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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쌍용 체어맨 W V8 5000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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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8-04 14:12:43

본문

쌍용 체어맨 W V8 5000은 수많은 국내 최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벤츠의 엔진과 신형 7단 변속기가 조합된 파워트레인은 넘치는 힘을 제공하며 실내는 부담스러울 만큼 화려하다. 없는 것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로 갖가지 편의 장비가 가득하지만 차체에 비해 좁은 뒷좌석 공간과 트렁크는 흠이다. ACC는 벤츠의 디스트로닉 보다 확실히 좋다. 체어맨 W는 보는 시야에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쌍용이 ‘큰 일’을 해낸 것만은 분명하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5m 이상의 대형차 시장에 진입하길 희망한다. 그러나 이 대형차 시장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진입 장벽이 높다. 단순히 제품만 좋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비싼 값을 정당화 할 수 있는 배경과 역사가 필요하다. 오랜 시간 구축한 이미지가 높은 가격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메이커들이 예나 지금이나 모터스포츠 등을 통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비싼 제품을 사는 소비자는 단순히 성능을 넘어서 브랜드 가치 소유에 의미를 둔다. 성능 면에서 꿇릴 것 없지만 배경 없는 마이바흐가 롤스로이스에 밀리는 이유다. 아직까지도 고급 대형차 시장은 독일차를 비롯한 몇몇 메이커가 꽉 잡고 있으며 출범 19년의 렉서스가 가장 햇병아리이다.

그만큼 5m 이상의 기함은 만들기도 쉽지 않지만 시장에서 받아들여지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런 면에서 쌍용은 특이한 케이스이다. SUV 전문 메이커가 만든 첫 승용차가 바로 체어맨이라는 대형차였고, 판매에도 성공했다. 물론 내수에만 국한되었기에 위에 설명한 사례와는 다르다.

체어맨이 처음 나올 때 많은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를 뒤로 하고 회사 규모와 판매 네트워크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는 현대 에쿠스와 대등한 판매를 기록했다. 특히 2003년의 뉴 체어맨부터 2005년까지는 에쿠스 보다 많이 팔렸다.

쌍용은 후발 주자답지 않게 처음부터 고가 정책을 펴왔다. 이번에 데뷔한 체어맨 W는 체어맨에서 얻어진 자신감의 발로이다. 체어맨 보다 가격과 덩치, 편의 장비까지 모든 면에서 위급 시장을 겨냥한다.
체어맨 W의 면면을 살펴보면 국산 최초가 가득하다. 이것만으로도 출시 전부터 충분히 화제를 모았다. 벤츠의 V8 5리터와 7단 자동변속기, 3세대 ACC 등은 모두 국산 최초이다. 거기다 차명 뒤에는 ‘월드 클래스’를 뜻하는 W를 붙여 고급스러움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월드 클래스지만 판매가 내수 위주인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EXTERIOR

쌍용 체어맨 W는 장중하고 묵직한 모습이다. 첫 느낌은 전형적인 한국의 기함의 모습이라는 게 떠올랐다. 실수요자들의 취향을 십분 고려한 쌍용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외관은 불필요한 장식은 가능한 배제하고 디자인을 단순화 시켰다. 이름만 체어맨 시리즈이지 이전의 체어맨의 모습은 없다. W는 완전히 다른 차로 보인다.
전면의 두툼한 그릴과 주위를 감싸는 크롬이 화려하고, 헤드램프 하단에 박혀 있는 LED 방향 지시등은 작동 시 대단히 고급스럽다.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은 ‘10초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이다. 뒷바퀴굴림답게 앞 오버행은 짧고 뒤 오버행은 트렁크를 고려해 길게 설정되어 있다.

단순하지만 화려한 전면에 비해 뒤는 너무 심심하다. 별다른 장식이 없고 보기에도 밋밋해 좀 더 멋을 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두 개의 커다란 머플러가 눈에 띄긴 하지만 아쉬운 마음은 있다. 루프 안테나는 BMW 7시리즈와 비슷하지만 크기는 더 크고, 테일램프는 요즘의 아우디와도 비슷하다.

체어맨 W는 보는 각도에 따라 정말 커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보다 작아 보이기도 한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5,110×1,895×1,495mm로, S 500(5,076×1,871×1,473mm) 보다 크다. 반면 2,970mm의 휠베이스는 S 500(3,035mm) 보다 짧다. 체어맨 W는 휠베이스를 3,270mm로 늘린 LWB 버전도 나온다.
19인치 휠은 국산차 중 처음이고 가장 크다. 보기에도 커 보이고 단조 처리된 크롬 휠이 기함의 격에 맞는다. 타이어는 245/45 사이즈의 금호 엑스타 KH23으로, 비대칭 패턴이다. 욕심 같아선 더 질 좋은 타이어였으면 했지만 아무래도 승차감과 소음을 고려한 선택이다.

