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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자동차산업, 소탐 대실일 가능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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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11-30 06: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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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자동차산업, 소탐 대실일 가능성 크다

한미 FTA에 관해 온 나라가 시끄럽다. 그도 그럴 것이 FTA에 관한 내용 자체가 국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수많은 오역이 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세상 모든 일이 찬성만 있을 수도 반대만 있을 수도 없다. 서로의 의견 중 최대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사회공동체다. 우리 사회는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자 하는 노력은 찾아 보기 어렵다. 그나마 일부에서는 구체적인 수치와 다른 나라의 선례를 들어 설명하고는 있다. 하지만 큰 목소리에 눌려 재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의견을 내 세우면 무조건 반대론자, 혹은 찬성론자로 몰아붙이기만 한다. 자동차산업 부문에 대해서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자동차회사들의 의견을 모아 적극 찬성한다는 정도가 지금으로서는 전부다. 과연 한미 FTA가 한국 자동차산업에 이득이 될지에 대해 짚어 보자.

글/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당초 한미 FTA에 대해 극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했던 것은 미국 의회였다. 2007년 양국 정부끼리 FTA체결 당시 미국의 완성차업체는 물론이고 전미자동차노조(UAW : United Auto Works), 미국 자동차회사의 주주들까지 강력하게 반대했었다. 그들에게는 도무지 얻을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재협상이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미FTA의 최대 난관인 자동차 부문에서 많은 수정이 이루어졌고 미국 상원과 하원 모두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민을 대변하는 민주당은 무더기 반대표를, 부자를 대변하는 공화당은 찬성에 몰표를 던셨다. 아니러니한 것은 미국의 노조들까지 동의한다는 의견을 표했다는 점이다. 당연히 그들에게 이익이 돌아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완성차업계를 대변하는 이익 단체인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그때나 지금이나 FTA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성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어떻게 조건이 바뀌든 한국의 자동차산업에는 이득이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한국의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은 그런 정도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연 협회 관계자들이 철저한 검증과 계산을 통해 그런 의견을 내놓았는지 궁금하다.

2007년 합의안과 이번 새로운 합의안의 가장 큰 변경사항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관세 감축 혜택이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부과하고 있는 승용차에 대한 2.5%의 관세는 앞으로 4년 동안 그대로 유지된다. 또한 상용차에 대해서는 앞으로 8년 동안 지금의 25% 관세가 유지되고 10년째에 되어서야 관세가 없어진다는 내용이다. 반대로 미국산차의 한국 수출에 대해서는 현재 8%에서 4%로 발효 즉시 혜택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대목이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부품에 관한 것이다.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완성차의 관세보다는 부품 관세에 대해 더 관심을 보였다.

이는 최근 미국 자동차산업의 체질 변화와 관계가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픽업 트럭과 SUV 등 대형차 중심의 자동차산업을 육성 또는 유지해 왔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자동차시장 연간 베스트 셀러 10 이내에 6개 차종은 일본산 세단이었고 나머지 4개 차종은 미국산 포드 F시리즈 등 픽업 트럭과 SUV가 차지했다. 특히 포드 F시리즈는 연간 판매에서 세단 베스트 셀러인 토요타 캠리나 혼다 어코드 등의 40만대의 두 배가 넘는 98만대(2006년)를 판매하기도 했었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회사들이 1960년대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잡으면서 미국시장의 소비특성과 맞물려 돈 되는 차에만 집중한 결과다. 또한 중저가차로 미국시장을 공략한 일본 메이커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게 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자동차시장이 활황일 때는 그런 구조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2005년 미국시장 자동차 판매가 연간 1,750만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을 때 미국 메이커들은 그때까지의 경영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듯이 보였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는 ‘가장 미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 걸고 픽업 트럭의 대형화와 아메리칸 머슬카를 새로 부활시키려 했다. 하지만 이들 픽업 트럭과 미국산 스포츠카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미미하다. 역으로 말하면 미국 메이커들은 글로벌 시장 개척보다는 미국 내수시장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다는 얘기이다.

