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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영석 | 2010 재규어 XF 3.0D S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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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0-03-04 17: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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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재규어 XF 3.0TD 시승기

재규어의 신 병기 XF도 파워트레인을 업그레이드해 등장했다. 랜드로버와 공동 개발한 5.0리터 V8 가솔린과 3.0리터로 증강된 디젤엔진을 탑재한 것이 포인트다. XF의 데뷔 이후 재규어 브랜드는 경영상의 어려움과는 달리 상품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 올 해 등장한 XJ와 함께 재규어 브랜드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는 XF의 3.0리터 디젤 버전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경제는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당분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것은 자동차시장이 확대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등 신흥국의 폭발은 물론이고 미국시장도 시차는 있겠지만 V자형 회복세가 전망되고 있다.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부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에서 자동차회사들에게는 희망적이다. 자동차 업계 전체 지도가 어떻게 바뀔지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다. 분명한 것은 어떤 형태로든 시장은 확대된다는 점이다.

오늘날 자동차를 국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그보다는 브랜드 중심으로 구분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다시 자동차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분명 자동차는 국력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의 산물이라는 점이 뚜렷해 졌다. 사실 자동차를 실적과 순위만으로 이야기하면 너무 무미건조해진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만인이 원하는’ 차를 생산하는 양산 메이커들의 모델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수치상으로는 절대 우위에 있다. 하지만 그 시장과는 달리 자신만의 개성을 원하는 유저들도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시대의 소비자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지만 돌이켜 보면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잘 팔리는 차가 반드시 좋은 차가 아니다.’라고 하는 명제가 그래서 더 뚜렷해졌다. 품질의 갭은 물론 성능에서의 차이도 좁혀졌다면 무엇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까. 이것은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제조업체에게도 고민이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의 전문가들은 개도국시장의 중저가시장 못지 않게 고가 럭셔리 모델의 판매 비율도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 고가 럭셔리 제품을 원하는 유저들은 갈수록 희소성을 따진다. 나만의 것을 원한다는 얘기이다. 여기에 속하는 것들이 바로 프리미엄 또는 니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다.

BMW를 필두로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를 프리미엄 브랜드로 분류하고 있다. 후발 업체인 렉서스가 여기에 가입 원서를 낸 상태다. 물론 자생력과 일정 규모를 갖추어야 한다는 기준으로 그렇게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불과 십수년 전에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그리고 재규어가 여기에 속했었다. 재규어가 이들 대열에서 탈락해 ‘니치 프리미엄’으로 분류된 것은 우선은 규모의 경제라는 굴레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재규어는 플래그십인 XJ의 신형을 출시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플이로 인해 20세기말에 만들어진 재규어의 이미지를 완전히 불식시킬 것으로 보인다.

재규어의 새로운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린 모델이 바로 오늘 시승하는 XF다. 2007년 초 디트로이트오토쇼를 통해 데뷔했고 2008년에 판매가 개시된 모델이다. XF에 앞서 XK도 21세기 재규어의 서막을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신세대 재규어의 차만들기는 브랜드의 DNA를 지키면서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더불어 GT카로서의 자세를 살리며 동시에 럭셔리 세단의 세련미와 공간성도 손상시키지 않고 있다.

재규어 라인업의 뿌리를 보면 XK는 과거 XK120부터 E타입으로 이어져 온 재규어 스포츠카의 정신을 구현한 GT카다. XF는 1950년대 말에 등장한 마크2의 흐름을 이어받았다고 재규어측은 설명하고 있다. 마크2는 당시 투어링카 레이스에서 활약했다. 당 시대의 실용적인 세단과는 다른 차원의 정교함과 우아함을 동시에 표현한 매력적인 모델로 기억되고 있다.

XF는 그 마크2의 정신을 살려 기획되었다. 달리 말하면 영국식 스포츠카의 문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XJ가 등장하고 보니 XF는 XJ의 스포츠 버전이라는 느낌이 든다. 적어도 모터쇼장에서 신형 XJ를 보고 느낀 점은 그렇다.

Exterior

데뷔한 지 2년여가 지났지만 XF의 스타일링은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영국 톰 워킹쇼 레이싱(TWR)의 디자인 책임자를 역임하고 아스톤 마틴 DB7과 뱅키시 등 걸출한 작품을 만든 이안 칼럼의 이름이 여전히 세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다.

