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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지프 그랜드 체로키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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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0-12-01 01: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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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그랜드 체로키가 많이 달라졌다. 회생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평가하고 싶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기존 오프로드 성능에 온로드 주행 성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시트나 하체는 미국 SUV답지 않게 단단하다. 펜타스타 V6는 성능 자체는 괜찮지만 초반 기어비가 너무 긴 느낌이 있다. 방음에도 많이 신경 쓴 것으로 보인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구형보다 확실히 상품성이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바닥까지 떨어졌던 크라이슬러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 미국 빅3가 위기라는 말은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그동안 어떻게 버텨왔다. 자국 시장에서 기본적인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다 2008년에 와서 한 방에 갔다. 정확히 보면 그동안 부실했던 기초 체력이 강한 병균을 만나 밑천을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 동안 힘들었던 건 다른 메이커도 마찬가지지만 크라이슬러가 유독 심했다. 일단 포드, GM에 비해 볼륨이 작았고 다임러와의 합병 이후로 제품 개발이 원활치 않았다. 물론 제품의 상품성도 떨어졌다. 덩치가 큰 GM이나 진즉에 준비해 놨던 포드는 비빌 언덕이라도 있었는데 크라이슬러는 그런 게 없었다.

그때 미국 메이커에게 대두됐던 문제가 소형차였다. 이제 기존의 차로는 경제 한파에서 살아남기 힘드니 우리도 아시아 메이커들처럼 소형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소형차는 생각 이상으로 만들기가 어려운데 그동안 SUV와 트럭에서 큰 이익을 남겨 먹었던 미국 빅3에게는 더욱 쉽지 않았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고심하다 꺼낸 카드가 체리와의 파트너십이었다. 중국 체리 공장에서 소형차를 만들어 미국으로 수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크라이슬러가 얼마나 급한 사정이었는지 알 수 있다. 지금이야 피아트와 손잡고 유럽에서는 검증된 플랫폼과 기술로 소형차를 내놓을 계획이지만 그때는 그것도 그럴싸하게 들렸다. 결국 그 계획은 흐지부지 사라졌으니 그래도 크라이슬러에게 일말의 판단력은 있었던 셈이다. 체리가 만든 소형차에 크라이슬러 배지 붙여서 팔았다면 이미지는 더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어려운 시기가 2년 정도 흐르면서 크라이슬러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갔다. 가장 큰 이유는 팔릴 만한 신차 또는 부분 변경, 이어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라인업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과는 별도로 새 모델이 없으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걸 알면서도 새 모델을 내놓지 못했으니 정말로 어려웠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뚜렷한 신차가 없었다. 피아트와 손잡고 나서 한숨을 돌린 후 처음 나온 모델이 바로 신형 그랜드 체로키이다. 그랜드 체로키 같은 모델은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포드나 GM도 그렇지만 크라이슬러도 SUV가 어느 정도는 팔려줘야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다. 그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하는 게 그랜드 체로키다. 그랜드 체로키는 크라이슬러가 야심차게 개발한 펜타스타 V6 엔진이 처음으로 탑재됐다는 의미도 있다. 시승차는 고급 버전인 오버랜드 모델이다.

EXTERIOR

그랜드 체로키의 스타일링은 우람해졌다. 구형은 덩치가 크긴 해도 날렵한 쪽에 속했는데 신형은 각을 세우면서 한층 존재감이 더해졌다. 그리고 그랜드 체로키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강조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상징과도 같은 세로바 그릴은 크기도 커졌지만 크롬을 잔뜩 채용해 유독 눈에 띈다. 시승차는 빨간색이어서 시내에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많이 모았다.

그랜드 체로키는 한 눈에 보기에도 차가 커진 것을 알 수 있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822×1,943×1,764mm, 휠베이스는 2,915mm로 구형(4,750×1,870×1,780mm, 휠베이스 2,780mm)에 비해 모든 수치가 늘어났다. 줄어든 것은 전고 뿐이다. 요즘은 차가 커지면서 전고는 낮아지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그랜드 체로키도 그런 경우다. 전폭과 트레드를 넓혔음에도 공기저항계수는 0.40에서 0.37로 대폭 낮아졌다. 이 정도의 사이즈의 SUV로서는 낮은 수치이다.

수입차로는 드물게 국산 타이어가 달렸다. 금호 솔루스 KL21은 사이드월의 무늬가 특이해 눈길을 끈다. 사이드월만 본다면 고성능 타이어를 연상시킨다. 일반 모델에는 265/60R18 사이즈가 달리는데 오버랜드에는 265/50R20가 장착된다. 미국 SUV의 순정 타이어 편평비가 50시리즈까지 내려간 것도 눈에 띈다.

