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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 신화를 창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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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03-21 05:4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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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쏘나타 신화를 창조하라의 머리글입니다.(편집자 주)

쏘나타, 신화를 창조하라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프롤로그

최근 들어 ‘신화창조’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띤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성공신화를 소개하고 있는 모 TV의 고정 다큐멘터리 물 제목(신화창조의 비밀)으로도 사용되고 있는 이 단어는 언제부터인가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고 있다. 그 TV 프로그램에서 얼마 전 현대자동차의 성공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현대자동차가 신화를 창조한 비밀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과연 현대자동차는 성공한 메이커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직은 아니다. 이 외에도 다른 TV 프로그램에서 몇 차례 현대자동차의 최근 성장에 대해 다룬 적이 있지만 그것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화면을 통해 나타나는 것들은 대부분 좋은 면만을 부각시킨 내용들이다. 자동차산업을 20년 가까이 취재해 온 입장에서 본 현대자동차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또한 아직도 해외 거대 메이커들 중에는 현대자동차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내는 곳이 있다. 30년 전 현대자동차가 고유 모델을 만든다고 했을 때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기본적인 시각은 변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것은 단지 외부의 시각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안에도 상당 부분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현대자동차 그룹이 과연 언제까지 갈 것인가 하고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그동안 현대자동차가 걸어 온 길을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낸다. 그만큼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부정적인 시각 속에서 성장해 왔으며 아직도 그 시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신화창조라고까지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 하나의 화두는 요즈음 경영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이라는 단어다. 많은 컨설팅회사들이 기업으로부터 작업을 의뢰받고자 할 때, 혹은 의뢰받은 작업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 할 때 ‘지속 가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일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다.
그만큼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동원해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번창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연구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한다면 ‘지속 가능한’ 사업을 위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찾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과연 현대자동차그룹은 지속가능한 발전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현 시점에서 현대자동차 그룹은 ‘제 2의 기회’를 맞았다는 말로 대신하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지금 현대와 기아자동차에게 유리한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물론 그것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도요타 등 일본 업체와 프리미엄 브랜드로 세계를 호령하는 독일 업체들을 당장에 누를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세계 자동차산업에서의 포지셔닝을 찾을 수 있고 그 시장에서는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고가 프리미엄 시장에는 독일 메이커들이 여전히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고 중가 시장에는 미국과 일본 메이커들이 서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상품성을 더욱 강화해 가고 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적어도 저가 시장에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일본차나 미국차, 유럽차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제품력을 갖추고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와 기아자동차만의 독자성을 확립해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것이다. 그 기회를 살리느냐 아니냐는 어디까지나 현대자동차 그룹의 몫이다.
흔히들 현대를 변화의 시대라고 얘기한다.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이 바뀌고 있는가.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모든 고정관념이 쓸모없는 시대다. 변화란 사전적 의미 외에 ‘유지하려는 힘과 이를 깨려는 힘이 더 커서 결국 균형이 무너지는 상태’를 말한다. 변화는 속도가 빠르며 예측하기가 어렵고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
그것은 패러다임(Paradigm)이 변한다는 얘기이다. 21세기 패러다임의 변화는 고객의 요구와 경쟁사보다 먼저 시장을 선도 할 수 있는 힘(Power)과 민첩성(Agility)이 기업에게 요구되어진다. 따라서 변화를 바라보는 눈과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기업력을 구축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되었으며 , 그 숙제의 해결여부가 생존의 최대의 열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고의 방향을 바꾸자

일본의 혼다자동차가 15년 동안 3천억 원을 투자해 ‘아시모(Asimo)’라는 로봇을 개발해 냈지만 한국의 KAIST는 3년 동안 10억 정도를 투자해 거의 비슷하거나 일부는 더 우수한 기능을 가진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해 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항상 우리의 딜레마로 여겨왔다. 오랜 시간 엄청난 투자를 통해 이루어 낸 선진국의 기술력과 짧은 기간에 엘리트들이 집중적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백번 옳은 이야기이다. 누가 뭐래도 우리는 이런 식의 전시행정식의 연구 개발이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그것을 무조건 무시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피해의식, 열등의식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에서도 대한민국은 IT강국이 되었고 가전제품은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LCD 모니터는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반도체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산 휴대폰이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오를 날도 머지않았다.
삼성전자는 한해 순이익 100억 달러(10조원)를 달성했으며 그로 인해 일본 업체들의 타도의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늘 한 수 아래로 여겨온 한국 기업의 실력이 이제는 공개적으로 해외에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 ‘최신 브랜드(brand new)’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에 대한 가장 확실한 예가 바로 이번 라스베이거스에서 돋보인 한국의 삼성전자”라고 평가했다. 누가 그렇게 되리라고 믿었던가.
우리는 스스로를 폄하하는 자세에 익숙해 온 것 같다. 이제는 그 생각을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다시 말해 아무도 할 수 없다고 했던 자동차산업을 이만큼 이루어냈다는 점에서는 분명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적어도 성공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90년대 말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인수합병과 한국 내 IMF가 맞물려 최악의 상황이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대우자동차의 미래뿐 아니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과연 어느 업체에게 넘어가느냐가 관심거리라고 했었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소위 그레이트 식스(빅6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논리)에 근거해 이야기 할 때 현대자동차의 이야기는 아예 거론조차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 그룹은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해왔고 지금도 세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현대자동차는 성공으로 향한 길을 걷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 것이다. 그것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통합으로 인해 규모의 경제의 틀을 갖추었고 세계적인 석유 위기로 인해 저가 저 배기량 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현대와 기아차에 소비자들이 고개를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국내에서의 부정적인 시각과는 달리 해외 자동차업계에서는 한국차의 성장 배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일본차의 아류로 여겨왔던 한국차의 판매 증가의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가 그들의 질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업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는 당장에 어떤 답을 낸다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지구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짚어보고 그 속에서 한국차의 위치, 그리고 지속가능한 발전 모델이 있는지, 신화창조의 가능성은 있는지 문제 제기를 하는 입장에서 서술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동안 자동차산업을 이야기할 때 대부분이 해외의 시각에 의해 만들어진 틀 속에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글로벌 시각이라는 점에서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반드시 어떤 시각이 절대적으로 옳았던 것만은 아니다.
또한 언제나 수세적 입장에서 해석을 해왔던 것도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항상 외세가 침공해 오는 것을 막는 입장에서만 보는 관점도 이제는 재고되어야 한다.
그런 생각에서 뭔가 정리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무엇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한국자동차산업의 배경이 무엇인지 우리의 시각에서, 우리의 언어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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