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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인가, 서울모델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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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3-04-09 15: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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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인가, 서울모델쇼인가?

서울'모터쇼의 외적 규모가 두 배 가까이 커졌다. 2013년 3월 28일부터 4월 7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 9회 서울모터쇼는 새로 지은 제 2 전시관까지 확대해 참가업체들의 부스 규모가 예년에 비해 훨씬 커졌다. 그만큼 주최측은 어떤 근거에서인지 모르지만 세계 3대 모터쇼라는 수사까지 동원하며 관중몰이에 나섰다. 관람객수 기준으로 3대라고 한 듯 한데 그 역시 신뢰성에 의문이 있는 부분이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2013 서울모터쇼는 시작 전부터 세계 최초 모델 9개라는 과장된 표현으로 지적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뉴욕모터쇼가 열리고 한 달 뒤 폭발한 시장 중국의 상해오토쇼가 있다. 어느 메이커든 서울모터쇼보다는 뉴욕이나 상해오토쇼에 신차를 발표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현대기아차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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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은 2013서울모터쇼에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자동차가 9대를 비롯, 45대의 신차가 전시된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36대의 친환경자동차, 15대의 콘셉트카도 등장했다. 하지만 세계 최초 공개 차량 가운데 네 대는 트럭 등 상용차였다. 흔히 말하는 월드 프리미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은 없었다. 그나마 한국차 업체들이 쇼카와 컨셉트카를 전시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이것은 글로벌 메이커들이 서울모터쇼에 높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목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에 걸맞는 컨셉을 설정해 관람객 들을 끌어 들여야 한다. 그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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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쇼가 관람객을 위한 행사이기는 하지만 국제 모터쇼는 일반 공개 전의 프레스데이에 많은 비중을 둔다. 어떤 모델을 전면에 내 세우느냐에 따라 그들의 전략을 파악할 수 있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시장을 찾는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받는다는 사실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서울모터쇼는 제 2전시관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프레스데이 컨퍼런스 스케줄을 중복되게 잡았다. 어느 한 곳은 포기할 수밖에 없게 한 것이다. 건물 7개를 사용하는 프랑크푸르트오토쇼와 5개를 사용하는 파리오토쇼도 그런 시간표로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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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모터쇼가 그렇게 한 배경은 국내 일간지의 마감시간 3시에 있다. 프레스컨퍼런스를 2시30분까지 맞춘 것이다. 그에 대해 주최측은 참가업체들이 마감시간 전에 행사를 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국제모터쇼라면서 일정을 일부에 해당하는 국내 일간지에만 맞춘다는 것을 누가 납득할까. 프레스데이를 하루만 하는 스위스 제네바오토쇼도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촘촘하게 일정을 만들어 소화해 낸다. 엄청나게 달라진 미디어 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소위 말하는 구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 더 답답한 것은 모터쇼인지 모델쇼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플로어의 광경이다. 눈을 어디에 둘 지 모를 정도로 민망한 옷차람의 여성들 때문에 자동차에 집중할 수가 없다. 세계 어느 모터쇼를 가보아도 국제 모터쇼를 표방하는 서울모터쇼처럼 '섹시'한 여성을 상품화한 곳은 찾아볼 수 없다. 개도국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베이징이나 상해도 이 정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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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차를 보러 가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에게 모터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이다. 최근 뉴스 캐스터를 폐지하고 새로운 형태로 개편한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통해 스포츠 신문 사이트를 클릭하면 도대체 대한민국이 어떤 문화의 나라인지를 의심할 정도로 '도색잡지'에 가까운 화면이 뜬다.

이런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들, 종사자들의 수준 이하의 사고가 한국 사회를 성폭행, 성추행의 나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는다. 불감증 정도를 넘어섰다. 모터쇼장에는 고성능 고화질의 작은 카메라를 든 도촬꾼들만이 넘쳐 난다.

전시업체 관계자들은 그렇게 나마 하지 않으면 관람객이 오지 않는다고 변명하다. 모델에 자신이 없고 브랜드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를 그렇게 한다. 전시문화에 대한 지식이 없고 철학이 없다는 것을 그렇게 변명한다. 그런 수준의 관람객들만을 상대하겠다는 얘기는 아닌지 곱씹어 볼 일이다. 그보다는 대다수의 건전한 소비자들을 끌어 들이려는 노력은 해 보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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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은 단지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심각한 현상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이 '철학도 없고 격조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그 언론사의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그들은 그런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클릭으로 먹고 사는 불쌍한 한국의 미디어의 현실이 그대로 보인다. 최근 개편한 네이버의 뉴스 클릭수가 언론사에 따라 90%까지 폭락한 것을 보면 인터넷의 트래픽이 얼마나 허수인가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주최즉은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언제나 그렇듯이 "양적인 면과 함께 질적인 면에서 최고의 모터쇼였다"며 "자동차 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자화자찬했다. 이 멘트 역시 변함이 없다. 무슨 일이 있든지 뻔한 멘트로 일관한다.

관람객수만 많으면 그것이 모터쇼의 본령인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서 기능은 한다고 생각하는가. 주최측 관계자들이라면 자녀들을 대리고 관람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무엇을 보여 주고 설명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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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적인 경제 회복세와 달리 디커플링 현상을 보이며 경기 불황을 겪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수준 낮은 문화와 그것을 부추기는 '한탕주의', 그 바탕의 부정부패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문화를 목격한 해외의 바이어들이 한국의 업체들과 믿고 거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고 생각하는가. 최근 한국 경제의 '왕따'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단지 저 코미디를 능가하는 정치 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런 모터쇼를 서울과 부산에서 번갈아 가며 하는 것은 낭비다. 소비자들은 그만큼 비싼 가격을 주고 모델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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