그러던 것이 2003년 부시의 이라크 침공으로 석유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소비자들도 기름 덜 먹는 중소형차로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가 겹치면서 2010년 기준 미국시장에 판매되는 라이트 비클(Light Vehicle ; 세단형 승용차와 픽업트럭, SUV를 통칭)의 43%가 4기통 엔진을, 37%가 6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출시됐다. 미국 메이커들의 달러 박스였던 8기통의 점유율은 2007년 29%에서 18%까지 떨어졌다. 대형차 시장이 중소형차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당연히 미국시장 점유율이 45% 가량 되는 미국메이커들도 중소형차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크라이슬러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제휴하면서 이 문제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 GM은 자회사인 한국 GM과 독일의 오펠 등으로부터 중소형차를 공급받아 시장 타개에 나서고 있다. 포드 역시 유럽 포드의 모델들을 들여와 일본 메이커들과 경쟁에 나섰다. 그 중 포드의 퓨전은 2010년 베스트 셀러 10에 진입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GM의 경우 소형차 판매 비중이 2007년 49.3%에서 2011년 59.0%로 높아졌으며, 포드도 같은 기간 중 40.9%에서 50.0%로 증가했다. 2011년 들어서는 10월까지 GM은 쉐보레 브랜드의 크루즈(GM)를 전년동기비 110.6% 증가한 20만 2천 대를 팔아 2위에 올랐다. 포드는 피에스타를 320.5% 증가한 6만 천대를 판매했다. 석유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며 적어도 미국시장에서 미국 메이커들이 중소형차 중심의 회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차 등급에 따라 판매대수 증가와 수익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 인건비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서도 소형차의 수익성은 낮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경차는 손해를 보며 판매하고 있다. 현재 손익 분기점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것이 소형차인 엑센트다. 엑센트도 지금은 파는 만큼 손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래서 현대기아는 소형과 경차의 생산을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한국의 제조비용이 높아졌다는 얘기이다.

그런데 미국은 인건비로 인한 압박이 워낙에 커 중소형차의 역내 생산과 그로 인한 수익성 기대가 어려웠다. 참고로 2001년 기준 미국 디트로이트 완성차업계의 생산직 근로자의 시급은 평균 27달러였다.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건설한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11달러였다. 그 때의 기준으로 한국 완성차업계는 약 8달러의 시급을 지급했다.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의 원동력이었다.

미국 자동차업계의 인건비가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소위 ‘잡 뱅크(Job Bank)’라고 하는 것이다. 시장상황 외 이유, 즉 신기술 도입, 외주화 등으로 발생하는 실직자들을 잡 뱅크에 소속시켜 연공에 따라 최장 6년까지 직전 소득의 최대 95%를 지급하기로 한 제도를 말한다. 이것이 최근 UAW와의 협상에서 폐지되게 됐다.

그로 인한 가장 큰 성과는 GM이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소형차인 시보레 소닉과 중형차인 뷰익 베라노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소닉은 한국GM으로부터 베라노급은 독일 오펠이 개발 생산하는 체제였다. GM은 1억 5천만 달러를 투자해 오리온 공장의 설비 교체 및 근로자 재교육을 실시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수당 포함 시간당 임금을 대당 40%에 달하는 33달러(Tier1 56$)까지 낮추어 연간 7,200만 달러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 결과다.

이는 디트로이트 빅3가 2011년보다 4차종 많은 25종의 소형 신차를 2012년에 출시할 계획에서도 방향성을 잘 알 수 있다. GM은 북미 시장에서 최초로 A세그먼트 소형차를 출시하고,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소형 SUV와 MPV 중심 신차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로 인해 수익성을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부품 경쟁력이 높은 한국산 부품을 관세없이 들여 오고자 하는 노력을 했고 그것이 한미 FTA의 최대 난관으로 부각됐던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국으로부터 부품을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GM은 2011년 우수부품업체 82개를 선정했는데 그 중 한국 업체 17개로 20%에 달한다. 물론 한국산 부품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도 다른 나라와의 FTA 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부품업체가 수혜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오늘날 부품산업은 모듈화와 시스템화로 발전했다. 한국산 부품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것은 모듈 단위보다는 단품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GM이 LG 화학으로부터 수입하기로 한 것이 배터리팩이 아닌 배터리셀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배터리 셀 기술은 어지간한 중소기업도 할 수 있다. 단가가 문제다. 하지만 배터리의 수익은 셀이 아니라 팩에서 나온다. 작년 ‘LG화학이 GM에게 배터리를 수출하기로 했다.’고 하는 것은 분명한 오보다. ‘배터리 셀을 수출하기로 했다.’고 하는 것이 맞다. 그로 인해 LG화학의 주가가 급등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얘기이다.

