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현대자동차, 이제는 정말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1-09-02 00:42:33

본문

현대자동차의 서비스 센터에 가면 종종 듣는 말이 있다. ‘원래 그래요.’ 차의 품질일 수도 있고 서비스 불만에 대한 대응일 수도 있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에서 공급자의 횡포를 잘 표현하는 말이다.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한껏 높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그런 해외시장에서의 활약에 걸맞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 신뢰를 얻기 위해 최근 현대자동차에 변화가 일고 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세계시장에서의 판매호조로 기세가 하늘을 찌르면서 현대자동차는 고객 서비스 부분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구호로만 외치는 경우가 많았다. 제품의 품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라는 거대기업의 독과점 횡포라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견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 올바른 비판보다는 광고와 연결된 의도적인 비난 정도가 있을 뿐이다. 비판이 있기는 하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영진들의 약점을 건드려 그에 대한 반응으로 반사이익을 취하는 것이 관행처럼 되어 있다.

제품에 대한 제대로 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기껏해야 주변 친분을 활용한 사람들의 제품 결함을 마치 전체적인 문제인양 침소봉대한다. 그것을 광고와 연관시킨다.

그래도 지금 상황은 한마디로 ‘별무 소용’이다. 워낙에 현대기아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무릇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런 기세를 꺾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공격하다가 외상만 입는다. 그러면서 안으로 곪아간다. 전문가들은 그렇게 정리하고 있다.

일본은 다르다. 토요타가 리콜 때문에 흔들리고 있지만 본토인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여전히 신뢰받는 브랜드 1위로 꼽히고 있다. 그것이 브랜드다. 3만개에 달하는 자동차가 결함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 때문이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그들의 의사표현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회만 있으면 이탈하려 한다.

소비자집단은 자동차를 속속들이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 수준부터, 실용주의자, 기회주의자, 브랜드 로열리스트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브랜드 로열리스트를 제외하면 언제라도 눈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다. 더불어 경쟁 브랜드들은 그 틈새를 노린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그런 부분에 대해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작은 변화가 시작됐다는 신호가 포착됐다. 2011년 들어 현대자동차 고객서비스팀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에 대해 높은 불만을 표시하는 소비자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수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화요일 현대자동차는 파워 블로거들과 동호회 운영자들을 초청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그리고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견학 행사를 실시했다. 이미 교수와 전문가 집단, 소비자 등등 차례대로 실시했고 이번이 올 들어 다섯 번째 행사였다.

이번 행사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현대자동차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강판이 내수용과 수출용이 다르다는 일부 의견에 대한 증거 제시의 성격이었다. 그래서 제철소에서 코일이 생산되는 과정과 고강도 강판의 생산 과정 등을 소개하며 일일이 그런 인식을 불식시키려 했다. 물론 아산공장 탐방도 포함했다.

현대자동차는 강판의 차이는 이론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누누히 강조했다. 다만 아연 도금의 차이에 대한 것은 시설과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이제 막 완성단계에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행사 말미 질의 응답시간에 참석자들은 여러가지 이야기를 쏟아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시장에서 잘 나가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소비자들은 현대자동차가 제시하는 데이터를 믿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부터 각종 결함에 대처하는 자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현대자동차 고객 서비스팀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를 모두 수용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당연한 행동이지만 현대자동차의 그동안의 태도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어떤 이야기든지 듣겠다는 자세가 눈에 띄었다. 전에도 이런 식의 반응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상투적인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조급함이 느껴졌다.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현대자동차가 이번에는 정말로 달라지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표현에서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물론 그것이 현대자동차 전체의 분위기는 아닐 수 있다. 고객과 최전선에서 만나는 부서만의 일일 수도 있다. 그것도 이제 시작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자세에 대해서도 쉽게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담당자는 그에 대해 앞으로 직접 경험해 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고객의 차를 인수하고 인도해 주는 ‘홈 투 홈 서비스’를 비롯해 찾아가는 365일 시승 서비스, 고객을 직접 찾아가 사전 점검을 해 주는 비포(Before)서비스, 보증 수리시 대여차 서비스, 서비스 거점 표준화 등을 예로 들었다.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고객이 왕’이라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행사 내용과 새로운 차원의 고객서비스보다 실무 책임자가 고객서비스에 대한 절박한 표현을 한 것이 더 크게 다가왔다. 현대자동차는 많은 일들이 ‘회장님의 탁월한 식견’에 의한 지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마케팅 강화도 그렇고 고객서비스 강화도 그렇다.

문제는 얼마나 진정성있게 장기적으로 소비자 속으로 파고 드느냐이다. ‘골리앗’은 ‘다윗’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으려 하고 결국은 그 다윗에게 무너진다. GM은 그런 자세 때문에 파산보호신청단계까지 갔고 토요타는 호되게 시련을 겪고 있다. 지금 골리앗이 되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다윗의 말을 들으려 하고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