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데스크 | 품질의 시대에서 브랜드의 시대로 |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ㅣ 사진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2-07-20 13:26:56

본문

필자는 지난 90년대에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품질 향상이 최우선임을 강조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고는 다른 어떤 것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충분히 인식한 한국의 자동차업체들은 품질향상을 화두처럼 달고 다니며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90년대 말에는 소위 ‘감성 품질’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손으로 만져지는 품질을 내 세웠다.

그런 노력의 결과 한국차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그 단적인 증거는 작년 현대의 미국 내 신차 판매다. 다른 모든 회사를 제치고 업계 최고인 41.7%나 판매가 신장되었고 올해에도 15.5% 신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그로 인해 2000년보다 7단계나 뛰어 11번째 브랜드가 되었다.

더불어 품질면에서도 많은 향상이 이루어졌다. 지난 5월 미국의 J.D.파워&어소시에이트는 현대자동차의 초기 품질은 지난 5년 동안 42%나 향상되었으며 이는 업계 최고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현대는 저가차 부문에서는 이제는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현대차만을 놓고 본 평가다. 같은 J.D.파워&어소시에이트의 초기품질조사의 상대적 평가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물론 이 단체의 조사가 전적인 신뢰를 받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미국시장의 소비자들의 취향은 그런대로 반영한다는 평가는 받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는 작년 32위(192PP100)에서 28위(156PP100)로 올라섰다. 순위보다는 결함지수가 많이 향상되어 전체평균(133)에 근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위 메이커와 하위 메이커의 갭이 더 좁혀졌다.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결함의 내용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와 같이 파워 트레인 등 주요 부품에서의 결함은 대폭 줄었다. 다만 에어벤트라든가 편의 장치등의 마무리 결함으로 인한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폭은 더욱 좁혀질 것이다. 다시 말해서 앞으로는 품질을 상품력으로 내 세우는 시대는 아니라는 것이다. 품질이 좋아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 되어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품질보증기간을 10년 10만 마일로 한 것에서 그것은 확실히 입증되고 있다. 분명 보증기간의 파격적인 연장으로 판매의 신장을 이룬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만약 그런 것 때문에 판매가 신장된다면 다이믈러크라이슬러나 이스즈와 같은 메이커들의 판매도 현대자동차 이상으로 신장되어야 한다.

품질력과 규모가 아닌 기술력과 브랜드의 시대

이스즈는 올 초 디트로이트쇼를 통해 앞으로 현대보다 더 긴 10년 12만 마일의 워런티를 제공한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이스즈의 판매는 50%가 감소했다.

앞으로 현대자동차가 주력해야할 것은 저가차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전문가들도 현대가 궁극적으로 미국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저가차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다시 말해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가 급선무라는 얘기이다. 미국에서 분류하는 마쓰다나 미쓰비시 등의 모델들이 속해 있는 Tier2 브랜드를 뛰어 넘어 토요타나 렉서스, 닛산등이 속해 있는 Tier1 등급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현대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지금 외형상 판매대수만으로 현대자동차가 잘 나간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아직도 거리가 있는 품질 개선을 위한 기초적인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 제고 혹은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21세기는 분명 브랜드의 시대다. 그 증거는 이미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90년대 품질로 승부했던 일본차들이 최근 미국시장에서 독일 메이커들의 강력한 추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4월 말까지 네 달 동안 BMW는 7만8천386대의 승용차와 경트럭을 판매해 렉서스의 7만5천164대를 추월했다. BMW가 미국 고급차 시장에서 판매 순위 1위를 기록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렉서스는 올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간 미국 내 판매량이 6.8% 증가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또 하나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도 올해 1~4월 기간에 미국시장에서 작년 같은 기간에 배해 8% 늘어난 6만8천694대를 판매했다. 유럽이 아닌 미국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일고 있는 것은 바야흐로 브랜드가 품질을 추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더불어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세계적인 화두가 되어 있는 규모의 확보다. 현대자동차가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위해 미국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도 그런 작업의 일환이다. 그렇지만 무작정 규모만 키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도 이제는 당연한 이야기가 되어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인 GM과 포드가 BMW나 토요타보다 결코 앞서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또 하나 안정적인 물량공급을 위해 필요한 것이 노사안정이다. 토요타자동차의 노사는 올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고도 기본급인상 동결이라는데 합의했다. 그 배경에는 ‘지금은 잘 나가지만 앞으로는 모른다’는 논리가 있다. 처음 협상 시작 당시 토요타의 노조는 작년도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경영진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기본급 인상을 하지 않기로 했다. 결국 노조는 보너스만 올리는 수준에서 회사안을 받아들였다. 토요타의 기본급 동결 소식은 다른 업종 전체의 노사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혼다 등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물론, 조선·철강·가전업계 등 여러 업체들이 이날 거의 모조리 기본급을 동결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닛산은 최근 몇 년 사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한 후 이익을 올려 그것을 다시 근로자에게 환원한 예도 있다. 일본 기업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고용을 유지하면서 임금수준을 거의 그대로 유지한 토요타와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한 후 성과에 따라 고임금을 준 닛산이 다른 방법을 취한 것이 어느쪽이 옳은지는 그리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궁극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이 어떤 형태로 진행이 되는지에 대한 평가는 결과를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그 목표는 경쟁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논리 아래 진행이 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문제인 기술력이다. 21세기의 기술력은 바로 대체에너지와 환경기술을 말한다. 지금 연료전지로 대표되는 차세대 운송수단 개발을 위한 자동차회사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나아가 환경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도 무엇보다 급선무다.

흔히 말하는 선진 메이커들은 이런 부분의 기술개발이 바로 브랜드 이미지로 이어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20세기의 가치와 21세기의 가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결국 21세기 자동차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조건인 품질력 확보를 시작으로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 그리고 그것을 떠 받들 수 있는 매력적인 뉴 모델과 생산능력의 확보가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21세기의 브랜드 이미지는 에너지와 환경기술에 대한 가치를 근거로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Gallery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