문제는 FTA를 통해 미국 완성차업체들이 중소형차 부문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그로 인해 수익을 올리게 되면 한국산 자동차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 자동차는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그동안 한국에서 생산해서 미국으로 수출했던 한국 GM까지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오리온 공장에서 쉐보레 소닉을 생산하게 된 것도 한국GM 에게는 손실이다. 더불어 지금은 디트로이트보다 낮은 인건비로 유지되고 있는 현대차의 앨라배마 공장이나 기아차의 조지아 공장 제품들에게도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엔고로 고전을 해 온 일본 메이커들도 FTA 발표 전부터 미국산차를 한국으로 들여오기 시작했다. 발효 되게 되면 역시 가격경쟁력에서 그만큼의 혜택을 더 보게 된 것이다.

미국은 어떤 등급의 차든 미국 내에서 생산 판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한미 FTA에 대해 공을 들였다. 미국 내에서 생산하면 미국인들의 고용을 늘릴 수 있고 미국 정부의 세수가 늘어난다. 나아가 미국의 메이커의 매출로도 잡히고 미국의 수출로도 잡힐 수 있다. 크게는 미국의 GDP로 계산된다. 한국은 어떤 목표를 갖고 협상에 임했을까. 매출일까, 수출일까, GDP일까? 과연 자동차산업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을지 궁금하다.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한국 GM과 르노삼성은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한국에 세금을 내는 한국회사다. 매출은 GM이나 르노자동차로 잡히겠지만 수출은 한국산으로 계산되고 한국의 GDP에 포함된다. 우리는 매출과 수출을 혼돈하고 그로 인해 왜곡된 애국심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자동차의 미국 앨라매마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매출은 현대자동차로 계산되지만 GDP는 미국으로 잡힌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는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직간접 신규 고용인원 170만명(직접고용 27만명, 간접고용 143만명)을 전망했다. 국내에 등장하는 이런 류의 전망이 맞은 적이 별로 없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정치적인 치장을 위해 과장되게 전망하고 발표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무엇을 근거로 그런 수치를 내놓았는지 알 수 없다.

독일 폭스바겐은 세계 1위를 목표로 절치부심하고 있고 최근 여러가지 악재로 부진했던 일본 메이커들도 적극적인 공세로 전환하고 있다. 일취월장하던 현대기아차에게 FTA로 인한 당장 직접적인 혜택이 없다는 것은 그런 상황에서 악재다. ‘4년 후’의 관세 철폐로 얻을 것이 있다는 것은 안이한 정도를 넘어선 생각이다. ‘4년’이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트로이트 빅3에게는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지금 한미 FTA는 완성차 부문에서는 당장에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없다. 관세 철폐가 4년 후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 우선이다. 또한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판매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현대자동차의 미국시장 판매대수는 54만5천대로 그 중 미국 생산분은 28만 8천대로 52.8%에 달하고, 기아자동차는 40만 4천대 판매 중 56.4%인 22만8천대가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것이다. 4년 동안 이 비중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그보다는 부품산업에 직접적인 혜택이 돌아갈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그로 인한 완성차의 장기적인 판매 감소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가 없다. 아무런 토론이 없다는 얘기이다. 자동차 산업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텐데….

한 쪽의 이야기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것을 ‘옳은 일’이라고 강변하고 일고의 검토, 혹은 비판 없이 그대로 ‘받아 쓰고’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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