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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이야기- 2. 연비 최우선의 시대에 시빅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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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4-04 05: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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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이야기- 2. 연비 최우선의 시대에 시빅에 거는 기대

혼다가 궁금하다. 토요타와닛산에 대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가지 말이 오간다. 하지만 혼다라는 회사의 사업구조를 아는 사람들은 그런 설왕설래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다. 여전히 ‘아오야마가 움직이면 일본 주가가 움직인다.’는 말이 통용되고 있다. 아오야마는혼다의 본사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혼다의 대표적인 모델들을 중심으로 혼다 브랜드의 최근 방향성을 짚어 본다. 그 두 번 째로시빅이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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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는 2012 회계연도의 전세계 판매량이 북미에서의 어코드와 시빅 판매 호조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4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력 시장인 미국판매는 전년비 24% 증가한 143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혼다는 중국 판매 목표도 전년비 20% 이상 증가한 75만 대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혼다는 일본 내에서 경차 판매를 강화, 전체 판매에서 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5%에서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혼다로서는 사상 최초라고 하지만 400만대라는 수치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입장에서 보면 많다고 할 수 없다. 이미 어코드편에서 이야기했듯이 다양한 브랜드들을 동원하는 메이커들과 달리 혼다는 양산 브랜드인 혼다와 그 럭셔리 버전 아큐라만을 라인업하고 있다. 때문에 판매대수면에서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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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은 4륜차에 국한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폭을 넓히면 다른 차원의 사업 구조가 보인다. 범용기기부터 이륜차, 4륜차, 헬리콥터, 항공기에 이르기까지 연간 2,500만기 가량 생산하는 ‘모터’를 중심으로 한 사업 특성을 갖고 있다. 때문에 다른 메이커들처럼 인수합병을 통한 세력 확장을 하지 않는 유일한 메이커가 혼다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아오야마’의 혼다는 여전히 일본 주식시장의 바로미터로 작동하고 있는 배경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사업을 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미국 메이커들은 자동차사업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어려울 때는 금융회사를 설립하는 등의 방법을 동원했다. 한국 메이커들은 자동차와 관계 없는 광범위한 분야의 사업을 펼쳐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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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는 달리 혼다는더 범위가 넓은‘모터(Motor)’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4륜차 중심의 사고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는 언뜻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엔진을 달고 이동하는 모든 탈 것’으로 그 범위를 넓게 잡고 있다. 그것이 혼다는 미국시장에서는 ‘망하고 싶어도 망할 수 없는’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만큼 신뢰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경쟁 브랜드들에 비해 경기의 부침의 영향을 덜 받는다. 오늘날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격랑 속에서도 혼다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그들은 그들만의 길을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양산 브랜드이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앞선 행보를 보여 온 것이 혼다의 길이다. 혼다의 CVCC엔진은 1972년 12월부터 미국에서 시행된 소위 ‘가솔린 엔진 금지법’이라고 불렸던 머스키법을 통과한 최초의 엔진이었다. 혼다는해외 현지 생산을 시작한 최초의 메이커이기도 하고 미국 전용 브랜드를 출시한 최초의 메이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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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미국시장에서 혼다의 평균 연비는 10.03km/L로 9.94km/L의 현대-기아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6단 변속기, 직분사, 터보를 도입하지 않고 있어 앞으로 연비가 오를 여지는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2011년 브랜드와 마케팅 컨설팅 기관 프로핏의 조사 결과 혼다는 BMW와 함께 가장 명망 있는 자동차 회사로 나타났다. 포춘 500대 회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자동차 회사 중에서는 BMW와 혼다가 50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다. J.D 파워의 조사 결과는 혼다가 포드와 재구매율1위였다. 포드와 혼다 오너의 62%는 다음 차를 구매해도 같은 브랜드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혼다는어코드와 CR-V, 파일럿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한쪽만 보는 우리 언론들의 시각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지만 글로벌 시장은 우리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혼다 정신의 핵 시빅, 연비 시대에 빛을 발한다.

2010년 미국시장 베스트 셀러 10개 모델 중 6개가 일본차였다. 어코드가 31만대로 4위, 시빅이 26만대로 6위, CR-V가 20만대로 9위로 혼다가 세 개 모델로 가장 많았다. 그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모델은 전 세계에서 2,100만대, 미국시장에서만 880만대가 팔린 시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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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빅은어코드가 그렇듯이 미국사양과 유럽사양이 확실히 다르다. 그것도 스타일링과 디자인만 다른 것이 아니라 아예 플랫폼을 다른 것을 사용한다. 또한 미국 사양은 4도어 세단과 2도어 쿠페 두 가지가 있고 유럽사양은 3도어와 5도어 해치백이 있었는데 9세대에는 5도어 해치백만 출시된다. 다시 일본 사양은 미국 사양을 4도어 세단을 베이스로 앞뒤 디자인을 달리하고 있다.

