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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윤석은 자동차 전문 칼럼니스트이며 컨설턴트이다. 그는 수입차 태동기인 1980년대 말부터 수입차 업계에서 종사했으며 수입차 브랜드에서 제품 기획과 사업 계획 등의 전략 기획 업무를 중심으로 각종 트레이닝 업무에도 조예가 깊다. 폭스바겐 코리아에서 프리세일즈 부장, FMK에서 페라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등을 지냈다.

믿음을 잃으면 다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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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나윤석(stefan.rah@gmail.com)
승인 2016-05-22 22:04:01

본문

세계 자동차 업계가 어수선하다. 토요타의 대량 리콜, GM의 실질적 파산을 포함한 미국 빅 3에게 닥친 총체적 위기와 함께 21세기를 시작한 자동차 업계였다. 중국 시장의 약진으로 대표되는 브릭스(BRICs) 시장의 호조가 숨통을 열어주는가 했는데 이번에는 세계 1위를 넘보던 폭스바겐에서 이른바 ‘폭스바겐 스캔들’, 혹은 ‘디젤 스캔들’이라고 불리는 대형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그리고 지난 달 일본에서 시작된 미쓰비시와 스즈키의 연비 조작 스캔들로 사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다.

 

이번 사태들에는 곰곰이 생각해야 할 특징들이 있다. 그 첫째는 현재 세계 1위인 토요타, 1위였던 GM, 1위를 거의 손에 넣었던 폭스바겐 등 세계적 자동차 최강자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그 여파가 대단히 크다는 점이다. 토요타는 1천만대 이상의 사상 최대의 리콜과 함께 신뢰가 무너졌으며, GM은 사실상 파산하여 공적자금에 의지하여 회생절차를 밟는 등 이른바 ‘대마불사’라는 말이 이제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폭스바겐은 경제적 여파는 제쳐두더라도 11개의 브랜드를 거느린 자동차 왕국 폭스바겐과 메이드 인 저머니의 완벽주의 브랜드 이미지가 고객을 배신했다는 도덕적 배신으로 치명상을 입게 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특징은 전통적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일본-독일기업이 공교롭게도 미국 시장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그것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형태가 되었다는 점이다. 즉, 자동차의 최선진국-최고기업들이 문제의 원천이 되었다는 뜻이다. 

세 번째는 불법 또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토요타는 사고의 원인을 운전자 과실, 플로어 매트 등으로 설명했지만 그 뒤의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방식의 전자식 액셀러레이터, 그리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가속 페달이 밟혀 있어도 무시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소프트웨어에 대한 리콜로 번졌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는 정부와 고객 모두를 기만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로 배출가스를 속였다. 그리고 최근의 미쓰비시와 스즈키의 연비 테스트 부정 역시 일본 정부의 전방위적인 조사가 시작되자 발각되기 이전에 비로소 업체가 이를 시인한 모양새가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연비와 관련하여 과징금과 고객 배상 조치를 시행한 경우가 있었다.

이들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제작사들이 악의적으로 고객을 기만했다는 것으로서 기술적 결함에 의한 리콜과는 질이 다르다는 점이다. 즉, 진실을 이야기하지 은폐하는 듯한 인상과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며 모르고 그런 것이 아니라 알면서 그랬다는 것, 즉 믿을 수 없는 상대라는 고객들의 불신감이 자동차 업계를 상대로 바탕에 깔리게 되었다는 뜻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1위 업체인 현대차그룹은 꾸준하게 제품력을 개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새는 차’, ‘안 터지는 에어백’, ‘내수차 차별’ 등의 키워드로 대표되는 불신의 아이콘이 되고 말았다. 이 가운데는 사실인 것도 있고 단순한 루머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터넷에 의한 매우 빠른 정보 전달에 대응하지 못하는 이전 시대 스타일의 미온적이며 상황 축소 중심의 대응이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킨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의 사실들을 종합해 보면 아래와 같은 한 마디로 정리된다. ‘기존의 자동차 업계는 1류 기업들을 포함하여 모두 진실성이 부족하고, 고객의 의견에 솔직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구태의연한 조직이며, 심지어는 우리가 낸 세금으로 살아남는 골치덩어리다.’ 이런 불신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아무리 브랜드 마케팅을 통하여 이미지를 개선하고,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통하여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켜 충성도를 높인다고 할 지라도, 전반적인 이미지의 저하, 즉 ‘이미지 디스카운트’ 효과에 얽매이게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요즘은 폭스바겐 사태 이후로 디젤 엔진에 대한 강력한 조치들이 우리 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기존 자동차 업계의 이미지 추락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작년 폭스바겐 디젤 사태가 일어난 뒤 ‘이번 사태의 수혜자는 누가 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었다. 대부분은 ‘토요타’라는 대답을 원하는 질문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대답을 했다. ‘현실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대책인 디젤 엔진의 시대가 생각보다 짧아지고 그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너무 이른 시대의 변화는 불필요한 비용을 수반하며 그 비용은 고객과 사회의 부담이 될 것이다.’

그런데 기존 자동차 업계에 대한 불신과 이미지 추락은 고객들이 그 추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방향으로 이끄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IT업계는 자동차 업계보다는 선진적이고 세련된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작은 계기로 방향을 바꾼다. 지금이 그 시기일 수도 있다. 사실 무서운 것은 테슬라가 아니다. 대중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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