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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회사의 얼굴, 모터쇼장의 CEO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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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11-24 07: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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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회사의 얼굴, 모터쇼장의 CEO들

나는 가수다에서 조규찬은 그야말로 높은 수준의 음악을 선보였다. 자문단들도 그의 음악성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하지만 정작 청중 평가단은 맨 마지막 순서에 노래했음에도 그의 노래를 7위로 평가했다. ‘Live’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수가 현장에서 청중들과 호흡을 할 수 있어야 한다. CD로 듣는 것과는 분명 달라야 한다. 드라마나 영화와 연극의 차이도 그런 현장성에 있다. 공연장에서 주인은 가수나 음악이 아닌 청중이라는 논리가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모터쇼도 주인은 관람객이다. 관람객이 이해하고 호흡할 수 있어야 구매 의욕이 생기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프레스컨퍼런스는 현장에 올 수 없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비중을 둔다. 프레스컨퍼런스가 끝나면 경영진들은 대부분 철수하고 현장 진행자들만 남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물론 현장의 진행에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유럽과 북미의 모터쇼는 일반 공개일에는 나레이터들을 동원해 모델에 대한 소개를 끊임없이 한다. 최근에는 아이패드를 들고 모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민망한 차림의 도우미들로 눈길을 끄는 한국의 모터쇼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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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에 개최되는 미국의 디트로이트오토쇼를 시작으로 3월의 제네바쇼, 격년으로 열리는 9월의 프랑크푸르트쇼와 10월의 파리살롱, 동경모터쇼, 4월의 오토차이나 등 소위 대규모 모터쇼의 프레스컨퍼런스에 가장 오랫동안 얼굴을 보이고 있는 CEO는 다임러 AG의 디터 제체(Dieter Zetsche;58)다. 터키 출생으로 칼스루에 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76년 메르세데스 벤츠 연구소에 입사했다. 2009년의 프랑크푸르트쇼에서 그는 첫 번째 내연기관 자동차인 3륜차를 타고, 2011년에는 내연기관 자동차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는 컨셉트카를 타고 등장했다. 그는 항상 그런 행위를 통해 시대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그는 과거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시절 크라이슬러의 CEO였을 때도 디트로이트오토쇼장을 찾는 기자들의 시선을 끄는 퍼포먼스를 통해 주목을 끌었었다. 그는 전체적으로 편안한 진행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편안한 얼굴로 부드럽게 설명하면서도 쇼맨십을 발휘한다. 어떤 질문에도 자연스럽게 응해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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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는 달리 폭스바겐 그룹을 이끌고 있는 마틴 빈터콘(Martine Wintercorn’64)은 상대적으로 굳은 표정이다. 독일 슈투트가르트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하고 막스 플랑크 연구소(MPI)에서 금속공학 박사를 받은 공학도 출신인 그는 초반 혹은 말미에 나타나 상징적인 발언을 하는데 그친다. 전체 행사를 주제하는데 디터 제체와는 대조적이다. 그의 성품은 꼼꼼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경쟁회사 모델들을 속속들이 살펴 보는 자세는 언제나 화제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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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터콘 사람으로 알려진 아우디의 CEO 루퍼트 슈타들러(Rupert Stadler;48)도 조금은 근엄한 사람으로 꼽힌다. 50세가 안된 젊은 CEO임에도 우리가 말하는 딱딱한 ‘독일인’의 모습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까도남’ 스타일인 루퍼트는 디자인부터 판매, 마케팅, 재정, 리더십 등 종합적인 측면 검토 해 최고의 경영자를 선정하는 오토모티브 뉴스 선정 2009 유로스타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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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BMW의 CEO들은 항상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들의 최근 실적을 소개하며 무대를 압도한다. 기계공학 박사인 현 CEO 노버트 라이트호퍼(Norbert Reithofer;55)는 물론이고 선대 CEO까지 언제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딱딱한 독일어를 더 어렵게 들리게 하기는 하지만 발표하는 주제는 같다. 경영실적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미래 전략, 그리고 마지막으로 뉴 모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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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랑카랑한 목소리는 그만의 전매 특허는 아니다. 르노와 닛산의 CEO를 겸임하고 있는 카를로스 곤(Carlos Ghosn;57)도 언제나 넘치는 에너지를 과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감에 넘치는 그의 연설은 앞으로 어떤 고난이 닥쳐도 해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도 그럴것이 쓰러져 가는 닛산자동차를 회생시킨 ‘코스트 커터(비용저감의 대가)’가 아니던가. 그가 아니었다면 닛산의 오늘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2011 프랑크푸르트오토쇼에서는 처음으로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한국 르노삼성의 CEO를 역임한 제롬 스톨에게 쇼의 주도권을 넘겼다. 