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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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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7-06-20 14: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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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지금까지의 미국 중심의 세계관을 바꾸어 놓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로 대변되는 그의 정치관은 지금까지 미국이 중심이 되어 온 UN 등 각종 세계 기구가 이루어 놓은 각종 조약을 무력화하려 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 내에서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는 트럼프 반대 시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와는 거리가 있는 과학자들까지 트럼프 규탄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트럼프의 반 환경적인 정책과 자동차산업의 관계를 짚어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결국 파리 기후 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대선 당시 미국의 탈퇴 공약을 실천한 것이다. 전 세계 195개국이 합의한 대표적인 기후 관련 약속인 파리 기후 협약에 그동안 가입하지 않았던 나라는 시리아, 니카라과 같은 나라였는데 여기에 미국이 포함되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바티칸의 마르첼로 산체스 소론도(Marcelo Sanchez Sorondo) 주교는 로마의 한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기후 협약은 바티칸의 현 교황인 프란치스코가 주목하고 있는 협약 중 하나로, 지난달에 이 협약에 대하여 강한 지지를 밝혔었다. 이 협약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철수를 결정함으로써 미국이 국제 사회에서의 지도력을 포기하는 동시에 국제 협약을 지킬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미국의 철수로 인해 지구의 기후 변화에 대한 악영향이 가속화되고 폭염, 홍수, 가뭄, 폭풍 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는 파리 기후 협약 기간 동안 이 협약이 가시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지도 않으면서 미국 경제로 하여금 수조 달러를 소비하게 한다고 불평했다. 그는 또한 기후 변화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이 협약이 미국 산업을 약화시키기 위한 사기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탈퇴 결정에는 공화당의 주요 의지 중 하나인 미국의 석유 몇 석탄 산업 강화가 있으며, 그들은 지난 1월 20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지 100일 만에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와 같은 결정에 미국 내에서 가장 반발한 것은 태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만약 트럼프가 파리 기후 협약을 탈퇴한다면 자문위원을 관둘 것이다’라고 말했고, 트럼프가 탈퇴를 결정하자마자 ‘이제 평의회를 떠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고문 역할을 수락했을 때 비판에 직면하면서도 다른 고문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기 위해 수락했다고 밝혔는데, 이제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달리 ‘파리 기후 협약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중국은 2007년에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수치를 추월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안았는데, 이번 미국의 탈퇴로 인해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의 대변인은 합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국제 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한 합의를 이끌어냈으며, 다른 나라들과는 상관없이 전동화 자동차의 보급과 기후 변화 대응책 강화를 통해 협약을 준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과학적인 근거를 기초로 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합의한 지구온난화를 부정하는 트럼프의 이런 언동은 전 세계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후 환경에 관한 학술 연구에의 보조금 감축과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미환경보호국)에의 예산 감축, 그리고 반 EPA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 EPA 책임자로 임명하는 등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는 행위를 계속 해 왔다.

 

트럼프가 임명한 EPA의 신임 스캇 프루잇 (Scott Pruitt) 국장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탄광업체를 선택함으로써 '반(反)환경' 노선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전임 지나 맥카시 미국 환경보호국(EPA) 국장이 "법률과 과학적 증거 등이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미국의 노력을 전복하려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시도를 제한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반 환경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 그는 오클라호마주의 사법장관 시대에 규제완화를 요구해 EPA에 대한 소송을 수 차례 재기했을 뿐 아니라 최근의 인터뷰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의 주 원인이라는 이론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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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친정권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사고는 자동차의 연비규제로 알려진 CAFÉ(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기업별 평균연비) 기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AFE기준이란 자동차회사에 부과되는 연비 기준이다. 판매한 자동차의 평균연비가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그 기업에는 벌금이 부과된다.

 

이 법이 만들어진 것은 1975년으로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 당시에는 가솔린을 많이 소모하는 대형차들이 많았기 때문에 연비성능을 높여 가솔린 소비를 줄이고 원유의 수입을 줄여 보고자 한 것이 목적이었다.

 

EPA는 자동차회사의 평균연비의 계산 등에 관여하고 있는데 규제 그 자체는 교통국에 속한 NHTSA(국토교통안전위원회)의 책임으로 되어 있다.

 

CAFÉ 기준이 설정된 당시에는 승용차에서도 1갤런당 20마일(리터당 약 8km)로 만족하지 못할 기준치였으나 그것이 12년 후인 1990년에는 27.5마일(리터당 11km)까지 높아졌다. 그 수치는 그 후 20년 가까이 변하지 않았으나 오바마 정권에서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EPA가 정한 온실가스의 배출량의 규제와 함께 2025년까지 1갤런당 54.5마일(리터당 22km)로 됐다. 이 수치는 판매 차종에 따라 달라 메이커에 일률적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엄격한 기준인 것은 분명하다.

