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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메르세데스-벤츠 E 63 AMG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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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0-04-26 20:10:56

본문

메르세데스-벤츠 E 63 AMG는 독일제 머슬 세단의 진수이다. 대배기량 엔진에서 나오는 토크와 출력은 E 클래스를 전혀 다른 차로 만든다. ESP를 완전히 끄고 출발하면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를 정도로 엄청난 힘이 뒷바퀴로 전달된다. 숨 몇 번 고르면 속도 제한에 걸린다. 7단 MCT와 잘 조율된 하체도 엔진을 완벽하게 지원한다. 브레이크는 포르쉐만큼이나 좋고 멈출 때의 자세는 정말 환상적이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급차의 대명사와도 같은데, AMG는 그보다 더 상위의 개념이다. 단순하게 고성능 버전이라기 보다는 고객층 자체도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AMG는 벤츠 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이전 모델과 비교 시 E350의 미국 가격은 5만 달러를 조금 넘지만 E 63 AMG는 9만 달러에 가깝다. 스트래티직 비전은 AMG 오너의 실수입은 벤츠 오너 보다 2배 이상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벤츠의 고성능 버전은 원조인 BMW 보다 적용 차종이 더 많다. 승용차는 물론 오프로더와 크로스오버까지 AMG 버전이 있다. 한편에서는 A, B 클래스에도 AMG 버전이 나온다는 전망도 있다. AMG 같은 고성능 버전은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데 효과가 있고 마케팅에서도 유리하지만 마진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메르세데스-AMG GmbH는 메르세데스의 고성능 차량의 개발 뿐 아니라 액세서리와 모터스포츠까지 다양한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 그리고 1인 1엔진 전담 시스템을 통해 벤츠와는 다른 스페셜 성격을 강조한다. 이런 것들은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이다.

BMW의 M과 AMG는 시작점이 다르다. M은 처음부터 BMW의 자회사로 시작했지만 AMG는 다임러가 인수한 것이다. 역사만 놓고 본다면 AMG가 더 길다. AMG은 1967년 설립됐고 90년대 들어서면서 벤츠와의 파트너십이 강화됐다. 그리고 벤츠의 카탈로그에 AMG의 제품이 정식으로 등록되기 시작했다.

AMG 모델에 사용되는 엔진은 AMG가 개발한다. 그리고 점점 벤츠와의 출력 차이도 커지고 있으며 세련미도 더해지고 있다. 이전에는 V6 수퍼차저도 튠업 했지만 지난 2004년부터는 V8과 V12만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AMG의 6.2리터 자연흡기는 CLK 63 AMG에 첫 선을 보였다. 이 엔진은 5.5리터 수퍼차저를 대체하는 성격으로 약 4년의 개발 기간을 거쳤다. 개발을 맡은 사람은 포르쉐 카레라 GT의 V10 엔진을 설계한 베른트 라믈러로, 토크 중심이었던 AMG의 전통에 고회전 파워을 더했다.

최근 국내에 선보인 E 63 AMG는 구형과 비교 시 엔진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엔진은 구형에 사용되던 6.2리터를 튠업한 정도지만 변속기는 5단 자동에서 7단 듀얼 클러치로 대폭 업그레이드 됐다. 토크 컨버터에서 듀얼 클러치로의 변화는 실질적으로 출력이 상승한 효과를 가져온다. MCT로 불리는 AMG의 듀얼 클러치는 SL 63 AMG에 첫 선을 보였고 E 63 AMG까지 확대 적용되고 있다. 큰 토크를 감당하면서도 최대 7,200 rpm의 높은 회전수까지 대응할 수 있는 값비싼 유닛이다.

EXTERIOR & INTERIOR

독일제 고성능 버전이 그렇듯, E 63 AMG 역시 일반 E 클래스와의 외관상 차이는 크지 않다. 아는 사람만 알아 볼 수 있는 정도다.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쳐다보는 사람도 많지 않다. 소리만 제외하면 말이다. 이마저의 차이도 천천히 달리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실루엣은 차고를 낮추면서 잔뜩 웅크린 모습이 됐다. AMG 모델이 갖고 있는 은은한 포스가 풍긴다. 스포티하다고 느꼈던 프런트는 괴물 같은 인상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선입견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진다. 모양은 비슷하지만 내용물은, 특히 성능을 결정짓는 엔진은 전혀 다른 물건이 들어있는 것이다. 외관만 본다면 트렁크와 프런트 펜더에 붙은 E 63 AMG 로고 정도만이 다를 뿐이다.

타이어의 사이즈는 앞-255/40R/18, 뒤-285/35R/18이다. 엔진의 배기량이나 출력을 생각하면 타이어나 휠 사이즈 모두 검소한 편이다. 메르세데스는 다른 메이커에 비해 출력 또는 차체 대비 휠을 작게 쓰는 편이다. 타이어는 콘티넨탈의 컨티스포트컨택3로 접지력이나 소음 모두 대단한 제품을 끼웠다.

