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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비틀과 폭스바겐의 차만들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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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2-12-06 02: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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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라인업은 미국이나 아시아 메이커들의 그것과 다르다. 골프가 중핵을 이룬다. 아래쪽에 폴로가 있고 상위 모델에는 파사트가 있다. 이 세 모델을 중심으로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폭스바겐이 2000년대 들어 코스트 다운이 최우선의 과제인 양산 브랜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다양화를 추구하고자 추진해온 엔지니어링의 결과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구체적으로 말하면 새로운 플랫폼 MQB와 MLB로 폭스바겐 그룹의 대량 생산 브랜드들의 모델들을 전부 소화한다는 기본 방침이 정해져 있다. 폭스바겐은 2018년 그룹 판매대수 1,00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목표 달성을 위해 폭스바겐은 메가 플랫폼을 개발했다. 가로 배치 모델에 사용되는 모듈인 MQB와 세로 배치 모델의 베이스가 되는 MLB 플랫폼을 개발한 것이다.

이 중 MQB 모듈만으로 60개 모델 630만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MQB는 폭스바겐의 up부터 파사트를 시작으로 세아트와 스코다 브랜드에까지 사용되며 MLB는 아우디 A4부터 A8까지에 적용된다. 폭스바겐 브랜드 중 E2세그먼트 모델인 차세대 페이톤은 MLB를 베이스로 개량된 MLB-evo가 사용된다. 다시 말해 차세대 페이톤은 아우디와 같은 플랫폼(아키텍처, 플로어, 모듈 등으로 표현한다.)으로 개발된다는 것이다.

폭스바겐 브랜드로만 보면 페이톤을 제외하면 모두 MQB를 베이스로 개발된다. 플랫폼이 같더라도 그 컨셉의 기존의 전통적인 것과 다르다. 플로어 팬을 중심으로 그 앞뒤 섹션의 설계 및 생산 자유도를 높인다고 하는 말하자면 전장을 주축으로 해 등급을 구별하는 유연성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앞에는 파사트용, 리어 섹션에는 골프용의 그것을 사용해 티구안을 만들어 낸다. 노리는 것은 공정의 합리화와 동시에 베리에이션의 확장이다.

더 나아가 플로어 주변, 즉 섀시에 국한하지 않고 자동차를 구성하는 대부분의 부품에 미치는 입체적인 발상이라는 점이 다른 메이커들과의 차이점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엔진과 라디에이터와 공조, 통신시스템 등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 어셈블리를 몇 개의 패턴으로 정형화하고 그들을 레고 블럭처럼 조합함으로써 무수한 베리에이션을 구축한다고 하는 사고방식이다.

이미 같은 모델에 다양한 엔진과 출력, 변속기를 조합해 수없이 많은 베리에이션을 만들어 온 폭스바겐이 이제는 메가 플랫폼의 컨셉을 도입해 하체의 성격까지 시장이 원하는데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같은 서스펜션을 세팅만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비용저감을 위해 모든 것을 공용화해 똑 같은 성격의 차를 찍어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다양한 주행성을 가진 차를 창출해 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오늘날 글로벌 양산 브랜드들 중 폭스바겐이 갖고 있는 경쟁력의 핵심인 것이다.

오늘 시승하는 더 비틀은 현행 골프의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폭스바겐이 다른 메이커들과 다른 점은 더 비틀에서도 나타나 있다. 제타에서도 이미 시장에 따라 서스펜션을 달리하고 있는데 더 비틀도 리어 서스펜션이 토션 빔과 트레일링 암식을 구분해 채용하고 있다.

폭스바겐 뉴 비틀은 그 원조가 잘 알다시피 세계 제 2차 대전 전에 개발되어 전쟁이 끝나고부터 생산되어 1978년 단종될 때까지 무려 2,100만대라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판매고를 올린 비틀이다.

그 비틀은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설계 개발한 모델이다. 그 프로젝트를 지시한 것은 희대의 독재자 히틀러였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해 국민차 구상을 포르쉐에게 명령했고 그렇게 해서 개발된 차를 메르세데스에 50대를 시험 생산케 해 총 주행거리 250만km의 시험 주행을 하게 했다.

히틀러는 또한 독일의 저 유명한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를 건설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히틀러가 아니었다면 오늘날 독일산 자동차가 이처럼 성능면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또한 오늘날처럼 자동차 기술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입장에 오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비틀은 그 작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독일에서는 물론이고 미국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뉴 비틀의 아이디어를 “컨셉트 A”라고 구체화해 처음 선보인 것이 미국이었고 실제 양산 모델의 발표도 1998년의 디트로이트모터쇼였다. 미국시장에서 올드 비틀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는 오너들을 공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폭스바겐의 의도는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현재 뉴 비틀의 전체 판매 1위는 본국인 독일 아닌 미국. 미국시장의 오너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향수를 자극하는 모델에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되는 나라는 일본이다. 브랜드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유저들에게 뉴 비틀은 그런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것이다.

더 비틀은 뉴 비틀에 비해 시각적으로는 남성적으로 바뀌었고 주행성에서는 보다 다루기 쉬운 퍼스널카로서의 성격을 택하고 있다. 즐거움이라는 면을 부각시켰던 뉴 비틀에 비하면 보수적 개념의 자동차다움을 더 강조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주행성을 기대하게 했지만 오늘 시승한 차는 실용성과 경제성에 더 비중을 둔 파워트레인 특성을 보인다. 미니와 달리 다양한 베리에이션으로의 변화라든가 하는 새로운 면이 부족하다는 점에서는 폭스바겐 팬들에게는 아무래도 아쉬운 면이 없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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