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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5 TCE, 국내에도 '연비 터보'의 시대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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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3-07-15 01: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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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사이징(Downsizing)이란 차체의 크기와 중량을 줄이는 것과 같은 차체라도 낮은 배기량의 엔진을 탑재하는 것을 일컫는다. 2001년 미국의 911 사태와 2003년 역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계기로 30달러를 밑 돌던 배럴당 원유가는 한 때 200달러에 육박했었다. 지금은 100달러 언저리에서 머물고 있지만 한 번 오른 휘발유 가격은 좀처럼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자동차회사들은 유지비의 부담으로 연비성능이 높은 차를 원하는 유저를 위해 기술을 개발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직접 분사 기술과 터보차저다. 디젤과 마찬가지로 가솔린도 직분 기술로 인해 과거 타임 래그와 연비 등으로 퇴출 위기에 놓였던 터보차저를 다시 살려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최근에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중심으로 린 번(Lean Burn) 기술이 다시 주목을 끌고 있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다. 내연기관의 궁극이라고 하는 HCCI의 등장도 머지 않았다.

직분과 터보차저 기술의 도입으로 최근 등장하는 대부분의 엔진 들은 리터당 100마력을 넘는 성능을 발휘하고 있다. 2007년 BMW가 실키 식스에 직분사 시스템과 터보차저를 결합해 231ps의 최고출력을 일거에 306마력으로 높이며 패밀리 세단에서도 리터당 100마력의 시대를 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출력은 204ps/5,500rpm을 발휘하지만 배기량을 2,496cc에서 1,795cc로 낮추는 성과를 올렸다.

폭스바겐은 배기량을 1.6리터에서 1.4리터로 낮추면서 2,500rpm에서 최대토크를 42%나 증강시켰다. 통상 주행 영역인 1,500rpm에서도 무려 66%나 파워를 높이며 다운사이징 시대를 주도해 오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최고출력 6%, 최대토크 30%, 연비 6%씩 각각 향상됐다.

그래서 오늘날 등장하는 직분 터보 엔진에 대해 '연비 터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20세기 절대성능을 높이기 위해 채용되었던 터보차저 시스템이 이제는 연소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터보차저의 채용으로 성능이 획기적으로 증강된 것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요소다.

그런 글로벌 트렌드와 달리 한국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실행에 옮겨지지 않고 있었다. 현대기아도 일부 엔진에 직분 터보의 적용으로 파워는 높이고 연비성능도 향상시켰지만 정작 그 엔진을 탑재하는 세그먼트가 달라지지 않았다. 2리터 엔진에 변화를 주었으면 그 엔진을 중형이 아닌 적어도 준대형급에 탑재를 해야 한다.

그런 차에 르노삼성이 선제적으로 다운사이징을 선도하고 나선 것이다. 같은 등급으로 푸조 508에 1.6리터 엔진을 탑재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는 수입차 시장의 트렌드와도 동떨어져 있었던 것에서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폭스바겐은 골프에 1.4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있고 BMW는 7시리즈에 3리터 엔진을 탑재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E클래스에 1.8리터 4기통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포드도 풀 사이즈 SUV에 2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한국차 메이커들이 이미 대세인 트렌드를 아직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실용화가 시작된 DCT, 즉 수동 기어박스를 베이스로 작동을 자동환 트랜스미션도 연비성능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토크 컨버터 방식과 달리 마찰력을 직접 전달하는 DCT는 연비성능 뿐 아니라 직결감으로 달리는 즐거움까지 배가하며 21세기의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물론 엔지니어에 따라 여전히 토크 컨버터 방식의 다단화를 선호하는 예가 적지 않지만 적어도 유럽 메이커들은 DCT를 더 선호한다.

르노 그룹 내에서 RSM의 입지 강화

"클래식 다이나미즘"이라는 구호를 동원하며 등장한 현행 SM5의 스타일링 디자인은 시장에서 반응이 좋다. 그것은 데이터가 말해 준다. 플래티넘 출시 전에는 내수 판매가 월 2000대 이하로 떨어졌었다. 하지만 출시 이후에는 4,000대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한국시장의 중형차가 전체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SM5의 판매대수는 선전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 판매를 늘리는 것은 '새로운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내용이다. 여기에 이번에는 다운사이징이라는 글로벌 트렌드를 쫓아 직분 터보 버전을 추가했다. 라인업이 늘어나는 것이다. 자동차 판매를 늘리는 것은 선택의 폭을 늘려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근 르노삼성의 행보는 시선을 끈다.

무엇보다 르노 그룹 내에서 새로운 파워트레인의 조합을 르노가 아닌 르노삼성에 가장 먼저 적용했다. 그것은 르노삼성에 힘을 실어준다는 얘기이다. 르노삼성은 기흥 연구소의 인원을 늘리고 디자인 센터를 확장하는 등 꾸준히 투자를 확대해 왔다. 그리고 모델 베리에이션의 다양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번의 파워트레인 조합 뿐 아니라 QM5 하위 모델의 생산도 결정된 상태다.

르노는 기본적으로 남부유럽 시장에서 통용되는 모델의 개발과 생산에 익숙해있는 메이커다. 그것은 프랑스라는 문화의 산물이고 그것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르노삼성을 인수하고 닛산과 제휴를 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여기에 제휴관계인 닛산과 자회사인 르노삼성과의 관계 정립도 필요했을 것이다. 그들은 중형 이상의 모델의 개발에 노하우가 있는 르노삼성의 역량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일 이미 보여 주었다.

다만 한국의 기형적인 시장구조와 왜곡된 애국심으로 그것이 자리를 잡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납부하며 생산제품을 수출한다. 그것은 한국의 무역수지에 기여하며 한국의 GDP에 포함된다. 21세기의 국가의 경계와 산업의 상관관계에 대한 좀 더 현실적인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SM5는 전체적으로 파워보다는 밸런스를 중시한 전형적인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사용을 고려한 차만들기의 특성이 보이는 모델이다. TCE는 거기에서 약간 좌클릭을 시도하고 있다. 파워를 강조하고 싶은 의도가 보인다는 것이다. 가격도 플래티넘 LE사양보다 50만원 높게 설정하는데 그쳤다. 문제는 한국의 유저들이 중형차인데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맞춰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성능은 크게 높였다는 점을 인정할 지 아니면 1.6리터 엔진 차인데 중형차 가격을 책정했다고 할 지에 대한 반응이다. 기아 K9이 풀 사이즈 세단이면서도 엔진을 3.3리터와 3.8리터만 탑재해 에쿠스가 아닌 제네시스의 경쟁 모델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마케팅 전략도 필요하다.

SM5 TCE는 분명 이 시대의 과제인 연비성능 향상과 배기가스 저감을 통한 친환경 자동차를 지향하는 중형 세단이다. 한국산 모델 중에서는 가장 먼저 시도했다는 점 또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최근 들어 연비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인 수치로까지 넓어지고 있는 시장 상황에서 SM5 TCE는 분명 그 역할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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