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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파리모터쇼9신-헨리 포드와 마가렛 대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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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09-30 02: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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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파리모터쇼9신-헨리 포드와 마가렛 대처, 그리고.....

2012파리모터쇼는 2008년 미국 발, 2011년 유럽 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자동차회사들 사이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1% 대 99%의 사회에서 자동차의 소비도 그만큼 양극화되고 그런 시장 구조에서 버티는 회사와 그렇지 못하는 회사로 구분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강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 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것이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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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메이커들 중에서 르노의 부스에는 B세그먼트 모델인 클리오(Clio)가 그 넓은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GM 산하의 독일 메이커는 같은 세그먼트의 아담(Adam)으로 도배를 하고 있었다. 영국의 복스홀은 아예 부스도 없었다. PSA푸조시트로엥 그룹의 푸조 브랜드는 언제나 그렇듯이 ONYX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모터쇼로서의 구색은 갖추고 있었지만 주력은 208의 다양한 베리에이션이다. 301 세단 등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 들어 1만명에 가까운 구조조정을 하는 등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시트로엥 부스에도 최근 데뷔한 DS5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힘이 넘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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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부스에도 신형 골프가 광대한 전시장을 가득 체우고 있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하지만 바로 옆의 스코다의 라피드(Rapid)와 세아트의 레온(Leon)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플랫폼 공유화가 극대화되는 세상이지만 폭스바겐은 그룹 내 다양한 브랜드로 규모의 경제를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닛산은 르노와의 제휴로 인해 제법 힘이 있어 보이지만 혼다는 과거와는 다른 위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이런 현상 때문에 원 모델 스탠드(One Model Staand)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당장에 팔릴 모델에만 집중한다는 얘기이다.

양산 브랜드들 중에서 구색을 갖추고 다양한 세그먼트의 모델들을 전시한 메이커는 쉐보레와 토요타, 닛산, 그리고 현대기아차 정도였다. 모양세가 불과 수년 전과 크게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은 물론 현지 업체들의 부진 때문에 공격을 받고 있는 업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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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는 양산 브랜드의 얘기이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부스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BMW와 아우디,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부스는 그들 고유의 세그먼트는 물론이고 양산 브랜드들의 영역까지 침범한 다양한 세그먼트에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토요타의 렉서스 브랜드도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외연을 넓혀 가고 있고 미래에 대한 준비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었다.

이들의 방향성은 수년 전처럼 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한 때 이산화탄소 저감에 목을 맸던 때가 있었고 전기차가 대세인 것처럼 여기게 한 적도 있었다. 이제는 그야 말로 '정답이 없고 마이웨이다.'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 준 것이 2012년 파리모터쇼였다.

이틀간의 프레스데이 취재를 마치고 문득 헨리 포드와 마가렛 대처가 떠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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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1월 5일 헨리 포드는 세 지역 신문의 기자들을 거대한 디트로이트 공항으로 초대했다. 쉰 한 살의 자동차 기업가이자 미국 최고의 부자였던 그는 이 자리에서 극적인 발표를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성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자동차회사는 1월 12일 노동자 보수문제와 관련하여 산업계에서 유례가 없는 가장 큰 혁명을 일으킬 것입니다.' 그가 기자들 앞에서 선언했다. '스물 두 살이 넘는 직원은 하루 최소 5달러의 임금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사회의 노예 감독과 소수를 백만장자로 만드는 계획을 따르기 보다 2만명의 직원에게 만족과 번영을 주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The cost of inequality,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 스튜어트 랜슬리 지금 조윤정 옮김, 비즈니스 북스 刊)

