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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86(하치로쿠)은 시대적인 환경이 끌어 낸 FR 스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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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9-03 02: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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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포르쉐와 M, AMG, RS 등 양산 메이커들의 고성능 모델과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등 이그조틱카를 스포츠카로 여긴다. 미국에서는 쉐보레 카마로와 포드 머스탱 등 머슬카에 대한 로망이 강하다. 쉐보레 콜벳으로 대표되는 엔터테인먼트 개념의 스포츠카가 대세를 이룬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했던 유럽이나 미국 메이커들과 달리 독일 메이커들을 벤치마킹해 그 독일 메이커들을 규모면에서 능가한 일본 메이커들은 주로 유럽 메이커들을 캐치업하며 성장해 왔다. 그래서 혼다는 NSX를 만들어 페라리 등을 모방하려 했고 닛산 GT-R등은 절대 성능을 앞세워 독일 스포츠카들을 이기려 했다. 토요타도 2000GT와 MR-S, 수프라 등 스포츠카에 대한 열망은 있어왔다.

독일산 스포츠카의 성격에 익숙한 한국의 유저들은 쏠림이 지극히 강한 특성 때문에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친 사고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에서 나름 자동차에 대한 식견이 있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포츠카에 대한 개념은 유럽식 기준만을 인정하고 있다.

토요타는 그런 독일이나 미국식 컨셉의 스포츠카가 아닌 일본식 스포츠카를 만들고자 했다. 그런 시도가 물론 처음은 아니다. 마쓰다 미아타 MX-5(로드스터)가 대표적이다. 혼다 S2000와 닛산 Z시리즈도 있다. 절대 성능이나 넘치는 카리스마보다는 운전자와 대화를 즐기는 스포츠카를 개발하고자 했다. 그것은 토요타 등 일본 메이커의 엔지니어들의 사고방식이 유럽이나 미국의 그들과는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혹자는 스포츠카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이런 차를 만든다고들 한다.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유럽식 관점에서 본 것이다. 감동을 주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 명제는 같지만 그 감동을 주는 요소는 지역과 환경,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하치로쿠의 기본 컨셉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오너가 스스로 배우는 스포츠카라고 표방하고 있다. 스스로 원하는데로 튜닝을 할 수 있는 자동차라는 얘기이다. 토요타는 그들을 위해 '86스포츠카 컬처'를 구상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마니아층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튜닝 부품은 물론 드라이빙 스쿨과 달리기 좋은 산악도로의 소개, 팬 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젊은 층들을 위한 배려가 기본이다.

잘 알려진 데로 선대 하치로쿠 AE86은 만화에서밖에 알려지지 않았고 그것도 일본 내에서 일부에 국한된다. AE86은 1983년부터 1987년까지 생산됐던 모델로 마니아들 중심으로 알려진 모델이다. 신형 모델 개발진에게는 26년간 하치로쿠를 소요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무릇 모든 명품에는 역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대적인 기술을 사용한 스포츠카를 개발하더라도 역사적인 배경은 중요하다. 86는 그런 역사를 가져와 그들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컨셉의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하치로쿠는 처음 기획단계에서 자동차의 개발을 스바루가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었다. 스바루의 상징인 수평대향 엔진을 채용하고 설계와 생산까지 맡았다. 토요타는 말 그대로 기획담당 조언자에 그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바루의 수평 대향 엔진 기술과 토요타의 최신 직분사 기술 (D-4S)이 결합된 세계 최초의 수평 대향 D-4S 엔진이 탑재되었다. 토요타자동차의 생각이 많이 들어 간 것이다. 차체 무게중심 높이가 460mm 에 불과해 종래의 스포츠카와는 차원이 다른 주행의 즐거움을 추구한다. 수평 대향 D-4S 엔진은 최고 출력 200 마력(ps)을 발휘함과 동시에 스포츠카임에도 불구하고 2.0L 엔진을 탑재한 세단을 능가하는 우수한 연비(JC08 모드 주행 연비 13.4 km/L)를 실현하였다.