INTERIOR

실내는 크라이슬러 특유의 싼 티를 벗었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포장을 잘한 것만 해도 절반의 성공이다. 실내는 기존의 짚과는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그랜드 체로키가 기대주니만큼 노력한 모습이 보인다.

일단 대시보드의 플라스틱이 좋아졌다. 여전히 딱딱하긴 하지만 그래도 포장을 잘했다. 대시보드에는 두 줄기 바늘땀도 새겼고 우드그레인의 시각적인 질감도 많이 좋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크라이슬러가 즐겨 쓰던 회색톤의 플라스틱이 보이지 않아서 좋다. 예전부터 이해가 가지 않았던 부분이 회색빛 플라스틱이었다. 실내로 들어서면 고급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비싼 차라는 느낌을 받는다.

센터페시아의 기본 판은 비슷한데 세부적인 디자인은 확 다르다. 상단에는 모니터가 마련돼 있고 아래에 공조장치가 배열된 디자인이다. 모니터의 화질은 그럭저럭 볼만 하지만 크기는 좀 작다. 요즘 나온 차로서는 모니터의 크기가 작다고 할 수 있다. 후방 카메라의 화질은 이보다 좀 더 떨어진다. 메뉴는 모니터 좌우 버튼으로 찾아 들어가고 한글 지원은 되지 않는다. MP3에 있는 파일을 옮기는데 약 2GB 전송에 5분이 좀 넘게 걸린다.

공조장치는 사용하기 쉬운 디자인이고 온도 조절도 좌우 따로이다. 거기다 시트 냉난방 2단계 기능이 있는 게 눈에 띈다. 온도 조절 다이얼에 있는 오프 버튼은 좀 작아 보인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스티어링 휠 열선 기능도 마련된다.

기어 레버는 기존 방식 그대로이다. 별도로 젖히는 동작이 필요 없이 D에서 옆으로 치면 곧바로 수동 모드이다. 다시 D로 돌아가고 싶으면 약간 길게 누르면 된다. 기어 레버 앞에는 넓은 수납함이 있고 내용물을 지지하는 컵홀더의 고무 날개는 좀 작아 보인다. 전형적으로 스타벅스 사이즈의 컵을 위한 크기이다.

기어 레버 뒤에는 셀렉-터레인(Selec-Terrain™) 다이얼이 있다. 지형에 따라 운전자가 모드만 선택해 주면 된다. 랜드로버에서 시작된 이 기술은 갈수록 적용 차종이 늘어나고 있다. 셀렉-터레인은 스포트와 스노우, 오토, 샌드/머드, 록 5가지 모드가 있다. 평상시에는 오토로 놓고 다니면 된다. 그리고 다이얼 좌우에는 4WD 로우와 내리막 차고 조절 버튼이 있다.

계기판 시인성은 평범한 편인데 속도계는 눈에 금방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디지털 속도계로 확인이 가능하니 큰 문제는 아니다. 가운데 액정에는 실시간 연비와 차량 속도, 타이어 압력 등의 다양한 정보가 표시된다. 3스포크 디자인으로 바뀐 스티어링 휠에는 음성 인식과 핸즈프리, 크루즈 컨트롤 등의 버튼이 마련된다. 흔히 사용하는 오디오 선국과 볼륨 조절 버튼은 림 뒷면에 있다.

2열까지 개방감을 주는 파노라마 선루프는 덮개와 유리 모두 원터치로 작동된다. 오버헤드 콘솔의 버튼으로는 트렁크도 열 수 있다. 유리는 1열 좌우만 상하향 원터치가 적용된다. 시트는 미국 SUV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단단하다. 앉았을 때 흔들림이 적고 가죽의 질감도 나쁘지 않다. 작동은 모두 전동이며 이지 액세스 기능도 적용된다.

2열은 상당히 넓다. 성인이 앉아도 레그룸을 포함한 모든 공간이 넉넉하다. 시트의 쿠션도 1열처럼 단단한 편이다. 2열 시트는 60:40으로 폴딩이 가능하고 트렁크과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트렁크 바닥에 크롬 바를 덧댄 것을 보면 크라이슬러가 신경 좀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286마력(35.9kg.m)의 힘을 내는 3.6리터 펜타스타 V6와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된다. 펜타스타 V6는 이전의 3.5리터 보다 출력은 20%가 높지만 연료 소모는 10%가 줄었다. 리터당 출력이나 토크 모두 경쟁력이 생긴 셈이다. 반면 변속기는 여전히 5단을 고수하고 있어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이들링에서는 약한 소음만 발생한다. 엔진룸의 방음에도 신경을 쓴 모습이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전반적인 방음이 좋은 편이다. 아이들링은 물론 주행 시 실내로 올라오는 노면 소음이 상당히 걸러진다. 그리고 바람 소리도 키 큰 차로서는 적은 편이다.