실내도 기본적인 디자인은 같지만 일반 E 클래스 보다 타이트한 느낌이 강하다. 우선 시트 포지션이 낮고 달라진 일부 트림이 스포티함을 부추킨다. 아쉬운 것은 E 클래스와의 소재 차이가 크지 않은 것. AMG 정도면 알칸타라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데, E 63 AMG는 천정도 검은색 직물로 덮었다.

시트는 현존하는 모든 기능이 적용됐다. 없는 것은 등받이 상단을 별도로 조절하는 기능 정도? 오른쪽에 붙은 패널을 통해서는 요추와 날개의 각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고 쿠션 앞부분도 늘어난다. 시트의 날개는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 움직이면서 옆구리를 받쳐준다. 어떤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효과가 더 크다. 시트의 앞부분이 늘어나는 양이 크진 않다. 시트에는 3단계 냉난방 기능과 안마 기능도 내장됐다. 이전보다 패널의 모양도 팩토리 사양 같아졌다.

기어 레버도 다르다. 재미있는 것은 E 클래스 세단과 쿠페, AMG의 기어 레버 디자인이 다르다. 흔치 않은 경우다. 세단은 스티어링 컬럼에 붙었지만 쿠페는 플로어에 있다. 그러니까 E 63 AMG는 쿠페를 닮은 것인데, 디자인은 전혀 다르다. 변속기가 듀얼 클러치가 적용되면서 기어 레버의 디자인이 확 달라졌다.

길이가 짧은 레버는 수동과도 같은 느낌을 주고 I형 기어 레버는 최근의 BMW와 조금 비슷하다. P는 버튼만 누르면 전환되고 나머지 모드는 레버를 위아래로 움직이면 된다. P에서 한번만 내리면 바로 D, 위로 올리면 R, 살짝 한 번만 내리면 N이다.

그리고 기어 레버 오른쪽에는 주행과 관련된 버튼들이 현란하게 늘어서 있다. 상단부터 설명하자면 변속기 모드(C, S, S+, M, RS), 3단계 ESP, 3단계 댐퍼 조절, 그리고 AMG이다. AMG는 BMW의 M처럼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자동으로 기어가 수동 모드로 바뀌고, 댐퍼도 스포트 플러스로 변환된다. 한 방에 가장 열심히 달릴 수 있는 설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모드가 너무 많아 첨에는 어떤 걸로 달려야 할지 고민도 된다.

4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은 쿠페가 아니라 세단과 같다. 그런데 림에 적용된 가죽은 쿠페와 같다. 세단과 쿠페의 운전대를 혼용한 것이다. 스티어링 휠은 주로 잡는 위치에 가죽을 덧대고 림에 굴곡을 줘 그립감을 높였다. 시프트 패들의 재질도 다르다.

계기판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동일한데, 바탕색을 바꾸고 원형 클러스터를 적용해 다른 느낌을 준다. 320km/h까지 새겨진 속도계와 AMG, 6.3 AMG 로고도 눈에 띈다. E 350의 경우 레드존이 6천 rpm 조금 넘어서 시작되는데, E 63 AMG는 7천 rpm 이상으로 확대됐다. 가운데 액정에는 속도와 기어 단수 등의 많은 정보가 표시된다.

POWERTRAIN & IMPRESSION

E 63 AMG는 환영 인사도 요란하다. 요즘은 시동을 걸면 계기판 게이지가 끝까지 갔다가 떨어지는 차들이 많은데, E 63 AMG는 ‘펑’하고 배기음이 터진다. 멍하니 시동 걸면 놀란다.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하라는 의미 같다. 그리고 조용한 곳에서 시동 걸면 그 소리가 그야말로 우렁차다.

둥둥 거리는 배기음이나 엔진 사운드는 아이들링에서도 결코 작지 않다. E 클래스와는 접근이 다르다. 그리고 아이들링에서는 시트와 운전대로도 꽤 많은 양의 진동이 전달된다. E 클래스라면 아니될 말이지만 AMG니까 이해된다.

모드가 많아서 무얼 선택할지 잠시 고민했다가 가장 온순한 C(댐퍼 노멀)로 시작했다. 스로틀 개도가 대략 20% 정도를 넘지 않는다면 525마력의 힘은 잠시 숨을 죽이고 있는다. 그냥 편하게 탈 수 있다. 이 점이 AMG의 가장 큰 장점일 수도 있다.

C에서도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잠시의 휠 스핀 이후 튀어나간다. 가속이 분명 빠르긴 한데 컨트롤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엄청난 힘을 뒷바퀴로만 감당하긴 하지만 세련된 전자 장비들이 남아도는 출력을 알아서 처리해 준다. 운전자는 운전대 꼭 잡고 앞만 보고 달리면 된다.