토요타가 기획하고 스바루가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86의 가장 큰 특징은 중심이 낮은 수평 대향 엔진을 탑재한 FR이라고 하는 점이다. 스바루는 규모의 한계로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고 토요타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에서 전혀 새로운 컨셉트카를 개발하는데는 물리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자본제휴 관계에 있는 스바루와 공동개발이라는 아이디어를 떠 올리게 된 것이다.

젊은층 유저들이 자동차에 대한 흥미를 잃어가고 그로 인해 미래의 잠재고객을 끌어 들일 수 없는 시점에서 그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는 일본 내수시장의 변화도 86이 탄생하게 한 조건 중 하다.

토요타가 이처럼 초기의 의도와 달리 개발에 직접적인 관여를 한 것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시장 때문이라고 한다. 토요타 브랜드로 판매가 되지 않고 있는 국가가 아직 존재하고 그 시장에서 스포츠카의 역할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스포츠카에 대한 관심이 많이 약해졌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는 얘기이다. 관심이 폭증하는 단계에서 시장에 투입해 토요타 브랜드의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을 끄는 것은 토요타가 시작 단계의 자동차를 A/S 부품 메이커에게 판매하고 도면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시판과 동시에 튜닝을 위한 부품도 공급된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 1월 동경오토살롱에는 HKS와 테이안 등이 하치로쿠와 BRZ 등을 위한 서스펜션과 머플러 등을 개발해 출품했다. HKS는 시작 단계에서 86을 구입해 드리프트성을 높인 개조차를 공개하기도 했다.

토요타자동차는 사장 직속으로 하치로쿠를 위한 마케팅 부문을 구축해 100개 이상의 나라와 지역에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마쓰다 미아타 MX-5나 혼다 S2000 등이 이룩하지 못한 일본 스포츠카의 꿈, 즉 글로벌화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86은 전용 플랫폼을 사용하고 엔진도 전용으로, 부품도 91%를 새로 개발하는 등 규모의 경제의 지배를 받는 양산 메이커로서는 일종의 모험에 가까운 도전이다. 86은 새로 구성한 토요타의 스포츠 비클 매니지먼트 디비전의 ZR 부서가 개발을 맡았다. 앞으로 독일 메이커처럼 독립할 가능성도 점쳐 지고 있다. 경쟁 모델로는 폭스바겐 시로코나 마쓰다 로드스터 정도? 생산은 스바루가 한다.

일본식 스포츠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다만 강력한 엔진 성능을 중심으로 가속성과 절대 속도에 비중을 두는 유럽식에 대한 상대적인 의미로 썼다.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사람이 모두 절대 최고속도와 끝없는 가속감을 추구하지 않는다. 통상적인 영역에서 운전자가 원하는만큼 반응해 주고 감칠맛 나는 가동을 보여 주는 쪽을 더 좋아할 수도 있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포르쉐의 이미지가 '속도'라는 것이 유럽식 스포츠카의 방향성을 말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토요타가 86을 통해 그들만의 의지를 세계 시장에 피력하고 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파워트레인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도 스포츠카에 대한 로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환경성능 기술 투자에 워낙에 많은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노하우가 있다고 해서 그냥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발 생산비를 회수 할 수 있다고 볼 수 없어 만들 수 있어도 만들지 않는다.

만든다면 적어도 기존 기존 라인업과의 플랫폼과 부품을 공유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합리적인 사고에서 가장 앞선 토요타가 젊은 층을 위한 스포츠카를 개발한 것은 더 넓은 수요 창출을 위한 이미지 제고작업의 일환이다. 스바루와의 자본 제휴관계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세계에서 유래가 없는 수평 대향 엔진 FR스포츠카다. 어떤 형태로든지 자동차는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성능으로 어필해야 한다는 진리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감동시킬 수 있는 성능에 대한 토요타의 생각이 86에 표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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