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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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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0-12-22 00:22:57

본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전형적인 미국의 차이다. 국내에서 팔리는 유일한 미국의 풀 사이즈 SUV이기도 하다. 구형도 힘이 셌지만 현행 모델은 더욱 강력하다. 가속 시 느낌은 날랜 장갑차 같다. 구형에 비해 방음도 좋아졌다. 타이어가 285mm나 되지만 더 두꺼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은 남아돌지만 속도가 180km/h에서 제한되는 건 반갑다. 덩치에 비해 브레이크가 약한 게 흠이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크면 잘 팔리는 특성이 있긴 한데, 너무 크면 생각 좀 해봐야 한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얘기다. 에스컬레이드는 전형적으로 미국을 위한, 미국인이 타는 차다. 큰 차들이 가득하는 미국에서도 가장 큰 사이즈의 SUV 중 하나이다. 거기다 미국차니 당연히 가솔린이다. SUV=디젤차로 인식되는 한국에서는 참으로 뜬금없는 수입차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가장 미국적인 게 다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고 생각은 된다.

에스컬레이드는 1998년 데뷔했다. SUV가 마구 팔리던 시절, 기회는 찬스다 싶어서 만든 차가 에스컬레이드다. 그때는 이렇게 큰 차도 괜찮아 하면서 대충 넘어가던 좋은 시절이었다. GM은 에스컬레이드를 보면서 좋았던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도 있겠다. 에스컬레이드 같은 풀 사이즈 SUV는 볼륨이 많진 않아도 수요는 분명히 있다. 거대한 것을 좋아하는 수요층의 심리를 잘 파악했다고나 할까.

실제로 에스컬레이드는 잘 팔렸다.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됐던 1999년에는 2만 3,897대, 2000년에는 2만 3,346대, 2001년에는 3만 1,816대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가 2002년 4만 9,644대, 2003년 5만 9,743대, 2004년 6만 2,250대로 정점을 찍었고 2005~2007년에도 5만 1,444대, 6만 2,206대, 6만 991대가 팔렸다. 그리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찾아온 재작년과 작년에도 3만 9,710대, 2만 5,884대가 팔렸으니 아직까지는 짭짤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에스컬레이드는 캐딜락의 첫 SUV라는 의미도 있다. 폭발하는 미국의 SUV 시장을 겨냥한 모델이었다. 승인이 떨어진 후 단 10개월 만에 양산이 될 정도로 GM이 서둘렀다는 후문도 있다. 초대 모델은 GMC 유콘 데날리 베이스로 트럭의 냄새가 많이 났지만 2002년형 모델부터는 캐딜락 특유의 디자인 테마가 적용돼 차별화를 시도했다.

초대 모델이 생각보다 인기가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5인승 모델만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2년의 2세대는 플랫폼을 GMT800으로 바꾸는 한편 EXT를 제외한 모든 모델에는 8인승 시트를 기본으로 했다. 현행 모델인 3세대는 2007년 데뷔했고 플랫폼도 GMT900, 변속기는 6단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2008년에는 모든 모델에 MRC(Magnetic Ride Control)가 추가되기도 했다. 시승차는 2008년에 추가된 플래티넘 에디션이다.

EXTERIOR

에스컬레이드의 시승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이고 보는 건 그 때 이후 처음이다. 처음 봤을 때 그 덩치에 참 놀랬는데, 두 번째 봐도 놀라운 건 마찬가지다. 첫 시승 때 세차장에 가니 이런 차는 일반 SUV 보다 두 배는 받아야 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덩치가 덩치니 뭐라 말을 못했다.

그럼 에스컬레이드는 얼마나 큰가. 전장×전폭×전고는 5120×2010×1925mm이다. 전장은 흔히 보는 기함과 큰 차이는 없는데 전폭과 전고가 대단하다. 특히 전고는 내 키를 훌쩍 뛰어 넘는다. 시승하면서 나보다 키 큰 차가 있었던가 싶다. 어지간히 크다고 하는 SUV는 에스컬레이드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에스컬레이드의 현재 스타일링은 2세대부터 자리 잡기 시작해 현행 모델에서는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변했다. 전면은 번쩍대는 캐딜락 특유의 그릴이 압도적이고 커다란 헤드램프가 웅장함을 거든다. 덩치에 맞게 뭐든지 큼직큼직하다. 그릴과 헤드램프, 엠블렘, 도어 핸들, 사이드 미러, 리어 해치의 손잡이, 심지어 주유구까지 크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듀엘러 H/L, 사이즈는 285/45R/22이다. 정말 22인치는 껴줘야 폼이 사는 덩치다. 그래도 그렇게 크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째서 구형은 폼 안 나게 17인치였는지 모르겠다. 구형과 비교해 보면 타이어의 편평비가 70시리즈에서 45시리즈로 대폭 낮아진 게 눈에 띈다. 22인치 휠은 플래티넘 에디션 전용이다.