이안 칼럼은 그가 XF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기본적으로 유러피언 스포츠 세단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영국식 스포츠 세단이다. 독일차와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 스타일링에서는 스포티함, 근육질적인 자태, 그리고 다이내믹함 등 재규어의 DNA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단어는 같지만 유럽의 각 나라들은 그 표현 방법이 다르다.

재규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부드러운 실루엣’과, ‘강렬한 인상을 주는 그릴’, ‘잘 발달된 어깨 라인’이다. 이 디자인 언어는 신형 XJ에도 적용되었다. 패밀리 룩을 완성한 것이다. 2010년형 모델에서의 변화는 없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 한 얼굴은 신세대 재규어를 상징하고 있다. A필러와 C필러의 각이 XK와 같은 쿠페 형상은 당초 의도했던 XF의 포지셔닝을 확실하게 하는데 큰 역할을 수행해 냈다. 이 라인은 여전히 우아하면서도 강한 임팩트로 다가온다. 그린 하우스가 상대적으로 좁게 설정된 것도 일조했다. 이론적으로는 노즈 하이 데크의 공식에 충실하고 있다.

시승차는 에어로 다이나믹 팩으로 앞 범퍼에 변화를 주고 있다. 검은색 하단 메쉬그릴과 하단 공기 흡입구가 다르다. 흰색의 LED 주간 주행등을 하단 공기 흡입구 날에 장착한 것이 포인트.

사이드 실루엣이 만드는 패스트 백의 강한 라인은 강한 어깨 라인을 중심으로 쿠페 형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앞뒤 오버행도 극단적으로 짧아 기동성을 중시한 프로포션을 표출하고 있다. 사이드실(side-sills)을 따라 아플리케(appliqués)로 마감처리 되어 있다.

루프로부터의 라인의 흐름을 살려 우아한 자태를 만들고 있는 뒤쪽의 그래픽도 감각적이다. 비교적 단순한 선의 사용으로 이런 라인을 만들 수 있는 것이 디자이너의 감각이다.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는 헤드램프의 디자인과 유기적으로 어울려 있다. 리어 스포일러로 스포티함을 살려내고 있다.

보닛 후드와 서스펜션 암 등에는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지만 차체는 스틸제다. XJ나 XK처럼 완전 알루미늄으로 하지 않은 것은 연간 5만대 규모로 잡고 있는 생산대수 때문이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이다.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4,970×1,875×1,460mm, 휠 베이스 2,910mm. BMW 530i가 4,841x 1,849x 1,468 mm, 휠 베이스 2,888mm 이므로 비교가 될 것이다.

Interior

XF의 주제는 마크2의 전통과 최신 컨셉트카 R쿠페에서 보여준 미래감각을 융합한 것이다. 평균 나이가 34세인 인테리어팀이 창조한 독창적인 실내 분위기 역시 2년이 지난 지금에도 설이게 하는 요소가 많다. 스마트키를 소지하고 운전석에 앉으면 심장박동을 연상케 하는 시동 버튼이 붉은 색으로 깜박이며 생명을 불어 넣어주기를 기다린다. 버튼을 누르면 재규어 실렉트 드라이브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의 원기둥형 트랜스미션 컨트롤러가 솟아 오른다. 대시보드 쪽에서는 에어벤트 네 개가 스스르 열린다.

실제로 보면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은 없는 내용이지만 그 아이디어가 빛난다. 공상영화 속에서 보았던 것 같은 SF분위기를 내는데 충분한 장비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실내등을 켜는데도 손을 살짝 대기만 하면 된다. 끌 때도 마찬가지이다. 글로브박스도 위쪽에 있는 원형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열린다. 재규어 센스라고 부르는 시스템이다. 전체적으로 스위치와 레버를 가능한 줄이는 등 터치 센스식의 버튼과 모니터 상에서의 터치 패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2009년 등장한 렉서스 RX에는 컴퓨터 마우스가 등장해 주목을 끌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누가 먼저 했느냐가 포인트다. 한편으로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영국식 차만들기의 기발함이 긍정적으로 나타난 대목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 한편으로는 전체를 감싸고 있는 알루미늄 트림, 천연 가죽, 카본 파이버 등이 만들고 있는 것은 가구와 같은 분위기이다. 레저와 우드, 그리고 알루미늄 트림을 혼합한 트림류가 만드는 분위기는 영국식 기품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약간 낮은 듯한 시트 포지션으로 감싸인 듯한 자세를 만들어 주는 분위기와도 매치된다. 대시보드는 약간 낮아 보인다. 스포츠 드라이빙 포지션이란 차 위에 앉는 것이 아니라 ‘차 안에 수납되는 포용감’이라는 이론에 충실하고 있다.

