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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자동차 가격 이슈 어떻게 대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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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5-13 05: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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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자동차 가격 이슈 어떻게 대처할까.

최근 자동차의 가격에 관한 이슈가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일취월장 무서울 것이 없는 현대기아차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외형상으로는 가격문제이지만 단순히 가격 구조 문제가 아니다. 자국시장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해 파산지경까지 이르렀던 디트로이트 빅3의 예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자본력을 이용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는 없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대응이 궁금해진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첫 번째는 매년 최근 연식의 차량일수록 개선사항 대비 차량 가격이 크게 높아지는 것이다. 페이스리프트, 이어 모델 등이 등장할 때마다 실제보다 부풀린 가격이 매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뉴얼` `프리미엄` 등을 빌미로 가격을 인상하지 못하도록 해당 조사를 정례화하고, 대상도 식료품 외에 일반 공산품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부각됐다.

두 번째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실시한 국내에서의 ‘정가판매제’에 관한 것이다. 정가판매제를 도입해 국내 시장에서는 ‘일물 일가제’를 고착화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정가의 20% 이상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어 국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민주당 박선숙 의원이 지난 5월 11일 "현대•기아차가 올해 3월부터 모든 직영점과 대리점 판매가를 통일하는 ‘정가판매제’를 도입시키고, 이를 어기면 판매수당 회수나 출고정지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박의원은 미국 소비자들은 적어도 정가의 20% 이상을 할인 받으면서 차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가판매제를 시행하기로 했다는 것은 그동안 국내에서도 자동차를 할인해서 판매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가판매제에 대해 소비자들은 높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측은 대리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고 궁극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더 높이자는 취지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당했다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미국시장에서 정가의 20% 이상을 할인해 판매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착한’ 언론들은 다 알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를 위해’ 묵인 해 오고 있다. 미국시장에서는 제조사인 완성차 업체와 판매회사인 딜러가 뚜렷이 구분되어 있다. 딜러 들은 완성차회사의 자회사가 아니라 독립된 기업이다.

이들 딜러들은 완성차회사들이 정한 소비자 권장가(MSRP : Manufacturer Suggested Retail Price)를 기준으로 판매를 한다. 물론 그 가격에는 마진이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완성차회사들이 별도로 할인폭을 제공한다. 딜러는 자신들의 마진에서만 할인판매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번에 박선숙 의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리점이 진행하는 자체 할인폭은 평균 1675달러였다. 즉, 미국 소비자들은 아반떼 정가의 최소 20%에 이르는 3175달러가 깎인 상태에서 추가 협상까지 벌여 차를 사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미국 현재 대리점 간의 가격도 최대 1만7710달러에서 최소 1만4585달러로 같은 차종에도 2852달러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시장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인센티브와 리베이트를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 되어있다. 자동차 판매가 하락하면 인센티브 폭이 커지고 판매가 증가하면 적어진다. 최근에는 일본 지진 여파도 가세했다.

미국의 2011년 4월 인센티브는 대당 평균 2,320달러였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14% 감소한 것이며 최근 5년 내 가장 낮은 것이다. 오토모티브 뉴스에 따르면 포드의 인센티브는 20% 감소한 2,399달러, 크라이슬러는 23% 감소한 2,806달러였다.

GM은 3,068달러로 8.1%, 토요타는 1,885달러로 3.1%, 닛산은 1,998달러로 33% 감소한 반면 혼다는 2,171달러로 8.7%가 상승했다. 평균 인센티브가 내려간 것은 신차 공급이 부족한 게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우리나라도 같은 공산품이지만 전자제품 대리점에서는 대리점 역량에 따라 다양한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그것은 전자제품제조사와 대리점의 관계가 미국의 자동차회사와 딜러와 같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완성차회사가 판매회사를 겸하고 있다. 물론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50%까지 딜러제를 운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그동안 딜러들은 자신들의 마진을 줄이면서 알게 모르게 할인판매를 해왔다.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자 현대자동차측이 ‘정가 판매제’를 시행하고 나선 것이다.

정가판매 제도가 시행된 뒤, “국내 소비자만 봉이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봉은 단지 여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 판매가격과 미국 판매 가격의 격차가 더 큰 문제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 쏘나타의 판매가격 변동 추이를 보면 1999년 내수시장에서 1,154~1,846만원이었던 것이2009년에는 1,797~2,940만원까지 상승했다. 주력 모델을 기준으로 하면 두 배가 인상됐다. 페이스리프트 할 때마다, 모델체인지를 할 때마다 ‘신기술 채용’을 명분으로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시킨 것이 요인이다. 이에 반해 미국시장에서는 1999년 20,009 달러였으나 2009년 20,645달러로 별 차이가 없었다. 미국시장에 판매되는 차에도 신기술을 채용했다.

기본형으로 보면 1999년 국내시장 판매가는 951만원에서 2009년 2,125만원으로 123.5% 오른 반면 미국시장에서는 1만 4,600달러에서 1만 8,200달러로 24.7% 인상되는데 그쳤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다른 각도의 분석이 필요하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 올린 것이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수입차들의 점유율 확대를 막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면서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때문에 현대기아차뿐 아니라 토요타나 폭스바겐 등 모든 메이커들의 미국시장 가격구조는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제조비용 대비 가격을 책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쟁상황을 고려한 가격정책을 실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미국에는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현대기아차의 가격 정책이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2010년 7월 무디스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현대기아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73%로 나타났다. 현대기아차 전체 매출액 중에서 내수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정도다. 해외시장이 70%를 점한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그런 구조와 달리 2009년 현대자동차는 국내에서 5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반면 해외에서는 북미 2,000억원, 아시아 5,000억원 등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유럽에서 8,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와있다. 해외에서는 적자인 것이다. 그런 구조에도 불구하고 2010년 현대기아차는 4조 9,000억원이라는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따른 재무지표를 구체적으로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때문에 위 수치가 어떻게 구성됐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어쨌거나 결국은 내수시장 소비자들이 그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 않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정가 판매제에 대한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할 당국도 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동차의 경우 가격이 높은 만큼 따져볼 부분이 많고, 수입차와의 경쟁 구도 등 산업 전반적인 측면에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빠져 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토요타자동차를 반면 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토요타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수직상승을 하게 된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일본 내수시장 소비자들을 ‘섬기는’ 자세로 대한 것도 중요한 전략 중의 하나다. 일본 내에는 현재 14개의 자동차회사가 있고 그 중에서 8개 회사가 승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실질적으로는 토요타와, 닛산, 혼다가 주축이 되어 있다. 그 중 토요타의 일본 내수 시장 점유율은 45% 전후. 일본 소비자들에게 일본차를 구입하는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이 ‘제품이 좋아서’라고 답한다. 그래서 일본 내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금까지도 5%를 넘기기 힘들다.

지금 현대기아차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무엇보다 제품력에서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다양한 제품군의 구성도 일조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 브랜드의 차별화 성공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소니와 삼성의 관계를 떠 올리게 한다는 말도 나온다. 토요타와 현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내외적인 환경까지 현대기아차에게는 최상의 기회이다. 이 참에 빅3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토요타자동차도 불과 수년 전 드높은 기세를 바탕으로 세계 1위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뿐만 아니라 디트로이트 빅3의 몰락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리콜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지진까지 겹쳐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다. 21세기 초반 그 누구도 토요타의 이런 부진을 예측하지 못했다.

위기는 곳 기회다. 기회는 곳 위기다. 현 상황에서 현대기아, 토요타자동차 두 메이커에게 똑 같이 적용되는 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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