INTREIOR

차가 높다보니 새로운 편의 장비를 마련했다. 문을 열면 차 바닥에서 넓은 도어 스텝이 펼쳐져 나온다. 이 도어 스텝은 문을 닫으면 다시 접혀 들어간다. 이것도 분명 폼 나는 장비다. 근데 성격 급한 사람한테는 작동이 좀 느릴 수 있을 것 같다. 어떨 때는 이미 다리 하나 집어넣는데 그때야 펼쳐지기도 한다.

실내는 트럭 같았던 느낌이 많이 사라졌고 대시보드의 재질도 확실히 좋아졌다. 구형의 경우 대시보드를 두들기면 텅 빈 소리가 났는데 플래티넘 에디션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플라스틱의 질이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다.

가격이나 브랜드, 덩치를 생각하면 실내 디자인도 더 화려해야 하지 않나 싶다. 일단 센터페시아 디자인이 단순하다. 대시보드 상단에 달린 아날로그 시계는 실내 디자인의 포인트이다. 자동차에 달린 시계 중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시인성은 별로라서 장식의 성격이 강하다. 디자인만 본다면 구형에 달렸던 블가리 시계가 더 고급스러워 보이긴 한다.

모니터는 화질이 좋긴 한데 기능은 별 다른 게 없다. 일단 내비게이션이 없다. 내년 1월 말부터는 각 모델에 내비게이션이 장착된다고 한다 그리고, 후방 카메라에는 가이드 라인도 없다. 모니터 하단의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에서는 트럭의 느낌이 다소 남아있다. 버튼의 작동감도 좋은 편은 아니다.

센터 콘솔 앞에 있는 컵홀더는 냉온 기능이 있다. 버튼으로 냉온을 선택할 수 있어 여름 또는 겨울에 요긴하다고 할 수 있다. 넓은 센터 콘솔 박스에는 USB 단자가 있고 매뉴얼도 수납돼 있다. ‘매뉴얼은 보통 글로브 박스에 있는데’ 하면서 글로브 박스를 열어보니 작아서 매뉴얼이 들어가지 않는다. 크게 흠 잡을 건 아니지만 덩치에 비해 글로브 박스가 작다 싶다. 유리는 1열만 상하향 원터치이고 2열은 유리가 반만 내려간다.

계기판은 4개의 게이지에 금속 링을 덧대 꽤 고급스럽다. 구형은 마일과 km/h가 겹쳐져 있었는데 신형은 해외 시장도 생각했는지 km만 표시된다. 가운데 액정을 통해서는 차량의 세팅과 트립 컴퓨터 정보가 표시된다. 고급스러운 계기판 디자인과 달리 비상등 스위치가 컬럼에 있는 건 정말 구식 디자인이다. 급하게 비상등 누르려면 운전대에 손이 걸리기 쉽다. 그리고 스티어링 휠이 위아래로만 전동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반전이다. 그러니까 운전대 거리 조절은 되지 않는다. 대신 페달의 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시트는 가죽의 질이나 착좌감 모두 좋다. 이전에 비해 크기도 넉넉해진 듯하다. 무엇보다도 시트 포지션이 높다. 가장 낮게 해도 도로를 내려다보는 포지션이다. 시트 포지션이 얼마나 높은가 하면 옆을 달리는 현대 카운티 기사님과 눈높이가 같고 맞은편 시내버스 기사님과 악수도 할 수 있을 정도다.

시트는 2-2-2 배치이다. 3열까지 독립된 2개의 시트가 마련된다. 2열 독립 시트는 열선과 별도의 냉난방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고, 공간도 충분히 넉넉하다. 또 천정에 달린 모니터를 통해 영화를 볼 수도 있다. 2열은 무릎 공간이 생각보다 넉넉하진 않은 것에 반해 3열은 또 그럭저럭 탈만하다. 3열 시트는 더블 폴딩이 가능해 두 번 접을 경우 매우 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작동도 매우 부드럽다. 3열 시트의 레버에는 친절하게 접는 순서를 알려주는 번호까지 매겨져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6.2리터 V8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로 조합된다. V8 엔진의 출력은 403마력, 최대 토크는 57.6kg.m으로 대배기량 엔진에 걸맞는 힘을 자랑한다. 이 V8 엔진은 VVT와 실린더 컷 오프 기능인 AFM(Active Fuel Management)까지 적용돼 있다.

에스컬레이드는 전반적으로 조용해졌다. 아이들링 시 엔진 소음의 유입이 적고 그르렁 댔던 배기음의 볼륨도 많이 잦아들었다. 이전의 머슬적인 느낌은 희석됐지만 일반적인 소비자에게는 더 어필할 듯싶다. 운전대로는 약하게 진동이 전달된다.

