속한 뒤 곧바로 다음 코너에 진입하려고 할 때 운전자의 의도와는 다르게 시프트업이 되어있는 경우가 있고, 또 레드라인 가까이 올린 다음 시프트업을 하는데 DSG도 비슷한 타이밍에 자체적으로 시프트 업을 하는 바람에 기어가 두 단 올라가버리는 경우도 생기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조금만 더 운전자에게 변속권한을 주면 좋을 듯 하다.

R32 등장 이전까지 골프의 기함이었던 GTI와 비교할 때 가장 큰 차이는 할덱스 시스템을 사용하는 4모션 올 휠 드라이브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는 점이다. VR6와 4모션이 적용된 만큼 당연히 4기통 터보에 FF인 GTI보다 2백 킬로그램 가량 무거워졌다. 공차중량만 1.6톤을 살짝 넘는 만큼 컴팩트카로서는 무거운 편에 들어간다.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은 저속에서는 가볍고 속도가 올라가면서 점점 무게감을 더해준다. 넉넉한 파워와 적당히 기민한 스티어링을 갖추고 있지만 와인딩로드를 달리면서는 아무래도 중량감이 느껴진다. 핸들링은 날카롭지는 않지만 진중하고 안정적이다. 회두성이 좋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 느껴지는 안정감은 정말 상당하므로 헤어핀보다는 고속코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코너에 빠르게 다가가서 강한 브레이킹으로 전륜에 무게를 실어주고 코너에 들어선 뒤 조금 일찍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의 거동이 흐트러지지 않고 라인을 그대로 지키며 돌아나간다. 때문에 다이나믹한 느낌은 조금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도 실제 코너 탈출속도는 상당히 빠르다.

서스펜션도 지나치게 단단하지 않아 승차감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고속코너링에서 뛰어난 안정감을 선사한다. 브레이크 성능도 발군이다. 18인치 휠 안에 수용된 대구경 로터의 브레이크는 다소 가혹하게 사용해보아도 성능저하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 차가 가진 성능을 도로에서 십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독일뿐이겠지만 R32가 가지고 있는 희소성과 상징성은 스펙 이외의 가치와 존재감을 부여한다. 란에보와 STi는 랠리카의 일반도로 버전인 만큼 스포츠성이 강조되어 있는 반면 R32는 철저히 일반도로용 GT를 겨냥한 차다.

따라서 성능이라는 면에서만 본다면 R32는 랜서 에볼루션과 스바루 임프레자 STi에 뒤진다. 가격대 성능비라는 측면만 놓고 본다면 R32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 기본가격만 3만 2천 990달러, 그리고 유일한 옵션인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1800달러다. 거기에 탁송료 650달러가 추가 되며 여기에 세금과 등록비가 따로 붙는다. 부분적인 측면으로 들여다보면 비싼 해치백이지만 종합적인 측면으로 시야를 넓혀 본다면 R32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 조금씩 보이게 된다.

우선 250마력의 AWD가 주는 발군의 주행성능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핫해치로는 상당히 풍부한 기본장비를 갖추고 있다. 스펙으로는 란에보, STi등과 비교대상이 되겠지만 시장에서의 위치를 보면 서로의 고객층은 상당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란에보나 STi보다 가속이 빠르지는 않아도 승차감이 훨씬 더 좋고 실내로 전해지는 소음이 적기 때문에 일상생활용 고성능 차로는 상당히 편하며 고속 순항시 안정감도 뛰어나기 때문에 장거리 여행에 어울리는 컴팩트 GT다.

아우디 A3 3.2 S 라인보다 싸면서 내용면에서는 뒤쳐질 것이 없고 한정판이라는 점은 이차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성능, 승차감, 편의성 등이 높고 거기에 적당한 고급성, 그리고 해치백의 실용성에 한정 생산차의 희소성까지 갖추고 있는 점은 R32가 가지고 있는 확실한 매력포인트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