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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7, 충성도 높은 고객을 노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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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5-04 01: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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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의 플래그십 SM7의 2세대 모델은 2011년 8월 데뷔했다. 2009년 6월에 뉴 SM3, 2010년 1월에 뉴 SM5, 2011년 6월에 QM5의 페이스리프트 버전, 그리고 8월에 뉴 SM7이 나왔다. 1년에 한 두개꼴의 신차가 나온 것이다. 매년 4~6 이상의 뉴 모델과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은 현대기아차에 비하면 라인업이 빈약한 것은 분명하다.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는 것이 '진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한국시장에서는 그 외의 다른 요소도 작용한다. 가장 큰 것은 '쏠림'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집단의식이 강해 나 아닌 다른 것을 인정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제품의 선택을 좌우하기도 한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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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의견'과 '팩트'를 혼돈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명확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주장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강요하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듣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지지여부에 따라 일방적으로 받아 들이거나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역으로 바로 그런 분위기에서는 자신만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극히 일부의 여론주도층의 의견이 '진실'로 호도되어 버린다. 일반인들은 별다른 검토나 비판없이 받아 들이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다.

자동차의 디자인에 대한 의견도 그렇다. 오늘날 자동차의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과연 얼마나 심도있게 생각한 결론을 표현하는지 알 수 없다. 게 중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시작해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춘 사람, 그리고 광범위한 부문의 트렌드에 대한 맥을 짚는 사람 등 다양할 것이다. 우리는 이들의 사회적인 지위를 보고 그들의 의견을 별 비판의식없이 받아 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 모두가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비판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그것은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트렌드를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혹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더 나아가 사회학적인 측면에서 자동차의 디자인을 비판할 수도 있고 그 역시 중요한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문제는 다양성의 결여이고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단지 '좋다.', '나쁘다.'로 구분하는 식의 분류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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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신차 판매대수가 1,700만대에 달하는 미국시장에는 370여가지의 모델들이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연간 20만대 이상 판매되는 모델은 픽업트럭과 SUV를 포함해 10가지 남짓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모델들은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보하고 있고 여전히 소비자들의 구매리스트에 오른다.

그에 반해 연간 160만대 가량 판매되는 한국시장에서는 잘 나가는 모델 몇 가지를 제외하면 존재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현대기아, 수입차시장은 독일차가 장악하고 있다. 그것은 제품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판매 부문에서의 마케팅 전략 실패의 결과이기도 하다.

지금 한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현대기아차 그룹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막강한 자금력을 최대한 활용해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좌우한다. 그 오피니언 리더들의 계층이 워낙에 광범위하고 그들을 믿고 따르는(?) 일반인들은 부지불식간에 현대기아의 팬이 되어 있다. 물론 거기에는 현대기아차의 제품력 제고 노력이 뒷받침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현대기아차 그룹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의 공통된 행태다. 그것을 우리는 마케팅이라고 포장한다. TV와 미디어들이 '스타'들의 캐릭터를 창조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그것을 배경으로 높은 광고 수입을 올리는 전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부 전문가들이 이와 같은 마케팅 전략에 대해 설명한다고 오늘날 '스타 지상주의'의 사회적인 분위기가 바뀔 리는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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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국시장에서도 몰 개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하는 전문가들의 보고가 나오고 있다. 중고생의 교복(?) 노스페이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좋은 예이다.

아직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수입차시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독일산차의 판매 비율이 65%에 달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를 깰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다양한 브랜드들이 한국시장 공략을 위해 뛰어 들고 있다. 그들은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따라 독창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 수행하고 있다. 니치 프리미엄 브랜드인 재규어 랜드로버의 행보는 마이너 브랜드들에게는 좋은 본보기이다. 열악한 환경이 겹친 일본 브랜드 중 스바루 브랜드의 시장 침투 전략은 분명 더 낳은 미래를 전망할 수 있게 한다. 미니는 호들갑 떨지 않고 그들만의 존재감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한국산차들도 그런 변화를 감지해 전략의 수정 및 적극적인 공세가 필요한 때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르노삼성이다. 르노삼성은 최근의 실적 부진에 대해 뉴 모델의 부재를 첫 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서 언급했듯이 르노삼성은 현대나 기아차와 같은 양산 브랜드가 아니다. 해마다 몇 개씩의 뉴 모델을 쏟아 내는 현대기아와 같은 전력을 구사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소수의 모델만으로도 2010년 말까지는 부산 신호공단의 생산 용량을 늘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제품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마케팅 전략에 기인한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

2011년부터 그런 신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했고 자신감을 잃어가는 모양새를 보였다. 최고경영진의 교체 이후 대안을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핵심은 르노삼성 라인업에 대한 자신감에 있다.