대배기량에서 나오는 토크 덕분에 지체 현상 그런 거 없다. 아이들링만 벗어나면 큰 힘이 나오고 의외로 고회전의 질감도 좋다. 구형의 V8 엔진과 비교한다면 모든 면에서 좋아졌다고 할 수 있다. 순발력은 큰 덩치를 잊을 만큼 빠르다. 커다란 덩치가 튀어나가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으면 뒤 타이어가 순간적으로 미끄러지기까지 한다.

동력 성능은 구형과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다. 엔진의 힘도 좋아졌지만 기어가 6단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한 이점이다. 구형의 경우 140km/h에서 3단으로 넘어간 후부터는 가속력이 주춤했는데 현행 모델은 속도 제한 시점까지 순식간에 가속된다. 1, 2, 3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65, 110, 160km/h이며 180km/h 속도 제한 시점은 4단 4,500 rpm 부근이다. 6단으로 100km/h를 달리면 회전수는 1,500 rpm에 불과하다. 컬럼식 기어 레버에는 수동 조작 버튼이 있는데 사용해볼 생각이 들지 않는다. 다른 GM의 변속기처럼 수동 모드에서는 자동으로 시프트 업/다운이 되지 않는다.

최고 속도는 180km/h에서 제한되지만 남아도는 힘을 감안하면 200km/h도 쉽게 넘길 것 같다. 하지만 별로 아쉽지 않다. 이 덩치에 그렇게 높은 속도로 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직진 안정성이 좋긴 하지만 워낙에 무게가 있기 때문에 돌발 상황에서는 능동적인 안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

구형과 비교한다면 전반적인 움직임에는 세련미가 더해졌다. 여전히 롤이 많긴 하지만 아주 대책 없이 출렁거리진 않는다. 분명 MRC의 채용 효과가 있는 듯하다. 무겁고 덩치가 커서 다른 모델에 비해 그 효과가 덜한 것으로 생각된다. 승차감은 소프트하고 연속적인 거친 노면에서 충격을 잘 흡수한다. 물론 여진은 남는다. 회전할 때는 의외로 언더스티어가 없다기 보다는 스태빌리트랙이 일치감치 개입해 아예 여지를 없애 버린다. 타이어 285mm인데 덩치에 비해 얇다고 느껴진다.

주행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은 브레이크다. 사실 기억이 나질 않아서 예전 시승기를 찾아보니 브레이크가 좋다고 했었다. 그런데 신형은 엔진과 차의 무게에 비해 약하다. 페이드 발생 여부를 떠나 기본적으로 제동 거리가 길다. 이를 확인하고 나서는 차간거리 넉넉하게 잡고 다녔다.

사실 브레이크가 아니더라도 빨리 달리는 성격은 아니다. 연비 때문이다. 공인 연비가 5.9km/L니 대략 짐작은 갈 것이다. 좀 오버해서 급가속 한 번 하면 연료 게이지의 작은 눈금 하나가 떨어진다. 그래도 AFM을 이용하면 비교적 좋은 연비를 얻을 수 있다. 동영상은 91km/h로 크루즈 컨트롤을 세팅한 것이다. 이럴 경우 계기판에 V4가 뜬다. 4기통만 움직인다는 뜻으로 이런 상태로 주행하면 연비는 12km/L 정도가 된다. 반면 직접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조절하면 V4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전형적인 미국의 SUV 에스컬레이드는 사실 도로 사정이나 세금 체계 등을 생각할 때 국내 실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다. 그러나 개성을 원하는 수요는 항상 있는 법. 치러야할 대가가 많지만 수입 SUV로서 확실히 튀는 것을 원한다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또 하나의 대안이다.

주요제원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플래티넘 에디션

크기
전장×전폭×전고 : 5,140×2,010×1,925mm
휠베이스 : 2,946mm
트레드 앞/뒤 : 1,732/1,702mm
차량중량 : 2,610 kg
연료탱크 용량 : 98리터
트렁크용량 : 479~1,708리터

엔진
형식 : 6,162cc V형 8기통 VVT
보어×스트로크 : 103.25×92mm
압축비 : 10.4:1
최고출력 403마력/5,700rpm,
최대토크 57.6kg.m/4,400rpm
구동방식 : AWD

트랜스미션
형식 : 6단 AT
기어비 : 4.027/2.364/1.522/1.152/0.852/0.667
최종감속비 : 3.42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독립식 코일오버/5-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ABS)
스티어링 : 랙&피니언(파워)
타이어 앞/뒤 : 285/45R22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
최고속도 : 180km/h(속도 제한)
최소회전반경 : --m
연비 : 5.9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397g/km
공기저항계수 : 0.36

차량 가격
1억 2,900만원(부가세 포함)

(작성일자 : 2010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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