INTERIOR

실내는 쌍용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가능한 화려하게 꾸몄다. 단순히 화려해진 것이 아니라 억지스러운 느낌도 없다. 의외로 자연스럽고 화려한 소재들 때문에 솔직히 놀랐다. A 필러부터 천정까지는 유럽의 기함들처럼 알칸타라 느낌의 가죽을 발라 고급스러운 느낌이 배가 된다. 우드는 도어 트림과 대시보드에 쓰이고, 철판에 구멍을 송송 뚫은 듯한 메탈 트림은 상당히 과감한 터치이다.

도어 트림의 버튼은 피아노 블랙 톤으로 처리되어 매우 고급스럽고, 누르는 촉감 자체도 우수하다. 앞좌석에서는 뒷좌석 블라인드까지 모두 원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도어 트림 상단에는 시트 조절과 3단계 냉난방, 메모리, 시트의 경추 조절 스위치가 모여 있다. 시트의 경추 조절 역시 세밀하게 할 수 있다. 쿠션의 길이가 늘어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센터페시아 상단에 박힌 8인치 모니터는 보기에도 시원하다. BMW의 i 드라이브를 연상시키는 컨트롤러를 누르면 모니터가 켜지고 이후부터의 모든 조작은 터치스크린 방식이다. 이 컨트롤러는 파워 온오프와 볼륨 조절만 할 수 있다. 내심 독일 3사처럼 컨트롤러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으려나 하고 기대했지만 다소 실망했다. 암레스트에 위치한 컨트롤러의 위치가 뒤로 가 있어 조작은 다소 불편하지만 쇼퍼 드리븐의 성격을 감안하면 큰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컨트롤러 옆의 모드를 누르면 라디오와 지상파 DMB, DVDC, HDD, USB, AUX, AV 설정 등의 메뉴가 나온다. 각 메뉴를 클릭해 들어가면 상세 메뉴가 나오고 얼핏 복잡하지만 몇 번만 사용해 보면 금방 익숙해진다. 체어맨 W는 40GB 용량의 하드 디스크도 내장된다.
AV 설정은 오디오의 음질을 조정할 수 있는데, 그 기능을 아주 세분화 해놓은 것이 매우 고급스럽다. 내비게이션은 메뉴와 자주 쓰는 현위치, 목적지 버튼을 컨트롤러 주위에 따로 빼놨다. 앞좌석에서는 주행 중 내비게이션 조작을 할 수 없다. 체어맨 W의 블루투스는 지금까지 시승했던 자동차 중 가장 쉽고 빠르게 연결된다.

모니터 하단에 있는 공조 장치 버튼들은 모두 하얀색 바탕이다. 바로 위의 작은 액정에는 온도와 날짜, 시계가 표시되는 데, 아날로그 시계가 없는 게 아쉽다. 별도로 달 곳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하게 디지털로 처리되는 시계는 체어맨 W의 격에 맞지 않는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휴대폰 충전 잭도 마련되어 있다. 자동차에 휴대폰 충전 잭이 있는 것은 처음 본다. 충전 단자를 마련한 김에 적당한 거취대도 있었으면 싶다. 컵홀더가 있지만 컵을 수납했을 경우 마땅히 휴대폰을 둘 곳이 없다. 충전 단자 바로 옆에는 USB 단자가 있다.
시프트 레버에는 렉스턴 Ⅱ처럼 작은 변속 레버가 달려 있는데, 이건 좀 안 가져 왔으면 했다. 쌍용차에서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변속 버튼은 스티어링 휠에도 있는데, 이 역시 렉스턴 Ⅱ와 모양이 비슷하다.
스티어링 휠에는 오디오 파워와 모드, 볼륨, 음성 인식, 핸즈프리 버튼 등이 모여 있다. 음성 인식 기능은 음성 인식률이 상당히 좋다. 음성 인식을 이용해 메뉴로 들어가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에 열선이 달린 것도 국산차로서는 체어맨 W가 처음이다.

