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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 퀀텀이 노리는 시장은 통상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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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 ㅣ 사진 : 원선웅(mono@global-autonews.com)  
승인 2015-01-30 05: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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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에 드디어 5.0리터 엔진이 올라갔다. 휠 베이스가 3미터, 전장이 5미터가 넘는 지구상에 몇 안되는 모델에 데뷔 당시 그룹 내 최대 배기량 엔진이 탑재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K9은 현대기아그룹의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 BH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에쿠스와 동급이다. 유럽시장 구분 기준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등과 같은 E2세그먼트에 속한다. 그런데 에쿠스에는 5리터와 3.8리터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K9은 3.8리터와 3.3리터 했다. 소비자들은 그로 인해 K9이 에쿠스와 경쟁 모델이 아니라 제네시스급이라고 받아 들였다. K9은 데뷔 당시 현대기아차 그룹의 당시로서는 최첨단 장비들을 망라하고도 에쿠스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차가 아니라 제네시스보다 비싼 차라고 생각하게 됐다. 오피러스 후속 모델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K9은 분명 에쿠스의 경쟁 모델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케 하는 내용이다.

 

이 등급의 차를 사용하는 `어른(?)들은 통상적인 마케터나 자칭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2004년형 쌍용 체어맨이 현대 에쿠스를 연간 판매대수에서 앞설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없었다. 이 분들의 심리는 적어도 내가 가장 큰 차, 혹은 가장 비싼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유의 즐거움(자부심)`이 `달리는 즐거움(성능)`보다 크게 작용한다.

 

이 분들의 `보는 즐거움(디자인)`은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층과는 다른 의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인 자신의 판단이다. `내가 세상을 살아봐서 아는데 그런 저런 이야기 다 필요없어.`가 먼저 작용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분들의 노하우가 제대로 사회에 기여하면 정말로 조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굳어 버린 사고방식을 어떤 논리로도 되돌릴 수 없다. 토론 불가다. 그것을 애국심(?)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고 경륜일 수도 있고 해탈의 경지일 수도 있다. 아니 그 이상의 복잡다단한 것들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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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은 그런 유저들은 고려하는 라인업 전략으로 시작했어야 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만 두지 않을 것이라면 경쟁 모델과 같은 선상에서 싸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길게 봐야 한다는 얘기이다. 지금은 3.3리터와 3.8리터, 5.0리터까지 갖춘 한국산 대형 모델 중에서는 가장 다양한 트림을 갖추게 됐다. 그래도 에쿠스가 5개 트림인데 비해 K9의 트림이 6개밖에 되지 않는 것은 시장의 한계다.참고로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는 90개가 넘는 트림을 갖고 있다.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다운사이징에 관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대 배기량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 글로벌 플레이어들 중에서 5리터 엔진을 세단에 탑재하고 있는 것은 토요타와 재규어랜드로버 정도다. 토요타는 일본 내수용 모델인 센츄리에, 재규어는 XJ 클래스에 5.0리터 엔진이 있다. 독일 프리미엄 빅3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4.7리터와 5.5리터, BMW가 4.4리터와 6.0리터, 아우디가 4.0리터와 5.2리터로 정리됐다.

 

BMW는 760Li에 6.0리터 엔진을, 메르세데스 벤츠는 S클래스 마이바흐 등에 6.0리터 엔진을, 아우디는 A8L에 6.3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미국 메이커 들은 크라이슬러 300SRT용 6.4리터, 포드 쉘비의 5.2리터, 쉐보레 콜벳 Z06의 6.2리터 엔진이 있다. 물론 미국 메이커들은 대형 픽업트럭과 SUV용도 있다.

 

아무리 다운사이징의 시대라고 해도 그들의 대표 모델에 최고 성능을 과시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정리 하자면 프리미엄 등 하이엔드를 제외하고 양산 브랜드로서 5.0리터 엔진을 갖추고 있는 것은 토요타와 현대기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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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는 연간 800만대가 넘는 판매대수에 걸맞는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다운사이징에서 한 걸음 늦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2.0리터 터보차저 엔진은 K5나 쏘나타가 아니라 상급 모델에 탑재되어야 한다. 5.0리터 엔진도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기존 엔진보다 성능을 올려야 한다. 그러면서 연비 성능도 잡아야 한다.

 

기아 K9은 출시만 하고 시장의 반응을 기다렸던 기존의 자세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페이스리프트와 관계 없이 시장의 반응에 따라 사양을 변경하고 개량하고 있다.

 

첫 인상(First Impressiosn)을 쓰는 입장에서 데뷔 당시, 2013년형, 2014년형, 그리고 2015년형에 이르기까지 매번 그 변화는 그 폭의 대소에 관계없이 제품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읽을 수 있어 고무적이다. 결국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다만 폭스바겐이 페이톤의 차세대 모델의 투자 문제로 내부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페이톤은 이 시대 가장 손실을 많이 내는 모델로 평가하는 쪽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글로벌 플레이어로서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폭스바겐 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페이톤의 2013년 판매는 5,812대, 2014년 6,800대. 2020년까지 가도 연간 판매가 1만 1,900대 이상은 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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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지난 4년 평균으로 보아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는 8만 5,000대, BMW 7시리즈는 6만 4,000대, 아우디 A8은 4만 1,000대씩 팔렸다.

 

현대기아차는 지금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으로 제네시스와 에쿠스, K9을 생산하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가 2014년 3만 6,000대 가량 판매되어 선전을 했지만 세 모델을 합한 판매대수가 10만대를 넘지 않는다. 그룹 내 손실을 가장 많이 내는 시리즈다. 어떤 형태로든 수익성을 올려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중국시장 이 외에는 대안이 없다.

 

K9이 꼭 필요한 모델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5리터 엔진의 탑재는 당연하다. 문제는 그 이후다. 시장을 좀 더 잘 읽고 다각적인 대응을 통해 존재감을 높여야만 한다. 내수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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