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현대 베라크루즈 3.8 미국 시승기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10-28 00:27:15

본문

0. 현대의 발전상을 대변한다, 베라크루즈.
지난 8월초 현대의 북미형 베라크루즈 (최고급 모델인 Limited)를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시승해 볼 기회가 있었다. SUV를 비롯한 트럭 차종에서 디젤엔진 탑재가 대세인 국내 자동차 시장과 달리 미국 시장은 아직까지는 휘발유 엔진이 대세이다. 그러므로 현대측은 대형 SUV인 베라크루즈의 북미형 모델에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3.8리터라는 대용량 휘발유 엔진을 탑재하여 발매하게 되었다.

글/박상원(자동차 칼럼니스트)

이번 시승기는 필자에게 과거 직장 경험을 생각하게 해준 기회이기도 했다. 베라크루즈는 필자가 르노삼성자동차에서 근무하면서 평가했던 차들중 하나였고, 현대차로는 상품성 엔지니어라는 직업으로 평가하게 된 마지막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번 시승기는 2년전에 평가했던 내수형 베라크루즈와 북미형 차종들을 서로 비교해 보고, 또한 급변하는 미국 시장에 대한 필자의 간략한 소감으로 끝을 맺고자 한다.

1. 실내외 평가 (디자인)

베라크루즈의 외관은 육중한 최대 7명을 탑승할 수 있는 대형 SUV급임에도 불구하고 유려한 외관으로 인해 둔탁한 느낌이 적다. 경쟁차종들 중 일부 차종들의 경우처럼 과도한 직선이나 곡선의 사용을 지양하는 베라크루즈는 측면 디자인이 매끄럽고 기나긴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될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 완성도가 높다. 사실 본 차종은 직접적인 경쟁차종이라고 하는 렉서스 RX350에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젝션 타입 전구가 차체의 맨 바깥자리에 배치된 것이 미국 혼다의 고급브랜드, 아큐라의 MDX의 디자인과 비슷해 보인다는 것 외에는 전체적으로 독창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LED 타입의 후미등을 채용한 내수형과 달리 북미형의 경우 원가절감의 차원에서 인지 일반 전구를 쓴 후미등을 채용하여 후면의 디자인 완성도가 다소 떨어져서 옥의 티라고 생각이 되어 진다.

실내 디자인은 쏘나타, 싼타페, 그랜저를 거치면서 현대만의 색채를 찾아가는 통일된 느낌이다. 계기판을 비롯한 실내 전등 색상은 파란색으로 통일하였고, 납품업체가 상이한 각종 실내 부품들의 파란색이 완벽하게 통일되어 있음은 NF 소나타 이후 실내 디자인에 많은 신경을 쓴 현대의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라디오 및 주변 공조 장치를 비롯한 실내 스위치들의 사용이 간편하게 배치되어 있어 인간공학에 있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시승 기간 동안 라디오를 비롯한 실내 장비를 사용함에 있어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실내 트림에서도 만족도는 높았다. 특히 시승차에서 보여졌던 짙은 갈색의 가죽의자의 편의성은 높은 점수를 줄 만 하다. 필자가 소유하는 일본 모 사의 크로스오버 차종의 좌석이 나름 편안하다고 생각했지만 베라크루즈의 가죽 좌석 또한 기대 이상으로 우수하여 동승자와 편한 드라이빙이 가능했다. 다만 아쉬운 점들이 있다면 우선 사용하고 있는 플라스틱 재질의 마감이 투박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셀렉터 레버 패널의 마감 완성도가 낮다.

이는 최근에 미국에서 출시된 제네시스 세단의 셀럭터 레버 패널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적과 같은 것이다 (참고로 Car and Driver에서도 제네시스 시승시 같은 문제를 지적했었다). 원가절감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너무 눈에 띄이는 부분까지 손을 댄 흔적이 보이면 그렇지 않은 경쟁차종들에 비해 두드러진 약점으로 보인다. 아무튼 실내 품질은 이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는 아우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현대차가 베라크루즈의 경쟁차종으로 말하는 렉서스의 수준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2. 전장 평가

필자가 이전 회사에서 맡았던 부분이 전기. 전자 부품들의 상풍성 평가로 현대 차종들의 경우 NF소나타 출시이후로 두드러진 품질 도약을 목격하곤 했었다. 베라크루즈도 예외는 아니였다. 우선 인상 깊은 것으로 미국형에 장착된 Infinity제 오디오 시스템의 뛰어난 성능을 꼽을 수 있다. XM 라디오를 비롯 CD에 이르기 까지 모든 모드에서 음악의 개별적인 음역대를 적절하게 재현하는 능력은 상품성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8점이상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하였다.