스티어링 컬럼 좌측에는 렉서스 GS460처럼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버튼을 한데 모아 놨다. 수납함을 열면 계기판 밝기와 페달의 길이, ESP, 주유구, 트렁크 열림 스위치가 모여 있다. 글로브 박스는 약간 작은 편이다. 안에는 트렁크 잠금 버튼이 있어, 차를 맡길 때 잠금 버튼을 누르고 글로브 박스를 잠그면 사생활 보호가 된다. 오버헤드 콘솔의 램프들도 상당히 밝다. 이렇게 화려한 기능들로 가득 차 있는데 선루프가 옵션인 것은 의외이다.

2열의 레그룸은 의외로 좁다. 좌우 공간은 넓지만 차체 크기에 비해 레그룸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시트는 1열 보다 편하고, 특히 헤드레스트의 가운데가 파여 있어 머리를 누이면 완전 편하다. 거기다 시트와 등받이를 움직일 수 있어 가장 편한 자세를 만들 수 있다. 다리 받침대는 옵션이다. 2열의 시트 역시 냉난방 3단계가 지원되고 반대쪽 창문과 블라인드도 원터치로 조절할 수 있다. 센터 콘솔 후면에는 냉온장고가 마련되어 있다.

암레스트의 컨트롤 패널은 1열과 동일하다. 다이얼을 길게 누르면 센터 콘솔에 감춰져 있던 모니터가 스스로 미끄러져 나오고 1열과는 달리 컨트롤러를 움직여 각 기능을 실행할 수 있다. i 드라이브나 커맨드 시스템과 사용 방법이 동일한 것.
컨트롤러의 디자인은 1열 보다 못하지만 기능면에서는 더 화려하다. DVD 시청 시 컨트롤러를 가볍게 누르면 일시 멈춤이 되고 소리 조절은 볼륨 버튼을 누른 다음 컨트롤러를 돌리면 된다. 컨트롤 패널의 버튼으로 동반자석의 시트를 밀고 당길 수 있다. 동반자석 시트 측면에도 같은 기능의 버튼이 별도로 붙어 있다.

마사지 시트는 세부 기능은 없고 단순히 3단계로 강약만 조절되는 정도이다. 성능만 놓고 본다면 렉서스 LS600hl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아쉬운 점은 진동을 3단계로 올리면 도어 패널이 떨리는 소음이 발생한다.
2단 접이식 테이블은 이전과 달리 펼쳤을 경우 각도가 딱 맞는다. 거기다 각도 조절도 가능하고 지지도 단단해 노트북 등을 얹어 놓고 사용하기에도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트렁크는 개폐 모두 전동식이다. 열 때는 W 엠블렘, 닫을 때는 안쪽의 버튼을 누르면 사르르 열리고 닫힌다. 물론 체어맨처럼 트렁크를 열고 닫음에 따라 뒤 차고가 자동으로 올라가고 내려가는 기능도 채용되었다. 이런 부분은 실제 오너에게 어필하는 부분인데, 쌍용이 유저의 취향을 잘 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렁크는 차 크기를 생각한다면 많이 작다. 입구는 크지만 길이가 짧다. 바닥이 깊어 실제 용량은 628리터나 되지만 시각적으로 작아 보인다. 뒷좌석 레그룸이 넉넉한 편이 아니고 뒤에 냉장고가 있는 것도 아닌데 트렁크의 길이가 이렇게 짧은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현대처럼 한정된 수치에서 최대의 공간을 뽑아내는 실력이 아직은 부족해 보인다. 트렁크에는 10kg까지 견딜 수 있는 옷걸이와 작은 그물망이 양 쪽에 하나씩 마련되어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주행 성능의 포인트는 구형 벤츠 S 클래스의 5리터 엔진과 현재의 7단 변속기이다. 5리터는 국산차로는 최대, 7단 변속기도 국산차 중 처음이다. 차명도 ‘W V8 5000’으로 최대 배기량인 것을 강조하고 있다. 벤츠의 7단 변속기가 다른 메이커에 쓰이는 것도 쌍용 체어맨 W가 처음이다.
이 5리터 엔진은 구형이라고는 하지만 2004년까지 S 클래스와 SL 500 등에 쓰였던 유닛이고 기자도 시승한바 있다. V8 5리터 3밸브는 2004년 이후 새로 개발된 5.5리터 DOHC로 대체되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현역에 있는 엔진이다. 현재의 G 500에 디튠되어 아직도 쓰이고 있다. 체어맨 W의 5리터는 이전의 벤츠와 출력을 비롯한 모든 수치가 똑같지만 최대 토크만 46.9kg.m에서 45.0kg.m으로 소폭 낮아졌다.