르노삼성은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

르노삼성의 플래그십 SM7은 SM3, SM5에 이어 신세대 르노삼성 라인업을 완성한 모델이다. 선대 모델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컨셉으로의 변신이 포인트다. 외관상 5와 7이 비슷했던 선대와는 달리 뚜렷이 차별화됐다. 전체적인 모델의 성격은 ‘엘레강스’를 주제로 한 디자인과 ‘컴포트’에 비중을 둔 인테리어와 주행성을 내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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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모델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여전히 아이덴티티다. 내 세울 수 있는 나만의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개발자들이 눈만 뜨면 고민하는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그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모든 브랜드들이 모든 면에서 다른 브랜드보다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좋게 표현하면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지만 반면 브랜드의 독자성은 그만큼 희석될 수밖에 없다. BMW가 ‘달리는 즐거움’을 내 세워 성공하자 프리미엄, 양산 가릴 것 없이 모든 브랜드들이 따라 하고 있다. 볼보가 안전이라는 이미지로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자 모든 메이커들이 안전에 투자했다. 토요타가 프리우스로 친환경 메이커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자 모든 브랜드들도 거기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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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이 정도의 설명을 부담없이 받아 들이는 소비자는 마케팅의 분류상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차에 대한 관점이 확실하고 자신은 어떤 차이점 때문에 이 차를 구입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 부류를 말한다. 하지만 시장에는 실용주의자도 있고 기회주의자나 냉소주의자도 있다. 더 나아가 브랜드 로열리스트들도 존재한다. 가장 많은 것은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이다. 그들도 브랜드 충성도가 높을 수가 있지만 진정한 브랜드 마니아로는 분류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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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브랜드만으로 구입하는 유저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품질과 성능이 비슷해지고 차별화 포인트가 약해지면서 충성도가 높은 유저들의 수는 줄어 들고 있다고 마케팅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런 유저들을 잡기 위해 개발자들은 잠을 자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최고’를 추구하다 보니 결국에는 내용이 비슷해져 버린다. 그래도 아직은 브랜드의 DNA를 내 세우며 독창성을 주장하고 있고 아직까지는 먹혀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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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표현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이 디자인이다. 오늘날 자동차 디자인의 트렌드는 ‘공격적인(Aggressive)’ 형상이다. 전체적인 비율에서 스포츠카의 전형을 따르고 강한 라인을 동원해 강력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확실하게 ‘튀는’ 디자인을 내 세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그런 전략은 분명 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인구에 회자되며 브랜드 가치 상승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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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차원에서 보면 그런 트렌드가 곧 정답은 아니다. 역동적인 주행성을 전면에 내 세우는 BMW의 이미지가 강력한 것은 사실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내용도 분명 한 수 위다. 하지만 BMW의 연간 판매대수는 150만대 수준이다. 그에 반해 언제나 변함없는 보편성을 추구하는 차만들기를 하고 있는 토요타와 폭스바겐, GM, 포드, 현대기아 등은 BMW나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보다 훨씬 많은 판매대수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충성도가 높은 유저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양산 브랜드들은 그보다는 무난함을 원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니다. 양산 브랜드에 속하지만 볼륨의 한계 때문에 니치 브랜드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좀 더 확실한 자신만의 색깔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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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SM5와 SM7은 그런 차별화를 위한 고집이 보인다. ‘공격적인’ 디자인이 대세인 트렌드에서 ‘우아함(Elegance)’을 주제로 한 감성 디자인을 내 세우고 있다. 아우디의 라인업과 기아 K5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성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YF쏘나타나 그랜저처럼 강한 선을 사용해 한 눈에 들어 오는 디자인을 지향하기보다는 전체적인 균형을 바탕으로 절제된 맛을 살리고 있다.

르노삼성측은 그것을 ‘심플하고 명쾌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굳이 빈 공간을 채우려 하는 조급증을 보이기 보다는 간결하고 절제된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미래의 디자인 방향성을 가장 정확히 보여 주는 모델이 뉴 SM7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타겟 마켓층의 폭을 더 넓게 잡았다는 말도 된다. 강렬한 선과 면의 사용은 시선을 끌기에는 좋은 소구이지만 생명력이 길지 못하다는 것은 변함없는 정설이다. 르노삼성은 그들의 플래그십 SM7이 준대형이라는 세그먼트가 속한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 들여지기를 바라는지 스타일링으로 그렇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뉴 SM7의 디자인 컨셉은 엘레강스(Elenance)이다. 공격적인(Aggressive) 디자인에 대한 상대적인 개념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랜저와 정반대의 방향성이다. 전체적인 디자인 언어는 르노삼성 라인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SM7을 비롯한 신세대 SM시리즈 데뷔 이후 르노삼성이 이런 컨셉을 얼마나 이해하고 시장에 침투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는 미지수다. 결과로만 본다면 아직까지는 성공적이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르노삼성은 짧은 역사에 비해 충성도 높은 '브랜드 로열리스트'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선 이들의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전문가와 실용주의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소비자들을 대하는 진정성이 받아 들여지면 기회주의자와 냉소주의자들의 눈길도 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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