그때까지 12시간 일하고 하루 2.34달러를 받았던 평균 임금을 8시간만 일하고 최소 5달러를 지급한다고 하는 것은 그야 말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자기 계급의 배신자'라고 비난했지만 뉴욕의 이브닝 포스트는 '관대하고 훌륭한 행동'이라고 표현했다.미국은 언론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집단을 표현하는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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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엄청난 것이었다. GM도 따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헨리 포드만큼 지구촌의 자동차 산업사에 크게 기여한 루이 쉐보레와 윌리엄 듀런트(William Durant), 알브레드 슬론(Alfred Slon)이 GM 산하의 각 브랜드들을 통해 주기적인 모델체인지 기법과 브랜드 차별화 전략 등으로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전설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1960년대까지 자동차업계에서는 '지구가 망해도 GM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단한 위상을 구축한 것이다. 지금 자본주의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있지만 적어도 1910년대 이들 선구자들의 사고의 전환으로 미국은 50년 이상의 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모든 산업 국가는 제조업의 역할이 감소하는 경험을 했다. 1974년에서 2001년 사이 제조업 고용은 OECD를 구성하는 모든 국가에서 3분의 1이 감소했다. 중요한 것은 영국과 미국의 경우 상황이 훨씬 심각했다는 점이다. 파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면서 대처 총리의 첫 임기에만 제조업 생산량은 3분의 1이 감소했다.

탈 산업화과정이 가속화되는 동안 두 국가에서 금융업이 경제동력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제조업과 금융업은 정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금융업이 상승하는 동안 제조업은 끝없이 하락했다. 고환율에서 금융 노동 시장 규제 철폐까지 데처 총리와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정책은 금융업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 중략 -

"지난 25년 동안 산업은 대체로 무기력했다. 1980년대 영국 산업연맹 사무총장이나 ICI회장을 지낸 테렌스 베켓경은 대처 총리의 정책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그녀와 맨주먹으로 싸웠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나는 손실을 메우려면 영국을 찾는 관광객이 600만명, 즉 40% 더 증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 싸움에서도 제조업은 패배했다.

로비활동은 시티의 막강해진 힘 앞에서 헛수고에 불과했다. 정치지도자들은 제조업을 무시했다. 노동당 정부의 시티편에는 영국에 막대한 자금을 유입시켰고 이로 인해 파운드화는 수출 경쟁력 없는 수준이 유지되었다. 제조업의 생산과 고용은 계속 줄어 들었으나 금융과 서비스 분야는 번영을 누렸다. 2008년까지 30년간 제조업의 일자리는 700만대가 약간 넘는 수준에서 300만대를 겨우 넘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The cost of inequality,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 스튜어트 랜슬리 지금 조윤정 옮김, 비즈니스 북스 刊)

지금 영국의 자동차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의 몰락은 '철의 여인'이라고 불린 마가렛 데처 총리의 영향이 크다. 미국도 대처와 같은 계열의 레이건 정권 시절 금융업 우선의 정책을 펴면서 GM과 포드마저도 차를 만들어서 돈을 벌기보다는 금융업에 뛰어 들어 수익을 올렸었다. 1990년대 말 GM의 영업 이익 80%는 GMAC라는 캐피탈회사에서 올렸다. 그 결과는 2009년 파산보호신청에 이어 연방정부의 자금을 수혈 받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했다.

파리모터쇼 현장에서 만난 피아트 관계자의 말도 의미심장하다. 지금 이태리도 소득불균형의 심화로 고가의 내구소비재인 자동차를 구매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늘고 있고 그로 인해 피아트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헨리 포드는 소비자들의 수중에 돈이 있어야 소비를 할 수 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제조업에 살아난다는 생각을 했다.

2013년 한국의 국민 한 사람이 내는 세금은 550만 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2012년보다 31만 원이 늘어난 액수다. 더 큰 문제는 월급을 받아서 사는 일반 국민이 내는 근로소득세가 17%나 늘어난다는 점이다. 경제인구를 얼추 계산해 2,500만명으로 잡으면 천문학적인 수치가 된다.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그 돈을 상위 1%에게 돌려 주는 정책을 지난 수년간 시행해 온 한국에서 제조업, 아니 자동차산업이 계속 존재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만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는 여전히 대처와 레이건이 득세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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