하지만 이번 시승을 통해 절감한 것은 실내 정숙성이 음질에 얼마나 큰 차이를 가지고 올 수 있는가 였다. 보통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 평가시에는 자동차를 정지한 상태에서 듣곤 했지만 이러한 방법은 운전자가 보통 음악을 주행하면서 듣는 것을 생각할 때 실내 정숙성이라는 요소가 제외되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베라크루즈의 정숙성은 렉서스 RX350에 맞먹는 것으로 오디오의 성능이 백분 발휘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다만 현대차 오디오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약간 저음역 (bass)쪽이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이는 베라크루즈가 목표로 삼는 미국 소비자들의의 평균적인 취향을 고려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이 외에도 베라크루즈는 keyless entry, rain sensing wiper (전자동 와이퍼 시스템), 후방 감지 센서, 그리고 전동식 후방 게이트 등은 비슷한 가격대에 있는 경쟁차종들 (예를 들어 혼다 파일럿, 닛산 뮤라노) 등에 비해 훨씬 더많은 옵션을 제공하고 있어 미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시간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이들을 전과 같이 일일히 평가할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그동안 현대차들에서 보여주었던 이들 부품의 성능을 생각해 보면 경쟁차종 이상으로 뛰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전장면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조등을 꼽을 수 있겠다. 우선 미국형 베라크루즈는 내수형과 달리 제논 헤드램프가 옵션으로도 선택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베라크루즈가 평균 차종에 비해 무겁다는 것을 생각할 때 돌발상황에서의 제동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필요한 것이다. 더욱이 도심 이외에서는 가로등과 같은 간접조명이 거의 전무한 미국에서의 운전환경을 고려할 때 가시거리가 가장 좋은 제논을 최소한 옵션으로 제공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 그러므로 제품의 페이스피르트를 하게 되는 2-3년 이후의 시점에는 이 사양들도 옵션으로 또는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된다.

3. 동적 평가

내수 판매에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디젤형 베라크루즈와 미국에서는 유일하게 판매되는 가솔린형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동적인 면이다. 토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디젤형의 경우 모든 엔진 회전 영역대에서 충분한 힘을 제공한다. 또한 디젤형은 전 세계 어느 디젤 차량에서도 보기 드문 정숙성이 있지만 3.8리터 휘발유형의 경우 미국 고속도로에서 정속인 100kph (60mph)에서 차선을 바꿀 때 필요한 가속 단계에서 힘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자동 6AT의 기어를 수동으로 바꾸어 3-4단을 자주 사용해야 했고 연비가 나빠지는 현상을 자주 목격했다. 하지만 과거 일부 현대 차종에서 느끼던 기어 변속에 따른 충격이 사라진 것은 크게 환영 할만한 일이다.

핸들링의 경우 현대의 NF 쏘나타와 그랜져에 느꼈던 과한 핸들링감이 많이 사라졌지만 독일차에서 보는 리니어리티(linearity ;핸들을 회전한 만큼 자동차가 선회한다는 느낌)는 다소 못 미친다.하지만 요세미티 국립공원 남쪽 문 근처에 있는 연달은 S자 커브들의 국도에서 핸들링을 시험당한 베라크루즈는 이러한 관문을 큰 어려움이 없이 헤쳐나가 점차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현대차의 핸들링 실력을 보여주었다.

또한 경쟁차종들 중의 하나인 지프(Jeep)의 그랜드체로키(Grand Cherokee)의 핸들링에 비하면 월등하기에 동급 차종에서는 분명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동적 평가 면에서 느낀 불만은 어디까지나 스포티한 모드에서 운전한 필자에게 국한되는 얘기일 것이다. 반면에 도시 외곽에 살면서 집과 직장, 자녀들의 학교와 쇼핑센터를 오가는 타깃 소비자층에게는 안락하고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4. 현재 미국 내 시장에서의 위치와 향후 미래

종합적으로 볼 때 베라크루즈는 현대의 본격적인 첫 대형 SUV (크로스 오버 차량이라고도 하지만 편의상 SUV라고 하겠다)로 매우 좋은 시작점이라 하겠다. 다만 첫 제품이기에 토크, 핸들링 그리고 현재 미국 시장에서 최고의 화두 중의 하나인 연비에 있어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 물론 이 부분은 경쟁차종들도 포함되는 말일 것이지만 경쟁차종들 중 럭셔리 급에 속하는 렉서스나 인피니티를 잡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실내 플라스틱 품질 마감도나 딜러들의 고객 접대 수준 등은 앞으로도 더 많은 투자가 요구되는 사례이다.

