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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국제적으로 망신 당하는 한국의 운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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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0-04-17 19: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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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직업상 해외 여행을 자주 하는 편에 속한다. 특히 자동차를 생산하는 나라는 대부분 1년에 한두차례는 방문할 기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 그저 조금이라도 손해를 보고는 견디지 못하는 우리 운전자들과는 너무도 다른 양보와 여유, 그것이 만들어 내는 질서다. 오죽했으면 한국에 근무하는 외국인들 사이에 `접촉사고시에는 목소리 크게 하라`는 등`한국에서의 운전수칙 10조(나중에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라는 것을 만들어 돌리겠는가.

안에서 깨진 쪽박 밖에서 성할리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런 우리의 운전문화는 국제적으로 공인을 받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가장 동경하는 프랑스와 독일의 자동차문화에 대해 느낀 점을 통해 우리와 다른 점 몇가지만 적어보고자 한다.

프랑스 파리 북쪽의 라데팡스에서 시작해 독립문을 거쳐 콩코드 광장을 지나 루브르 박물관에 이르는, 말 그대로 개선 행렬이 지나며 통과하는 개선문 주변에는 무려 12갈래의 길이 뻗어 있다. 물론 그 개선문 주위에는 로터리식으로 자동차들이 진행을 하게 되어있는데 눈을 씻고 찾아 보아도 자동차를 위한 신호등이 없다. 갈라진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좀 떨어진 곳에 횡단보도 신호가 있기는 하다. 그런 도로를 자동차들은 전혀 엉키지 않고 부드럽게 물 흐르는 듯한 소통을 하고 있다. 그것은 나보다는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아는 그들의 여유가 만들어 낸 문화다. 파리에 가면 루브르나 에펠탑보다 이런 식의 자동차문화가 가장 부럽다.



그런데 그들의 또 다른 면을 샹제리제 거리를 내려가며 목격한다. 차들이 별로 없으면 아무데서나 U턴을 하는 차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조금만 신경쓰면 금방 이해가 간다. 우리처럼 `이곳에서만 U턴하시오` 하는 포지티브 시스템이 아니라 `이곳에서만은 U턴을 할 수 없습니다`하는 네가티브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이외의 곳에서는 교통여건을 감안해 운전자의 판단에 따라 어디서든지 U턴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차도 절대 금지구역 표시해 두고 나머지는 운전자의 상황 판단에 맡긴다.

이것은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독일을 비롯한 모든 유럽 국가들의 공통된 내용이다. 특히 횡단보도 주변에 보행자가 보이기만 해도 저절로 브레이크로 발이 가고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무조건 정지하고 보는 그들의 자동차문화에서 사고가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읽을 수 있다. 이 역시 사람을 존중하는 정신이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처럼 신호를 철저히 지키는 것은 그들의 준법정신도 있겠지만 지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시스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도로상의 교차로 대부분에는 진행차를 위한 신호가 교차로 맞은편 건너 위쪽에 걸려 있다. 그래서 신호 대기 시 자기차 앞쪽의 신호를 보기보다는 오른쪽이나 왼쪽 도로의 신호등을 보고 그 쪽에 황색 신호등이 들어오면 신호가 바뀔 것을 예상하고 벌써 출발한다. 하지만 그 쪽 차선의 차는 아직은 황색이니까 하며 빨리 가기 위해 질주한다. 그 결과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하지만 파리와 뮌헨의 도로상에서는 신호등이 정지선 바로 좌 또는 우측에 사람 키 정도의 높이로 세워져 있다. 운전석에 앉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위치다. 조금이라도 먼저 가기 위해서 앞으로 나가면 자신의 신호를 볼 수 없게 된다. 물론 다른 쪽 도로의 신호도 읽을 수 없다. 운전자만을 탓할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웃한 프랑스와 독일을 확연하게 구분해 주는 특징이 있다. 바로 신호등 준수다. 프랑스인들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자동차든 보행인이든 신호등과 상관없이 진행한다.

이에 반해 독일인들은 새벽 3시에도 앞에 빨간 신호등이 들어와 있으면 절대 앞으로 가지 않는다. 교차로 우회전시 전혀 차가 없는데도 독일인들은 누구나 정지해 자기 신호를 기다린다. 어느쪽이든 중요한 것은 그들 모두가 사람을 존중하는 정신이 있기에 주변의 상황을 세심히 살펴 그것이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독일에서 우리 운전자들의 무모함이 이룩해 놓은 업적(?)이 하나 있다. 우리나라 사람이 독일로 이민을 가거나 장기 체류를 하게 될 때는 우리 면허증을 독일 면허증으로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자동차면허 시험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한민족만 그렇다. 그래서 민족차별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그게 아니다. 독일 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가장 많은 대형사고를 내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운전면허 소지자였다는 통계 때문이다. 독일은 사고 정도로 보험료를 계산한다. 워낙에 많은 사고건수와 났다 하면 대형으로 이어져 보험회사들이 나서서 한국인들의 면허시험을 주장해 1992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비치는 우리 운전자들의 위상과 해외에서의 그것이 그다지 다를 바 없는 무슨 이유에서일까. 지금도 우리는 많은 전문가들이 저마다의 주장을 내세우며 자동차 사고가 많은 이유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찾고 그 대책을 찾고 있다. 하지만 정책을 입안하거나, 도로상의 안전시설을 설계하거나, 그 도로를 이용하는 보행자이거나, 운전자이거나 간에 옆 사람을 존중하는 정신이 최우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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