센터 페시아 맨 위의 AV모니터, 그 아래 에어컨 컨트롤 패널이 간결하게 정돈되어 있다. B&W(Bowers&Willkins)라는 영국 최고 브랜드의 카오디오 시스템도 돋보이는 내용 중 하나다. 센터 콘솔박스와의 사이에 우드 트림을 사용해 컵 홀더와 수납함을 만들고 있다. 미국시장을 의식한 차만들기이다. 이 부분은 뒷바퀴 굴림방식차라는 특성상 공간을 손해 볼 수밖에 없는데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실렉터 레버 부분의 돌출부를 없애고 편평하게 처리해 간결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 뒤에 설계된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겉으로는 특별한 것이 없지만 주행 중에 조작이 가능하다. 끌어 당기면 레버식 수준의 수동 브레이크로서의 역할도 가능하다. 가끔씩 스핀 턴을 할 필요가 있을 때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가 불만이었는데 주행성에 비중을 둔 모델인만큼 그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주차 브레이크 앞에 어댑티브 댐핑 시스템(Adaptive Damping System) 버튼이 추가되어 있다.

전동 틸팅/텔레스코픽 기능의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알루미늄 트림으로 스포티한 멋을 내고 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푸른색 컬러를 사용해 안정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센터페시아쪽의 분위기에 비해서는 단순한 편이다.

시트는 5인승. 전후 공히 시트는 얇은 버키트 타입으로 천연가죽이 일체감을 강조하고 있다. 2010년형에는 운전석 18-방향, 조수석 14-방향 조절 가능한 스포츠시트를 채용도었다. 실내를 넓게 사용하기 위해 시트백을 엷게 처리한 것이 눈에 띈다. 리어 시트는 60 : 40 분할 폴딩식. 쿠페형상으로 인한 머리 공간 침해는 생각보다 적다. 트렁크 공간이 500리터나 된다. 리어 시트를 폴딩하면 420리터의 공간이 더 생긴다.

Powertrain & Impression

2010년형 재규어 XF에 탑재되는 엔진은 세 가지. 재규어 내부에서 AJ-V6D Gen III 로 분류되는 3.0리터 터보디젤과 AJ-V8 Gen III 의 5.0리터의 자연흡기와 수퍼차저 등. 이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와 레인지로버 스포츠를 통해 소개된 것들이다. 그중 시승차는 3.0리터 디젤 사양.

2,993cc V형6기통 커먼레일 터보 디젤로 성능은 240PS/500Nm 과 275PS/600Nm 두 가지가 있다. V형 엔진에는 세계 최초로 트윈 페러렐 시퀀셜(Twin Parallel Sequential) 터보차저가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고속도로 주행을 비롯해 대부분의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빠른 응답력의 가변(variable-geometry) 제1터보차저가 작동하고, 크기가 더 작고 고정(fixed-geometry)형의 제2터보차저는 정지 상태에 있어 에너지 절감과 효율성 극대화를 도모한다. 엔진 회전속도가 2800rpm 이상이면 0.3초 이내에 제2터보차저가 작동되어 터보래그(turbo-lag)나 파워 스텝(power-step) 반응이 없이 엔진 출력을 매끄럽게 증가시킨다.

터보차저 구동을 위해서는 배기가스 압력이 필요한데, 이 때 엔진 내의 펌프 손실이 발생하여 연비를 떨어뜨린다. 이를 경감하기 위해, 불필요할 경우에는 ECU의 제어를 받는 밸브가 배기가스 흐름과 엔진 흡입관 모두에서 제2터보차저를 차단한다.