반면에 베라크루즈는 경영적인 면에서 현대의 고민을 반영하고도 있다. 즉,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인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생산비용는 현대의 코어(core)제품이었던 중소형 자동차에서 낼 수 있는 이익의 감소를 뜻하고, 이에 따라 더 이윤이 많은 자동차 세그먼트(segment)로의 진입을 필수적으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베라크루즈는 이러한 의미도 포함된 제품이지만 고마진 차종 세그먼트로의 진입이 결코 중소형 차종들의 경쟁력 약화나 생산성 약화로 이어지면 안된다. 미국 빅쓰리가 UAW(전미 자동차 노조)로 대변되는 노조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채 노동자들의 과도한 보험료, 높은 퇴직 연금 요구 등을 그대로 수용하였기에 지난 수십년간 중소형 차종에서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들 빅쓰리의 경영진은 공장에서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했고, 1990년대 말부터 이윤이 높은 (대당 5천불에서 1만불까지였다!) 대형 SUV와 트럭에 집중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로 인하여 중소형 차종의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경영진은 이를 외면했고, 자동차 제품군에 있어서 트럭군에만 경쟁력과 경영층의 관심이 치중된 왜곡된 구조가 유지되던 중 21세기 초반부터 불어닥친 고유가, 그리고 이에 따른 미국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게 되어 오늘날 빅쓰리의 파산 위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은 우리 나라의 자동차 업체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베라크루즈는 분명 현대가 나아가야 할 높은 이윤의 제품 개발 및 생산의 사례지만 일본을 비롯한 경쟁업체들과의 생산성 비교에서 어떠한 지는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SUV를 비롯한 트럭제품군의 수요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미국시장에서 베라크루즈의 미래는 어떤 것일까? 우선 이들 제품군 (product segment)의 수요가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가족들과 활동적인 면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계속 존재할 것이고 미니밴 세그먼트처럼 틈새(niche)가 되더라도 분명 이익을 낼 수는 있기 때문이다.

또한 빅쓰리의 위기는 오히려 베라크루즈와 같은 경쟁 차종들이 가격 대비 가치(value)라는 면을 통해 더 선전할 수도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이 분야에서 현재 최고의 화두는 연비인 만큼 이 부분은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디젤형을 도입함으로써 해결 해 볼 것을 권장하고 싶다. 물론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은 하이브리드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적인 문제에서 당장 시도하기는 힘들고, 이미 판매중인 V6 디젤이 좋은 해결책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세계적인 경제침체 속에 유가가 떨어지고 있지만 경기가 다시 상승국면에 들어갈 때쯤이면 유가가 다시 한번 치솟을 것은 당연해 보인다. 더 나아가 갤런당 4불이라는 전무후무한 경험을 한 미국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경향이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징후는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을 볼 때 명확하다. 이에 따라 유가에 관계없이 연비가 최고의 화두이고, 독일 업체들은 유럽시장에서 고연비라는 문제에 뛰어난 해결책을 보여준 디젤 차량들을 미국에 들여오고자 공을 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 현대의 경쟁사인 혼다의 경우 현재 V6 디젤엔진을 한창 개발중이고 미국시장에서는 아큐라 MDX와 혼다 파일럿에 장착하여 이들 차종들의 연비를 향상시키고자 한다. 그러므로 이미 V6 디젤 엔진이 있는 현대의 경우 이를 하루 빨리 미국 시장에 맞게 변경하여 혼다보다 먼저 베라크루즈와 현재 개발중인 포티코라는 크로스오버 차량이나 싼타페 등에 탑재할 경우 독일 업체들과 더불어 디젤차 시장 리더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튼 베라크루즈는 필자에게 현대의 미래에 기대를 갖게 하는 존재인 동시에 더욱 더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들을 잘 보여주는 제품의 하나이다. 사실 필자가 본 시승을 통해 더 최신 제품인 미국형 제네시스의 시승에 더 많은 기대를 갖게 되었다면 과장일까.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