순간 세월의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타이어 업계에서 자동차업계로 넘어왔을 당시부터 그를 지켜 봐 온 기자의 입장에서는 외모의 변화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머리 숱이 적어졌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는 얼굴 표정도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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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이커들 중에서는 아무래도 GM의 CEO들이 주목을 끈다. 7년 동안 CEO를 역임하고 2009년 파산보호신청과 함께 은퇴한 릭 왜고너(Richard Wagoner;58)는 그 큰 키로 쇼장의 청중을 압도하며 언제나 자신이 넘치는 목소리로 미래에 대한 설계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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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정한 디트로이트 맨’으로 불렸던 올 해 80세인 부회장을 역임한 밥 루츠(Robert Anthony Lutz;79)의 명성 때문에 쇼장에서는 항상 조금은 밀리는 모양새를 보였었다. GM의 모터쇼장의 스타는 ‘릭’이 아니라 ‘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정 전문가인 ‘릭’과 역시 경영대학원 출신인 ‘밥’은 21세기 미국의 자동차산업사에서 독특한 업적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윌리엄 듀란트와 알베르트 슬론, 찰리 윌슨 등이 GM을 전설적인 존재로 만들었다면 이후의 CEO들은 ‘과거의 후광’에 기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곤경에 빠진 GM을 구하기 위해 투입된 이 두사람은 재정과 제품 개발을 분업형태로 맡아 재건에 앞장섰다. 특히 밥 루츠의 모델 전략으로 2006년까지는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리며 디트로이트의 부활을 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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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도 그런 점에서는 비슷하다. 현재 포드의 CEO는 항공기 회사인 보잉 개발담당 부사장 출신으로 2006년에 영입된 앨런 멀렐리(Alan Roger Mulally;66)다. 그는 캔자스 대학에서 우주공학을 전공했다. 그 역시 헨리 포드의 손자 빌 포드(William Clay Ford Jr)와 함께 쇼장에 등장하며 조금은 애매한 역학관계를 연출하며 참가한 기자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쇼를 주제하는 것은 물론 앨런이지만 프레스컨퍼런스장에 모인 기자들은 발표회가 끝나면 빌 포드의 주변으로 몰려 들어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묻는 경우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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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메이커 들 중에서 주목을 끈 것은 닛산의 디자인 수장 시로 나카무라 (中村史郞 ;61)다. CEO보다 디자이너가 항상 쇼의 중심에 있다. 무사시노미술대학교 산업디자인학 학사 학위 소지자이다. 미국의 ACCD(Art Center College of Design)을 졸업한 그는 25년 동안 이스즈에 근무하다 1999년 카를로스 곤에 의해 발탁됐다. 만인이 원하는 보편 타당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대부분의 양산 브랜드들과 달리 닛산의 디자인은 과격한 선과 면의 사용으로 독창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점 때문에 닛산 브랜드의 프레스컨퍼런스는 카를로스 곤보다 그의 등장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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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는 달리 토요타자동차의 기자회견은 간부가 먼저 나와 회장을 소개하는 전형적인(?)아시아적인 진행을 한다. 전문 경영인으로부터 다시 바통을 이어 받은 아키오 토요타(豊田章男;53) 현행 회장은 후지오 조나 와타나베 가츠아키 등 선대 CEO 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차분한 어조다. 분위기 탓인지 그것이 차분함보다는 조금은 맥빠지게 들린다는 평가를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미국시장에서 토요타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해서 그의 주변에도 많은 기자들이 몰려든다. 다만 최근의 일련의 사태 때문인지 대답할 때 조금은 긴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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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자동차의 이토 다카노부(伊東孝紳; 58) 사장은 교토대학•대학원 항공공학을 전공한 연구소 출신이다. ‘연구소 출신이 아니면 사장이 될 수 없다.’는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1992년 작고)의 유지에 따라 이공계 CEO가 대를 잇고 있다. 선대 후쿠이 다케오 사장도 기술직 사원으로 입사한 경력을 갖고 있다. ‘후쿠이’도 현재의 ‘이토’도 프레스컨퍼런스 진행은 그야 말로 교과서적이다. 한치의 빈틈없는 자세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더 이상 안정적일 수 없다. 그래서 인상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내려 오면 아주 편한 이웃집 아저씨 같다. 최근 한국을 찾은 닛산자동차의 실질적인 최고책임자인 COO 토시유키 시카와 함께 친화력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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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의 프레스컨퍼런스도 CEO보다는 이안 칼럼(Ian Callum;57)이라는 걸출한 디자이너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추어진다. 모터쇼 프레스컨퍼런스 무대에 올라오는 디자이너 중 거의 유일하게 윗머리가 없는 이안 칼럼은 그런 외모와는 달리 젊은 감각의 소유자로 통한다. 그는 기아자동차의 피터슈라이어(Peter Schreyer;58)처럼 경영인보다는 예술인쪽에 가깝다. 007 시리즈에 등장하는 아스톤 마틴 뱅키시 등 예술성 높은 작품을 많이 내놓았다. 자동차를 기능성보다는 예술성을 우선시하는 작품으로 보는 사람군에 속한다.
1999년 재규어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된 후부터는 그런 그의 예술성이 실용성과 만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포드 산하에서의 일이었다. 하지만 다시 그만의 색깔을 찾기 시작했고 현행 재규어 시리즈는 높은 예술성을 평가받고 있다. 그런 평가 때문인지 프레스컨퍼런스 무대 위에서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다. 약속없이 인터뷰를 요청해도 항상 친절하게 자리를 내 준다. 이벤트가 끝나도 무대 위에 오래 머물러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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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메이커인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이제는 CEO가 무대를 주도하는 쪽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선봉에 선 것은 현대자동차의 정의선(41) 부회장. 그는 기아자동차 사장시절부터 국제 모터쇼에 빠짐없이 참가하며 그만의 퍼스낼러티를 구축하고 있다. 아직은 독일 메이커처럼 쇼 전체를 주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기자들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특히 세계적으로 드문 가족 경영 체제하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최근의 기세에 대해 많은 궁금증을 표시한다. 그 중심에 정 부회장이 있다. 프레스컨퍼런스가 끝나면 그의 주변에는 많은 국내외 기자들이 벌 떼처럼 몰려든다. 기아자동차의 부스에서는 2007년부터 피터 슈라이어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월간 루엘 2011 11월호 게재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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