반대로 가장 하드코어한 세팅(AMG 버튼 누르고 ESP 완전 오프)은 좀 짜릿하다. 이 상태에서 왼발로 브레이크를 힘껏 밟고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4천 rpm까지 올라갔다 1,500 rpm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브레이크에서 왼발을 떼면 뒷바퀴가 잠시 땅을 후벼 판다. 시작 회전수가 그리 높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면서 좌우로 꿈틀대고 튀어나가고 차체 거동도 대단히 불안해진다. 순간적으로는 옆으로 돌아가는 상황도 나올 뻔 했다. 단순하게 가속력만 본다면 C 보다도 느리다. 타이어가 그립을 잡기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그립을 잡고 난 이후에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변속할 준비를 해야 한다. 처음에는 1단 레드 존에 걸리기 일쑤다. 수동 모드에서는 자동으로 시프트 업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변속할 준비와 ESP 다시 켤 만반의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E 63 AMG를 ESP 오프 상태로 달리는 것은 살 떨리는 일이다. 가장 좋은 것은 ESP를 한 번만 누르는 것이다. 그럼 개입이 늦어진다. 참고로 ESP를 완전히 끄려면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한다.

E 63 AMG의 자연흡기 엔진은 3천 rpm 이하에서는 온순하다. 고회전 출력 대비 그렇다는 것이다. 3천 rpm이 넘으면 회전수의 상승이 대단히 빨라지고 7천 rpm을 넘어서도 출력의 저하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고회전 질감도 대단히 좋다. 기통당 배기량이 800cc에 육박하는 엔진으로서는 상당히 고회전 지향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고회전 팍팍 써가면서 운전해야 제대로 성능을 즐길 수 있다.

E 63 AMG는 계기판에 200이라는 숫자가 너무 우습게 찍힌다. 풀 스로틀 하면 정말 금방이고, 반만 밟아도 어느덧 200km/h이다. 그리고 200km/h에서의 가속력도 정말 대단하다. 엔진의 강력한 힘은 속도 제한 프로그램마저도 뚫어버릴 것 같은 기세다.

2~4단의 최고 속도는 각각 93, 147, 210km/h로, 5단에서 속도 제한이 걸린다. 이 시점에서의 회전수는 6천 rpm이 조금 못 미친다. 회전수의 여유DJL 남은 기어 2개를 생각하면 300km/h로 너끈할 듯싶다. 속도 제한은 7단으로 달려도 회전수가 4천 rpm이 채 되지 못한다.

7단 MCT는 변속 시점을 놓쳐 회전수 제한에 걸린 상태에서 시프트 업 해도 버벅거림이 별로 없다. 보통은 레드 존 근처에서 시프트 업 하면 미끄러짐이 발생하기 쉽다. 하지만 7단 MCT는 고회전에서도 착착 달라붙고 시프트 다운에서 회전수를 보상하는 기능이 탁월하다. 그리고 C, S, S+, M 모드에 따라 빨라지는 변속 시간이 재미를 더한다. 스포츠 주행에서는 S+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M 모드에서 변속 시간은 0.1초에 불과하다.

사실 직진 가속은 긴장이 덜하다. 어차피 계기판 상으로 255km/h 밖에(?) 나가지 않고 넓은 직선주로는 가속감이 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너에 들어서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차도 크고 출력도 센 E 63 AMG를 코너에서 마구 밀어 붙이기는 조심스럽다. 코너에서는 약한 오버스티어틱(?) 세팅이다. 오버스티어가 난다기 보다는 운전의 재미를 살리는 차원에서 머리가 살짝 안쪽을 향한다. 그러니까 타이어 소리가 살며시 나기 시작하는 시점까지 거의 뉴트럴을 유지하고 여기서 약간 더 진행되면 ESP가 마무리 해준다. E 63 AMG는 스티어링 기어비도 E 500 보다 22%가 짧다.

고성능 모델은 하나 같이 브레이크가 좋다. E 63 AMG도 예외가 아니다. 근래에 타본 차 중 가장 좋다. 단순히 제동력만 좋은 게 아니라 급제동 시 자세가 정말 환상적이다. 200km/h 이상의 급제동에서 차 전체가 가라앉는 느낌은 포르쉐에서나 느꼈던 것이다. 동일 속도에서의 급제동을 연속으로 3번 해도 페이드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AMG 역시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 이제 대배기량을 버리고 (다운사이징이라고 말하기 무색한) 5.5리터 트윈 터보를 개발했다. 새 트윈 터보 V8은 S 클래스에 첫 선을 보이고 차후 E 클래스의 AMG 버전에도 선보인다. 따라서 현재의 E 63 AMG는 벤츠의 대배기량 자연흡기를 즐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주요제원 메르세데스 벤츠 E63 AMG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85×1,855×1,440mm.
휠베이스 : 2,875mm
트레드 앞/뒤 : 1,590/1,610mm
공차중량 : 1,940kg
트렁크 용량 : 540리터
연료탱크 : 80리터

엔진
형식 : 6,208cc V8 DOHC
보어×스트로크 : 102.2×94.6mm
압축비 : 11.3 :1
최고출력 : 525마력/6,800rpm,
최대토크 : 64.2kg.m/5,200rpm

트랜스미션
형식 : 7단 MCT
기어비 : 4.38/2.86/1.37/1.00/0.82/0.73
최종감속비 :

섀시
서스펜션 앞뒤 : 4링크/멀티 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 V 디스크
타이어 앞뒤 : 235/40R18, 255/35R18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4.5초
최고속도 : 250km/h
연비 : 6.5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360g/km

가격
1억 4,100만원(VAT포함)

(작성일자 : 2010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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