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2002 디트로이트모터쇼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2-01-17 09:12:24

본문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 실감

911 테러를 계기로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힘을 느꼈었다. 그것이 좋은 의미이던 나쁜 의미이던 지금 미국은 세계의 중심에 서있다. 자동차업체들도 미국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듯이 미국시장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시장환경이 혼재해 있어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는 최적의 시장이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세계에서 성공한다는 예를 토요타의 랙서스를 통해 보지 않았는가.

이번 쇼의 전체적인 흐름은 역시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 최대 메이커 GM의 힘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얘기이다. 작년 가을 릭 와고너에 의해 북미사업부의 CEO로 발탁된 밥 루츠(Bob Lutz)가 e 비즈니스를 축소하면서 자동차회사는 본연의 임무인 차 만들기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 때문인지 e-car 등 작년까지만 해도 화두가 되었던 것들이 사라졌다.

모든 메이커들이 철저하게 현실적인 차 만들기의 자세에 치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당장에 지갑을 열고 차 값을 지불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세계 최대 메이커 수장의 한마디가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하는지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예년과는 달리 GM의 AUTOnomy 외에는 미래기술에 대해 두드러진 것이 없었다.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못되었다.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살아남는다는 논리로 자리잡았다.

젊은 층을 타켓 마켓으로 한 트럭시장 점입가경

그것은 전 세계 모든 메이커들이 SUV를 중심으로 한 크로스오버 비클을 만드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메르세데스가 선 보인 비전 GST까지도 크로스오버 비클이었고 포르쉐의 프레스컨퍼런스의 관심사도 카옌이라는 SUV에 집중되었다. 물론 타겟마켓은 25세 이하의 젊은층이다. 어쩌면 그들에게 자동차에 대해 물어 보면 자동차의 기본은 SUV나 크로스오버 같은 것이라고 답할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얼마되지 않지만 풀 모델체인지판 승용차들이 어쩐지 답답해 보이고 고리타분한 감마저 든다. 롱 노즈 하이 데크니 하는 말들이 이제는 고전이 된 느낌이다. 어쨌거나 SUV를 중심으로 한 크로스오버 비클의 강세로 인해 앞 다투어 새 모델들을 내놓는 이런 현상은 곧바로 빅3와 일본, 유럽 메이커들의 정면 대결 양상으로까지 비춰진다. 빅3는 여전히 픽업 트럭과 풀 사이즈 SUV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벌떼처럼 달려 드는 세계 열강들의 공세는 가공할만 했다.

특히 일본 메이커들의 공세 못지 않게 크라이슬러의 Dieter Zetche를 비롯한 독일인 경영진들은 직접 작업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르고 단막극을 진행하는 열의를 보이며 분위기 반전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들이 펼치는 이벤트의 내용도 젊은 층을 의식한 것이었다.

그것은 미국시장에서 자동차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층은 젊은 층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어려움을 모르고 살아왔으며 흔히 말하는 ‘미국식 할부인생’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그들의 입맛만 맞추면 판매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레스컨퍼런스의 사회자들은 아예 공공연하게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판매목표치까지 발표하기도 했다.

아름다움은 선의 묘사로 좌우된다.

자동차 디자인 측면에서는 아름다움의 기준이 더 이상 곡선을 살린 라운드가 아니라 직선으로 변해있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뉴 모델이나 컨셉트카들은 소위 ‘아름답고 유려한’ 에어로다이나믹보다는 기하학적인 선을 최대한 강조한 터치를 하고 있다. 보디 실루엣을 풀 웨지 형상으로 설계하더라도 그것을 선으로 강조하는 추세다.

물론 포드를 중심으로 한 빅3는 여전히 50년대 6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동시에 그것을 경량 로드스터 모델들에 반영해 유럽과 일본 메이커들이 장악하고 있는 이 세그먼트에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크라이슬러는 PT크루저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었는지 아예 SRT-4라는 닷지 바이퍼 다음으로 빠른 승용차를 내놓기도 했다.

극단적으로 기능성을 추구하는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극단적인 기능성 추구가 포인트다. 단 둘이 어딘가로 떠난다는 개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친구들과 어울려 차 안에서 유희를 즐기기도 하고 레저용품을 가득 싣고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시트 배치와 대시보드의 설계, 테일 게이트와 도어의 승강성을 무엇보다 우선으로 배려하고 있다. 거기에 DVD를 중심으로 한 내비게이션이 아예 기본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메이커에 따라서는 다시 카 오디오를 OEM으로 장착하지 않고 비워두는 예도 생겨나고 있다. 자신만의 시스템을 장착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 층을 위한 배려다.

연료전지와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가 화두

기술적으로는 하이브리드의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반면 연료전지 기술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수소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테크놀러지의 개발 속도는 더딘 것 같다. 2003년으로 예정되어 있던 완전 무공해차의 판매시기도 주에 따라 2007년으로 연기되기도 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그보다는 하이브리드 연료전지로 과도기를 충실하게 거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컨셉트를 선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GM이 AUTOnomy로 실현한 연료전지와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시스템은 머지 않아 자동차의 개념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는 것을 예감케 했다.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부분적으로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를 적용하고 있고 특히 BMW의 iDrive는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시장, 1700만대 기본 수요 유지한다?

한편 작년 한해 예상을 깨고 약간의 하락에 그친 미국시장에 대한 의견은 아주 분분했다. J.D.POwer나 메릴린치의 Caesar 등은 1560만대 또는 1500만대 이하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현지에서 만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CEO이자 회장인 위르겐 슈렘프(Wurgen Schremp)와 크라이슬러그룹 CEO인 디터 제체(Dieter Zetche)는 단호하게 1550만대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모두가 올해의 판매목표를 작년보다 높게 잡고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컨설팅회사 RJE&Associates의 대표 Evanch는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그는 2억 9000만명의 인구와 2억 1000만대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시장은 연간 대체수요가 10% 정도라고 가정하면 대략 2000만대 가량의 자동차가 판매될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최근의 젊은 층들은 국가나 세계 경제의 어려움과는 상관없이 그들이 원하는 소비는 거리낌없이 하고 그들이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 자동차는 절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만큼의 판매는 유지된다는 것이다.

다만 그가 조사한 데이터에 의하면 중고차등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미국시장은 평균 1,700만대는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911 테러 이후 대부분의 국가 정책이 2년에서 3년 정도 연기되어 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그래도 1690만대까지는 판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작년에도 다른 분석가들이 1640만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을 때 1700만대라고 주장했었는데 그가 맞았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기자의 메일 박스에는 GM과 포드의 대대적인 레이오프에 대한 뉴스가 도착해 있다. 예측이 그 어느때보다 어려운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가지 아쉬운 것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적 도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모터쇼에 현대, 기아, 대우가 부스는 마련했지만 프레스컨퍼런스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였던 IMF 첫해에도 미래가 있다는 멘트를 해 가슴을 뭉클하게 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쇼를 찾은 해외 기자들이 한국업체들의 이런 자세에 대해 많은 질문을 내게 했지만 알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