일부 트윈-터보 시스템은 작은 터보를 1차 용도로 사용하고, 큰 사이즈의 터보는 더 높은 출력이 필요할 때만 사용한다. 하지만 이것은 배기가스 압력 감소와 펌프 손실이 증가된다는 단점이 있다. 재규어 시스템은 크기가 더 큰 가변 터보차저를 더 많이 사용하므로, 펌프 손실을 낮출 뿐 아니라 연비와 CO₂배출량도 개선된다. 재규어 엔지니어들은 낮은 엔진 스피드에서 발생하는 터보래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왔다. 신형 AJ-V6D Gen III 3.0리터 디젤이 공전 상태에서 500Nm의 토크를 발휘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5초에 불과하며, 이는 경쟁차종을 월등히 앞서는 수치이다.

여기에 매 주기마다 2000bar의 압력으로 최대 5번 분사되는 3세대 커먼레일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인젝터에 필요한 양만큼의 연료를 공급하는 미터링 모드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역시 새로 개발한 수냉식 배기가스 재순환 시스템과 조화로 디젤엔진의 아킬레스건인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현저하게 낮추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유럽 사양의 경우 179g/km로 동급 최고 수준에 해당한다.

시승차는 디젤 S로 최고출력 275ps/4,000rpm, 최대토크 600Nm(61.2kgm)/2,000rpm을 발휘한다. 기존 2.7리터 엔진 대비 출력이 33%나 증가했으며, CO₂배출량은 12%나 저감됐다. 랜드로버 시리즈에 탑재된 것보다 고성능 사양이다. 그러니까 중량 대비 출력을 감안하면 XF는 수치상으로 이미 압도하고 있다. BMW 530i에 탑재되는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이 최고출력 272 hp, 최대토크 320 Nm, 디젤 엔진은 VGT 버전이 최고출력 286 hp, 최대토크 580 Nm이므로 비교가 될 것이다.

트랜스미션은 ZF제 6단 AT. 스티어링 칼럼에 패들 시프트가 설계되어 있어 수동모드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4에서도 놀랐는데 이번에는 더 작은 차체, 그것도 세단에서는 어떤 성능을 보여줄까 하는 생각에 기대가 됐다. 사실 기존 2.7리터 사양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경쟁에서 이겨야 함과 동시에 배기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변화를 추구했다. 자꾸 하는 얘기이지만 이상과 현실을 조화시키는 방법이 무조건 줄이는 것만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대목이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400rpm, 레드존은 4,5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500rpm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진행된다. 45km/h에서 2단, 90km/h에서 3단, 145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된다. 생각할 겨를이 없이 속도계의 바늘을 끌어 올린다. 가공할만한 성능이라는 표현을 이럴 때 사용한다. 제원표상 0-60mph 가속성능이 5.9초라는 것이 대변한다.

특이한 것은 20세기의 스포츠세단처럼 그 가속감을 몸으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매끄럽고 조용하게 바늘만 순식간에 끌어 올린다. 오늘날 럭셔리 스포츠세단은 물론이고 스포츠카까지도 같은 흐름이다. 풀 가속을 하면 발진시 약간의 엔진음이 침입하지만 일단 탄력을 받고 나면 엔진 소음은 더 줄어든다.

그래서 고회전형 가솔린 엔진을 다루듯이 가속페달을 조작해 보았다. 즉답식에 가까운 반응이다. 최고회전에 한계가 있는 디젤 엔진에서는 쉽게 상상이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예민하게 페달을 조작하면 시트백이 등을 밀어 붙인다는 느낌이다. 르망 24시간 레이스 현장에서 아우디 디젤 머신의 질주를 보았던 기억이 세삼 떠 오른다. 당시 디젤 스포츠카 시대의 도래를 예감했었다. 하지만 절대성능 외에 감각적인 고정관념이 바뀌는데는 아직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하지만 필자는 앞으로 차를 또 바꾸어도 다시 디젤 버전을 살 것이다. 현재 국산 2리터 디젤을 5년째 타고 있는데 주유소에 들러 경유를 주문하면 놀란다. 디젤 맞느냐고. 소음은 물론이고 진동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 하물며 재규어 디젤은 현재 국내에 수입된 디젤엔진 중 가장 조용하다고 정평이 나있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첫 번째 벽 한 눈금 전에 변속이 이루어진다. 3,200rpm에서 벽을 넘어선다. 제원표상의 최고속도는 250km/h로 스피도리미터가 적용되어 있다.