공회전 소음은 대단히 조용하다. 렉서스 수준은 아니지만 엔진이 돌아간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의 음량이다.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감각은 고급차의 전형이다. 저속이지만 의외로 움직임이 세련됐고 부자연스러운 구석을 발견할 수가 없다.
정지 시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순간적으로 뒷바퀴가 휠 스핀을 일으킨다. 구형 S 500은 이렇지 않았다. 타이어의 그립이 약하기도 하지만 본래 이런 특성은 아니다. S 500은 물론 SL 500도 출발 시에는 약간 굼뜬 맛이 있었다. 쌍용에서 손을 봤다고 하는데 초기 반응을 다소 민감하게 설정한 모양이다. 초기 반응 자체가 W 5000이 더 빠르고 가뿐하다. 물론 5단과 7단이라는 변속기의 차이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맞비교는 무리이다.

5리터 엔진은 그야말로 넉넉한 힘을 제공한다. 스트레스는 전혀 없고 회전수를 높이면 더욱 부드러워진다. 단지 회전수 증가에 따른 소음은 다소 감수해야 한다. 방음은 잘 됐지만 저속에서 고회전을 사용하면 많은 양의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된다. 특히 4,000rpm을 넘어서면 좀 더 심해지는데, 저속의 반응은 빨라졌지만 엔진의 음색은 벤츠만 못한 것 같다. 물론 그 정도의 회전수를 쓸 일이 거의 없는 성격의 차이긴 하다.

W 5000은 2단에서 108km/h, 3단에서 160km/h, 그리고 4단으로 230km/h까지 힘차게 뻗어나간다. 4단까지는 거침없이 속도가 올라가지만, 5단으로 넘어가면서는 가속력이 확 처지기 시작한다. 내리막에서 순간적으로 240km/h을 넘기도 했지만 평지에서 이 이상의 속도를 내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같은 엔진의 S 500이 어쨌든 250km/h까지 나갔던 것과 대비 되는 부분이다.
벤츠 엔진 특유의 ‘고속빨’에도 못 미치지만 그 속도에서의 자세도 처지는 게 사실이다. 벤츠의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을 썼다고 고속 안정성까지 벤츠인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이다. 직진 안정성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스티어링 휠의 중심 부분에 유격이 큰 편이라 조향 시 다소 조심스럽고 고속에서의 움직임도 다소 세련되지 못하다. 여기까지는 구형 S 클래스와의 비교이고, 체어맨이나 에쿠스 보다는 낫다. 하체의 방음은 매우 우수해, 중저속에서는 바깥 세상과 완전히 격리된 분위기이다.
아쉬운 것은 변속기의 품질이다. 벤츠의 7G-트로닉 자체가 간헐적으로 튀는 편이지만 W 5000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종종 발생하는 정차 시 또는 주행 중 변속 충격은 차급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크다. 가속 시 기어 레버로 전해지는 진동도 평균 보다 심한 편이다.

에어 서스펜션은 컴포트와 스포트, 오토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컴포트는 렉서스와 경쟁할 만큼 무르고 롤이 많은데다 상하좌우의 자잘한 움직임이 너무 크다. 스포트 역시 기본적으로 출렁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컴포트와 비교한다면 한결 낫다. 너무 노면이 나쁘지만 않다면 승차감을 비롯한 모든 면에서 스포트 모드가 더 장점이 많다.
체어맨 보다 덩치가 크지만 핸들 감각은 오히려 더 살아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은 무리지만 크기와 무게를 생각하면 무난한 수준이다. ESP는 생각 보다 개입 시기가 늦은데, 자세를 잃었을 경우 잘 마무리 해준다. 하지만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ESP의 작동이 더 빨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
브레이크 역시 승차감만큼 컴포트함을 지향하고 있다. 즉각적인 반응 보다는 지긋이 차를 멈춰 세운다. 급 제동시 차의 무게가 많이 느껴지고 마지막에서 힘이 잘 살지 않는다. 좌우 밸런스는 좋은 편이다.

ACC는 체어맨 W의 가장 특징적인 장비이자 가장 첨단 기능이다. 기자 역시 체어맨 W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을 꼽으라면 ACC라고 말할 수 있다. 체어맨 W에 쓰인 ACC는 3세대 와이드 스캐닝 기술이 적용되어 장거리 시야각 18도, 근거리 56도로 2세대 보다 훨씬 넓어졌다. 또 감지 범위도 장거리는 전방 200m, 근거리는 60m이다.
ACC의 사용을 위해서는 우선 스티어링 컬럼 우측 하단에 있는 크루즈 컨트롤 레버의 끝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기능이 활성화 된다. 그 상태에서 레버를 위로 움직이면 현재의 속도에서 숫자가 10 단위로 올라가면서 세팅이 되고 ACC가 작동을 시작한다(레버를 위로 올리면 1km/h씩 올라간다). 차간 거리는 레버 중간에 있는 조그 셔틀로 조절한다.

