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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 품위 있는 고급감으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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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3-30 05:5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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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 품위 있는 고급감으로 승부한다.

달라졌다. 피터슈라이어의 말대로 불과 수년만에 기아자동차, 아니 한국차의 디자인이 달라졌다. 밸런스라는 기본적인 명제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하던 한국차의 디자인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기아자동차가 폭스바겐 그룹에서 일하던 피터슈라이어를 영입한 지 5년 반만에‘정체성’을 완성하고 이제 2기로 접어 들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에 ‘디자인의 기아’는 ‘현대의 디자인’을 유도해 냈고 두 브랜드는 각기 다른 방향성을 추구하며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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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기아자동차가 새로운 플래그십 대형 세단 K9을 중심으로 한 디자인 방향성을 공개했다. 기아자동차㈜는 29일 CGV 청담 씨네시티의기아차브랜드관 ‘기아 시네마(KIA CINEMA)’에서 ‘기아차 디자인 미디어 컨퍼런스’를개최했다.

기아자동차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의 핵심은 ‘고급감과 디테일.’ 그 바탕에는 ‘직선의 단순함(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이 있다. 이는 5년 반 전 피터슈라이어가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제시한 디자인 철학이다.
피터슈라이어는‘자동차는 교통 수단을 넘어 욕망의 대상’이라는 말로 그의 2기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에 대해 마니아적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며 럭셔리 디자인에 대한 열정을 구현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기아자동차 디자인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을 ‘자유도’를 보장받았다는 점을 꼽았다. 그 어떤 기준도 없이 백지 상태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전권이 주어졌다는 점이 디자이너인 그에게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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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그가 내 세웠던 ‘직선의 단순함’은 정밀함과 독특함, 명료함을 의미하는 것이며 좋은 디자인은 영속성을 가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네오나르도 다빈치의 ‘단순함은 최대의 정교함이다.’라는 명제를 예로 들며 그것을 바탕으로 빠른 시간에 기아자동차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즐거운 일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더불어 그는 그때까지 양산 브랜드들이 꺼려한 강한 ‘패밀리 룩’을 만들어 내 기아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고했다고 자평했다. 프리미엄이나 니치 브랜드들과 달리 지나친 통일성이 시장에서 거부감으로 받아 들여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시장에서 그는 과감하게 기아만의 아이덴티티를 정형화해 나갔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오토쇼를 통해 선 보인 ‘Tiger Nose’를 주제로 한 프론트엔드를 완성하며 이제는 기아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랑이의 얼굴의 3차원의 입체감을 자동차에 어떻게 표현하느냐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자동차의 얼굴은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메이커 엠블럼으로 구성된다. 그 배치와 그래픽의 처리로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은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소구가 된다.

피터슈라이어는그동안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윗 부분에 기아 엠블럼을 올려 놓아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그런 그의 디자인은 2009년 쏘울이한국차 최초로 레드 닷 디자인상을 수상하면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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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의 힘은 그런 수상에 그치지 않고 기아자동차 라인업 구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기자동차는 K9의 데뷔와 함께 경차부터 풀 사이즈 대형세단까지 모두 라인업 한 세계에서 몇 안되는 메이커 대열에 올라섰다.

K9은 전장이 5미터가 넘는 대형 세단이다. 양산 브랜드 중 이 등급의 세단을 만드는 메이커는 토요타와폭스바겐, 현대자동차, 포드 정도다. 그런데 토요타센츄리와폭스바겐페이톤, 현대 에쿠스, 포드 토러스 등 모두가 아직까지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자국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갖는데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시장 침투가 어려운 세그먼트이다.

한국 대형차 시장의 규모는 2011년 기준 8만 9,625대. 그 중 수입차가 4만 418대, 한국차가 4만 9,207대가 팔렸다. 한국산 대형차는 에쿠스와채어맨, 그리고 5미터에 미치지 못하지만 제네시스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우선 존재감을 확보해야 K5 등처럼 글로벌 플레이어로서의 활약도 기대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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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형차시장 유저들의 취향은 간단하게 정의할 수 없다. 수입차 중에서는 일본차와미국차가 맥을 추지 못하고 독일차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적으로 한국처럼 독일산 럭셔리카의 판매 비중이 높은 나라는 없다. 그것은 한국차나수입차 업계 관계자들까지도 의아해 하는 대목이다. 그만큼 이 세그먼트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기아자동차는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이 주를 이루는 독일차와의 경쟁을 염두에 둔 차만들기를 했다. 물론 플랫폼은 에쿠스와제네시스 등과 공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와 플랫폼은 공유하지만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여왔다.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성능을 표현하는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좋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감정이 있는 디자인을 해 왔다는 것이다. 더불어 주행성에서도 현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럽취향에 가까운 세팅을 해 왔다.
K9는 분명 최근 등장하는 고급차들의 방향성과는 크게 다르다. 가까운 예로 렉서스 GS 4세대 모델의 경우 극단적으로 디테일을 강조해 그로테스크한 얼굴을 만들고 있다. 반면 K9은 디테일을 사용하면서도 그 안에 심플함을 살리고 있다. 디자이너의 생각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물은 다르다. 하지만 그것을 평가하는 것은 소비자다. 시장을 얼마나 잘 읽었는지에 대한 답은 시판 후에 판가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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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9은 심플함과 스포티함이 조화를 이룬 고급감을 추구하고 있다. 프론트엔드에서는 기아의 패밀리 룩인 라디에이터 그릴의 새로운 해석이 우선 눈길을 끈다. 단정해 보였던 그동안의 얼굴에 비해 훨씬 입체감이 살아났다. 헤드램프를 그릴과 분리해 높게 설정한 것도 그런 감각을 살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롱 노즈, 숏데크(Long Nose, Short Deck)’라는 공식을 극대화 하고 있다. 전장에서 노즈의 비율이 28%에 달한 반면 데크는 10%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대형차인만큼‘로 노즈, 하이 데크(Low Nose, High Deck)’를 극대화하지는 않고 있다.

그런 비율 때문에 일부에서는 BMW의 비슷하다는 평가를 한다. 그에 대해 피터는 그런 평가를 받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 들인다고 했다. 기능성에서 궁극을 추구하다 보면 프로포션이 비슷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이드 실루엣을 보면 오늘날 등장한 독일차들은 거의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K9도 기능성과 예술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궁극을 추구하면서 비슷한 프로포션을 만들어 낸 것이다.
숄더를 높게 설정하고 그린하우스의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후륜 구동 모델이기 때문에 가능한 비율이기도 하다. 게다가 ‘디자이너들은 휠을 크게 설계할 수 있으면 즐겁다.’고 하는 측면까지도 충죽하다보면 적어도 프로포션과 실루엣에서는 차별화 포인트를 찾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피터슈라이어는 단순한 직선으로 차별화를 추구했다. 더불어 그동안의 모델에 비해 선보다는 면에 더 비중을 두는 디자인을 추구했다. 그래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위풍 당당’. 결국은 파워와 스타일링의 조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피터는‘성능을 표현하는 디자인’이라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K9의 디자인 방향성에 대해 카리스마, 다이나믹, 퓨처리스틱 등의 단어를 동원하고 있다. 그런 단어는 모든 메이커들이 즐겨 사용하는 것이다.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가능한 모든 미사여구를 사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일관성이고 시장과의 소통이다. 짧은 기간 동안 이룩한 ‘디자인의 기아’라는 성과를 2기의 시작이라고 천명한 K9을 통해 어떻게 숙성시켜 나가느냐가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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