유럽형 시빅은 핸들링 성능을 높이기 위해 보다 두꺼운 토션 빔과 스테빌라이저 바를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유럽형 시빅은 CR-V와 함께 영국 스윈던에서 생산된다. 그런 한편으로 혼다는 일본에서의 시빅 생산을 종료했고 판매도 남은 재고 처리 이후에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우리나라에 들여 왔던 8세대 모델의 경유 아쿠라 브랜드로 캐나다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CSX라는 모델에 한국 시장용 옵션을 추가해 들여왔었다. 시장 세분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9세대 모델에는 전면 디자인에 에지를 강조해 세단과 차별화하고 리어 범퍼에 디퓨저를 설계한 고성능 모델 Si 버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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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에 따르면 신형 시빅은 동급에서 가장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주력인 가솔린부터 천연가스, 그리고 하이브리드도 나온다. 신형 시빅의하이브리드 버전은 개선된 IMA(Integrated Motor Assist)이 적용되며 혼다로는 처음으로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된다. 그리고 인사이트와 CR-Z에 선보인 에코 어시스트도 적용된다

2011년 말 국내에 상륙한 현행 시빅은하체의 성격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다. 하드한 성격이었던 선대 모델에 비해 소프트 지향으로 바뀐 것이 그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선 보인 포르쉐의 7세대 911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신형 포르쉐는 분명 그 느낌이 부드러워졌다.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특성이 뚜렷이 달라졌다. 하체가 도로를 잡는 감각은 훨씬 더 안정적이지만 스티어링휠을 잡은 운전자의 감각은 그만큼 더 부드러워졌다.

이는 차체 강성 기술의 발전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차체 강성이 강하면 서스펜션의감쇄력을 낮출 수 있다. 그러면 탑승자가 느끼는 승차감은 더 부드러워진다. 그렇다고 자세가 흐트러지지는 않는다. 신형 포르쉐 911도 익숙하기 전까지는 그 거동에 약간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과감하게 공략을 해 나가다 보면 하체의 발전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고 달리기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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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시빅이 스포츠카인 포르쉐와 같은 성격은 취할 수 없다. 911은 극단적인 주행성을 중시하는 반면 시빅은 보편성과 쾌적성을 중시하는 패밀리카다. 때문에 차체는 물론이고 하체의 거동도 같을 수가 없다. 다만 같은 점이라면 차체 기술의 발전으로 강성 강화와 더불어 서스펜션세팅 역량이 증강됐다는 것이다.

서스펜션의 구조는 앞 맥퍼슨스트럿, 뒤는 멀티링크.이 구조는 오늘날 가장 궁합이 잘 맞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물론 시스템 자체보다 세팅능력이 더 중요하다. 신형 시빅의댐핑스트로크는 길다. 기존 모델에 비해서 길다는 얘기이다. 경쟁 모델들과 비교하면 토요타나 현대자동차의 성격과 가까워졌다. 선대 모델의 경우 노면의 요철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었으나 지금은 거의 흡수하고 지나간다. 중저속에서는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다가온다.

혼다는 지금 더 많은 유저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차만들기로 미세하게 우클릭했다. 흔히 말하는 양산 브랜드들이 그렇듯이 불특정 다수의 유저들에게 폭 넓게 접근하고자 한다는 얘기이다. 그럴 경우 브랜드 로얄리스트들의 불만을 감안해야 할 수 있다. 그러나 993포르쉐가 996포르쉐로 그 성격을 획기적으로 바뀌었을 때도 그런 우려는 기우였다는 것이 증명됐다. 오히려 포르쉐의 판매대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데 기여했다.

시빅은 2011년은 모델체인지 시기에 맞물려 판매가 하락했지만 올 들어 두 달 동안 4만 7,283대를 판매해 2011년 같은 기간의 3만 2,570대보다 45%나 증가하며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시빅은 어려운 시절에 그 힘을 발휘한 역사가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촉발됐던 2008년과 2009년 미국시장에서 빛을 발했었다. 디트로이트 빅3는 물론이고 토요타와 닛산 등도 판매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시빅은 탄탄하게 시장을 지켰었다.

참고로 시빅의 판매대수 추이를 보면 2004년에 처음으로 미국시장 판매 30만대를 돌파했다. 이어서 모델체인지 시기인 2006년과 2007년에도 각각 31만 6,638대, 33만 1,095대로 판매는 늘어만 갔다. 그리고 금융위기가 모든 메이커들을 아사상태로 몰아간 2008년에도 33만 9,289대를 판매해 세상을 놀라게 했었다. 연비가 좋은 소형차로 수요가 몰리면서 두드러진 실적을 올린 것이다.

지금 혼다는 사상 최초 400만대 전략을 내 세우며 4륜차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 저변에는 ‘엔진의 혼다’의 힘이 있다. 연비성능에 집중하겠다는 얘기이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올들어서만20% 가깝게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08년 7월의 4.11달러에 거의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州)별로는 알래스카, 캘리포니아, 코네티컷, 하와이, 일리노이, 뉴욕, 워싱턴과 함께 수도 워싱턴DC의 휘발유 가격이 평균 4달러를 웃돌고 있다. 특히 하와이주는 갤런당 4.48달러로 전국 최고치다.

이런 석유가격의 고공행진은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연 초에 필자는 올 해의 화두를 ‘연비’리고 했었다. 3월 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휘발유 사용량은 전달과 비교하면 2.5% 감소한 567만500배럴을 기록했다. 2011년 12월 621만2000배럴을 기록한 뒤 1월(582만배럴)과 2월 두 달 연속 사용량이 감소했다.

지난 달 BMW는 신형 3시리즈 국내 런칭에 연료소모가 가솔린 대비 30% 이상 좋은 디젤엔진만을 들고 나왔다. 시대를 그렇게 읽고 있다는 것이다. 혼다는 과거 CVCC 엔진이 그랬듯이 이제는 장기화될 유가 고공행진의 시대를 시빅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시장에서는 벌써 그 빛을 보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둔감한 한국의 유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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