 

자동차회사들은 지금까지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배터리 전기차의 개발, 알루미늄 채용에 의한 경량화, 엔진과 변속기의 효율성 제고 등으로 연비 성능의 향상을 높여 CAFE기준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2025년의 기준에 관해서는 그것이 실현 가능한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며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들을 비롯해 수많은 제조사들이 연합하여 트럼프에게 로비를 벌였고, 미국에 자동차 제조 공장을 짓거나 일자리를 늘리는 대가로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자동차 제조사 연합은 당장 2017-2025 제조 모델에 대한 엄격한 요구사항에 대해 ‘자동차 제조사에 있어 시련과도 같은 도전’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엄격한 규제를 맞추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비싼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자동차를 구입하게 하는 것은 저유가 시대와도 맞지 않으며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떨어뜨릴 것이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트럼프와 공화당 의회에게 바라는 것은 자동차 산업과 산업 전반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새 규정을 제정하는 것’이다. 또한 ‘현재 낮은 유가를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자국 내에서 추출하는 기름의 양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CAFE(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규정에 대한 완화도 기대했다.

 

그런 기대해 부응해 트럼프 행정부는 2017년 3월 EPA의 차량 배출가스 검사 및 연비 테스트에 관한 연방 기금을 사실상 없애기로 결정했다. 더불어 일부 직원들을 해고하고 테스트 비용 확보를 위해 자동차 업계에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EPA는 2015년에 폭스바겐이 자사의 자동차가 배출가스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큰 공헌을 했는데, 조직의 규모가 축소되면 이와 같은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EPA의 차량 및 연비 테스트와 인증을 위한 연방 기금 전체 지출에서 4,800만 달러를 삭감할 것을 제안했다. 이 수치는 사실상 차량 테스트 예산에서 연방 기금을 99% 삭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로 인해 ‘많은 테스트 연구실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EPA에서 근무하는 304명의 풀 타임 근무 직원들 중 168명이 해고되게 되며, 삭감으로 인해 부족한 예산은 자동차 제조사와 엔진 제조사가 테스트 비용을 부담하게 해 운영을 보조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EPA의 전체 예산에서 31%를 줄이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5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삭제할 것도 제안되었다. EPA 관계자가 이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줬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EPA의 대변인인 존 콘커스(John Konkus)는 이와 같은 변화가 자동차 테스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EPA는 납세자들에게 효과적으로 봉사할 수 있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다. 워싱턴 주에서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지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EPA는 더 큰 가치와 실질적인 결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무역 연합인 AAM(Alliance of Automobile Manufacturers)의 대변인은 삭감된 예산으로 인해 신차 인증이 지연되고 자동차 제조사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며, 제품이 소비자에게 빠르게 다가가지 못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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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EPA가 진행해 왔던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문제 확인, 자동차 연비 과장 문제 고발 등이 이러한 조치로 인해 위축되거나 아니면 없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어떤 바람을 맞게 될지 궁금해진다.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는 경제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이유다.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의 균형을 중시하고 자동차회사들의 미국 내 생산 증가에 따른 고용창출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AFÉ 추진파는 가솔린 소비의 감소로 발생한 자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효과가 있다고 하는 반론뿐 아니라 CAFÉ 기준 그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CAFE 규제를 통해 지금까지 석유 소비량이 120억 배럴 가량 줄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0억 톤 줄었다는 발표도 있었다.

 

자동차회사의 입장에서는 소형차, 하이브리드 전기차, 또는 배터리 전기차는 이익이 적고, 가솔린 가격이 낮은 지금 수익성이 높은 SUV와 픽업트럭을 가능한 많이 판매해 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규제완화는 대환영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환경을 고려한 자동차의 개발과 생산은 계속해야만 한다. 중국과 유럽 등에서는 연비규제가 점차 엄격해 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려면 그에 대응한 제품을 공급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가솔린 가격이 다시 상승할 때 미국 내 시장에 연비성능이 높은 차가 없다면 소비자들은 수입차에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이유가 어떻든 트럼프의 정책은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시대착오적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그의 정책이 디트로이트를 다시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만들 수 있을 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과거에는 미국의 힘 때문에 세계는 미국의 정책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기술의 방향이 미국에 의해 좌우됐다. 이번에도 같은 흐름일 지 아니면 더 강한 힘으로 미국을 압박해 방향을 틀지 못하게 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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