우선 관심이 가는 것은 새로 개발한 펜타스타 V6 엔진의 성능이다. 펜타스타 V6는 생각보다 저회전 토크가 좋다. 회전수가 낮은 상태에서도 풍부한 토크를 발휘하며 회전수가 2천 rpm 정도에서도 회전수 바늘이 빠르게 올라간다. 이전 같았으면 저회전 토크만 좋고 고회전으로 가면 출력의 저하가 심했지만 펜타스타는 비교적 끈질기게 힘을 쏟아낸다. 고회전에서의 질감도 좋은 편이다.

반면 풀 가속에서는 출력에 기대하는 만큼의 성능은 아니다. 아무래도 2.2톤에 이르는 차체 중량이 부담되는 듯하다. 그리고 기어비가 너무 길다. 1, 2단에서 각각 83, 138km/h에서 변속되고 3단으로 180km/h를 넘긴다. 3단으로 5,500 rpm이 조금 넘는 시점에서 속도 제한에 걸린다. 내리막에서는 이 이상을 잠시 넘기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이 기어비는 예전의 벤츠 C 320과 비슷하다. C 320도 3단에서 190km/h까지 가속됐던 기억이 있다. 아우디도 5단 시절에는 이런 식으로 기어비 폭이 컸다. 연비를 고려해서인지 별도의 비용 상승을 막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차가 무거운 그랜드 체로키에는 기어비 폭이 너무 넓은 게 아닌가 싶다. 물론 크게 부족함 없는 성능을 발휘하긴 한다. 5단으로 100km/h를 달릴 때 회전수는 1,800 rpm이다.

앞서 말한 시트처럼 하체도 단단해졌다. 댐퍼 스트로크가 상당히 짧아진 게 눈에 띈다. 그랜드 체로키가 이정도로 단단해질지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온로드 성능까지 잡으려고 고심한 세팅이 아닌가 싶다. 시트도 단단하기 때문에 저속에서는 유럽차 같은 느낌도 난다. 물론 온로드에서의 핸들링 성능이 그 정도로 민첩한 것은 아니다. 스티어링 기어비를 포함해 날렵한 운동 성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회전할 때는 차체의 기울어짐도 크고 ESC도 일찍 개입한다.

오프로드는 가보지를 않아서 딱히 말할 순 없지만 구형의 성능을 생각하면 신형은 더 좋아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것은 보통 사람도 오프로드를 다니기가 쉬워졌다는 것. 셀렉-터레인은 지형과 상황에 따라서 모드만 선택해주면 파워트레인과 4WD 시스템이 알아서 최적의 세팅으로 변한다. 차고 조절 폭도 상당히 커서 가장 높이 올리면 차체가 껑충해질 정도다. 속도가 120km/h를 넘으면 차고는 자동으로 낮아진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의 상품성은 상당히 좋아졌다. 변속기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 새로 개발했다는 펜타스타 V6 엔진의 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연비에 불리한 V6 가솔린 사양이 얼마만큼 통할지는 미지수다. 빠르게 달리면 연료 게이지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반면 계기판에 에코 등이 들어올 정도로 가속 페달을 살살 밟으면 괜찮은 실시간 연비가 나오긴 한다. 그랜드 체로키가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디서 구하든 3리터 디젤 모델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요제원 짚 그랜드체로키 3.6 V6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22×1,943×1,764mm
휠베이스 : 2,915mm
트레드 (앞/뒤) : 1,628/1,643mm
최저 지상고 앞뒤 : 스틸 서스펜션 218mm / 255 mm
에어 서스펜션 앞뒤 : 205 mm / 238 mm
공차 중량 : 2,190kg
트렁크 용량 : 782리터 (1,554리터; 2열 폴딩시)
연료탱크 용량 : 93.5리터

엔진
형식 : V6 DOHC VVT
배기량 : 3,604cc
최고출력 : 286마력/6,350rpm
최대토크 : 35.9kg.m/4,300rpm
보어×스트로크 : 96.0×83.0mm
압축비 : 10.2 :1

섀시
구동방식 : 4WD
서스펜션 (앞/뒤) : 더블위시본/ 5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 265/60R18(오버랜드 265/50R20)

변속기
형식 : 5단 AT
기어비 : 3.59/2.19/1.41/1.00/0.83
최종감속비 : 3.07

성능
0-100km/h 가속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m
연비 : 7.8km/리터
접근각 : 26도(스틸 서스펜션) /25도(에어 서스펜션 노멀 모드)
램프각 : 19.0도(스틸 서스펜션)/18도(에어 서스펜션 노멀 모드)
이탈각 : 24도(스틸 서스펜션) /23도(에어 서스펜션 노멀 모드)

시판 가격
오버랜드 6,890만원,
고급형 5,590만원 (부가세 포함)

(작성일자 : 2010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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