XF의 데뷔 당시 시승기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런 엔진을 소화해 주는 하체가 더 인상적이다. 분명 독일차의 스파르탄한 감각과는 다른 영국차 특유의 매끄러운 거동을 보이지만 고속주행안정성에서는 타협하지 않고 있다. 감각적인 부드러움과 달리 하체를 잡는 능력은 발군이다. 그래서 노면의 요철이 심한 도로에서 충격흡수를 최우선으로 세팅을 하는 재규어식의 하체를 더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XF는 20세기의 영국차에 비해 하체의 설정이 하드한 쪽으로 이동했다. 독일차의 위세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고 영국차다운 부드러운 맛을 없앤 것은 아니다. 기술적인 진보를 한 것이다.

그런 성능을 받쳐 주는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로 형식. 전자제어식 가변 감쇄력 댐퍼 CATS를 표준으로 하는 수퍼차저 버전의 경우는 그런 감각적인 차이가 더 분명하다. 시승차에는 차체의 수직적 움직임, 좌우 쏠림율(roll rate), 고저율(pitch rate)을 제어하는 어댑티브 다이내믹스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다. 주차 브레이크 앞쪽의 버튼으로 조작한다.

통상적인 주행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와인딩 로드의 리어의 추종성에서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BMW나 아우디 등이 그렇듯이 전자제어에 의한 거동 안정이라는 측면이 과거에 자동차를 배운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재미는 줄었지만 안전성이라는 측면에서 필수장비가 되어 가는 추세다.

노멀 상태에서도 롤각은 약간 큰 설정이지만 뒤쪽이 흐른다거나 오버 스티어 현상을 보이거나 하지 않는다. 코너 탈출 속도도 여전히 빠르다. 뒷바퀴 굴림방식의 이점을 살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헤어핀에서의 자세도 안정적이다. 그런만큼 회두성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 준다.

스티어링 휠의 록 투 록은 2.6회전으로 스포츠카 수준이다. XK에서도 그랬지만 핸들링 응답성은 예민하지만 역시 극단적으로 직설화법은 쓰지 않고 있다. 4도어 세단에서는 좀 더 강한 카리스마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물론 성능과 거동에서 충분한 수준을 보이면서도 그것을 부드럽게 표현해 낸다는 점에서는 재규어다움이 묻어있다. 다만 최소회전반경이 5.9m 로 수치상 상대적으로 크다.

니치 프리미엄 브랜드인 재규어의 사는 방식이 이제 확실히 이그조틱과 스프츠 세단의 중간 단계의 포지셔닝을 해 가고 있음을 새로운 파워트레인으로 보여주고 있다. 비록 자본에 있어 독립은 하지 못하고 있지만 자체 기술로 파워 트레인과 하체의 독창성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은 큰 경쟁력이다. 아이덴티티가 생명이라고 하지만 어떤 성격을 만들 것인지에 많은 고민이 있다.

재규어의 라인업이 속해 있는 시장에서는 여전히 성능이 우선이다. 동시에 디자인에서도 강한 아이덴티티가 요구된다.

주요제원 2010 재규어 XF 3.0D S

크기
전장×전폭×전고: 4,961×1,877×1,460mm
휠베이스 : 2,910mm
트레드앞/뒤 : 1,559/1,605mm
차량중량 : 1,88kg
최소회전반경 : 5.9m

엔진
형식 : 2,993cc V형6기통 커먼레일 터보 디젤
최고출력 : 275ps/4,000rpm,
최대토크 600Nm(61.2kgm)/2,000rpm
보어×스트로크 : ----mm
압축비 : ----
구동방식: 뒷바퀴굴림
CO2 배출량 g/km : 211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자동, 시퀜셜시프트(스티어링 휠 마운티드 패들 시프트)
기어비 : ----/ 후진 ---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앞/뒤 더블 위시본/멀티 링크(CATS는 4.2SV8)
브레이크 : 4륜 V. 디스크 (전:주철 후:알루미늄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파워)
타이어 : 앞//뒤 245/45ZR18

성능
0-60mph : 5.9초
최고속도 : 250km/h(스피드리미터)
연료탱크 : 69.5리터
연비 : 12.8km/리터

가격
‘럭셔리’ 7,490만원
‘프리미엄’ 8,390만원,
‘S 프리미엄’ 9,190만원 (부가세 포함)

(2010년 2월 1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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