ACC의 장점은 운전자의 부주의를 보완한다는 데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성능이 확실하다. ACC가 켜진 상태에서는 세팅해 놓은 속도와 차간 거리에 따라 스스로 제동이 걸리고 가속이 된다. 운전자는 운전대만 돌리면 된다. 가속은 생각 보다 더디지만 제동은 예상외로 강하게 걸린다.
제동이 걸리는 정도는 기자가 시승했던 2004년의 S 55 AMG, 작년 1월에 탔던 E 320 CDI(파리-북경 랠리카)의 디스트로닉 보다 월등히 좋다. 예를 들어 간선도로에서 80km/h로 세팅해 놓는다면 완전히 차가 멈추지 않는 한 페달 조작이 필요 없어진다. 차간 거리가 좁혀지면 제동이 걸리고 차의 속도가 거의 0km/h가 될 때까지 작동하기 때문이다. 오후 나절 천호대교에서 시작해 성산대교에서 끝나는 강변북로를 아주 편하게 왔다. 너무 편해 졸립고 집중력이 떨어질 지경이다.
사람의 마음은 정말 간사하다. 차속이 0km/h가 되어 ACC가 자동으로 해제되면 다시 레버를 조작해 원하는 속도로 올려야 하는데, 한참을 사용하고 나니 그조차도 귀찮아진다.

ACC는 사용 중 차가 멈추거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자동으로 해제되고, 가속하면 계기판에 ‘운전자 가속 중’이라는 표시가 뜬다. 크루즈 컨트롤로 세팅할 수 있는 최고 속도는 180km/h로, 이 속도에서도 제대로 작동한다. ACC는 앞차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계기판 안에 앞차 그림이 뜨면서 경고음이 발생된다.
제동이 걸리는 정도도 상황에 따라 조금 다르다. 만약 멀리 있는 차의 앞바퀴가 차선을 넘어오면 이를 감지하고 제동이 약하게 걸리고 같은 차선의 차가 가까워지면 제동이 강하게 걸린다. 물론 갑자기 다른 차가 끼어들면 제동 반응이 느리긴 하다. 주의할 점은 굽은 도로에서는 ACC를 너무 맹신하지 않아야 한다.

홀드 기능은 대단히 편하다. ‘AUTO PARK` 모드로 설정하면 정차 시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자동으로 주차 브레이크가 걸리고 다시 가속 페달을 밟으면 곧바로 풀린다. 이 작동 감각은 요즘의 벤츠와 비교해도 좋을 만큼 매끄럽다.
스티어링 휠을 돌릴 때 ‘두두둑’ 소리가 발생하는 것과 조향 시 미세하게 걸리는 느낌이 발생하는 부분은 세련되지 못했다. 조향 시 발생하는 소리는 음악을 조금만 크게 틀어도 안 들릴 정도의 음량이지만 반드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쌍용 체어맨 W는 시승 전의 기대 보다 훨씬 높은 상품성을 지녔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모두 집어넣고 벤츠에서 가져온 파워트레인으로 성능 면에서도 국산 최고를 완성했다. 차 자체의 상품성만 본다면 국내에서 체어맨 W의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 이정도 크기와 편의 장비를 갖춘 수입차는 가격이 두 배로 뛰고, 에쿠스는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이다. 체어맨 W의 본격적인 경쟁은 내년에 나올 에쿠스 후속의 출시 이후가 될 것이다.


쌍용 체어맨 W V8 5000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10(5,410)×1,895×1,495(1,500)mm
휠베이스 : 2,970(3,270)mm
트레드 (앞/뒤) : 1,600/1,590mm
최저 지상고 : 175 mm
중량 : 1,960kg

엔진
형식 : V8 SOHC 3밸브
배기량 : 4,966cc
최고출력 : 306마력/5,600rpm
최대토크 : 45.0kg.m/4,000rpm
보어×스트로크 : 97×84.0mm
압축비 : 10.0:1

섀시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
서스펜션 (앞/뒤) : 모두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변속기
형식 : 자동 7단
기어비 :
최종감속비 :

성능
0-100km/h 가속 : 초
최고속도 : 210km/h(속도 제한)
최소회전반경 : --

타이어 : 245/45R/19
연료탱크 용량 : 83리터
트렁크 용량 : 리터
연비 : 7.3ℓ/km(3등급 8군)

차량 가격 : 8,770~1억 2백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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