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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디트로이트 1신 - 디트로이트와 미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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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14-01-13 03: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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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18일. 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가 파산 신청을 한 날이다. 부채 총액 180억 달러를 넘어 미국 지자체의 재정 파탄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사건'이다. 1991년부터 디트로이트오토쇼를 매년 취재해 온 입장에서 그러나 그 뉴스는 그다지 충격적이거나 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모타운의 변화와 미국의 자동차산업의 흐름은 다른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디트로이트 빅3라는 용어는 이제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7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생산시설이 폭넓게 퍼져 있다. 토요타와 현대기아차는 그 고속도로변의 캔터키주와 블랙벨트의 동쪽 지역인 앨라배마와 조지아주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2014 디트로이트오토쇼 전날 디트로이트시와 미국의 자동차산업에 관한 산업적 문화적 차원에서의 전반을 짚어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디트로이트(Detroit)는 프랑스어로 해협이라는 의미이다. 프랑스 탐험가 앙투안 캐딜락(Antoine de la Mothe Cadillac)이 처음 상륙해 도시를 건설한 것이 도시명의 기원이다. 초기에는 풍부한 목재를 이용한 마차산업의 중심지였던 디트로이트가 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모타운(Motown), 모터시티(Motor City)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1903년 디트로이트에 포드자동차가 설립되었을 당시 미국에는 88개나 되는 자동차회사가 있었고 디트로이트에는 그 중 5개 업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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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역사가 있다. 헨리 릴런드라는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는 1902년에 도시 개척자의 이름을 따 캐딜락자동차회사를 설립해 1909년에 GM 에게 넘겼다. 그는 링컨이라는 고급차회사를 만들어 1922년에 포드에게 넘겼다. 그가 만든 두 브랜드가 GM과 포드의 최상급 브랜드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보수성이 강한 미국인들의 경우 여전히 블랙타이(Blacktie Day)에는 캐딜락이나 링컨을 타고 나타난다.

산업사적인 측면에서 자동차는 미국이 규모화 한 20세기 최대의 발명품이다. 독일인이 발명한 내연기관차를 상품화한 것은 프랑스이고 그것을 산업화 한 것은 미국이라는 얘기이다. 20세기 말에 그것을 세계화한 것은 일본이었다.

미국이 자동차산업을 미국, 아니 세계의 기간산업으로 만든 것은 민영화로 인해 부패로 얼룩진 철도산업으로부터 정부 지원을 빼앗아 온 것, 전철산업의 고사전략 등의 배경이 있다. 더불어 미국 정부로 하여금 거대한 대륙에 고속도로를 건설하지 않을 수 없게 한 다양한 전략도 크게 기여했다. '교통 체증 해소 위해 도로 건설해야'한다는 논리로 시민들을 자극해 정부를 움직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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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미국인들에게 도로는 자유의 상징으로 뿌리 내리게 됐다. 1938년 루즈벨트 대통령은 남북 각각 세 개의 고속도로 9만 Km 를 건설했다. 5만명 이상 도시가 이 고속도로망과 연결되게 했다. 그 결과 경작 가능 면적의 10%가 도로인 나라가 미국이다.

자동차산업에만 국한해서 보자면 대량생산기법의 도입과 노동자의 임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해 후에 마르크스주의가 미 대륙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한 포드주의(Fordism)가 첫째다. 두 번째는 윌리엄 듀란트와 알프레드 슬론시대의 주기적 모델체인지와 차종 다양화정책, 차별적 브랜드 도입으로 대변되는 슬론주의(Slonism)가 두 번째다.

슬론주의는 의도된 진부화(Planned Obselescence) 전략으로 지금까지 주기적으로 모델체인지를 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새 차로 바꾸게 싶게 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여기에 1921년에는 자동차 판매에 할부금융제도를 도입해 봉급자들의 자동차구입을 용이하게 했다. 1920년 전 세계 자동차생산의 82%가 미국산이었다는 점으로 초기 세계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가늠할 수 있다.

2차 세계 대전도 미국의 자동차산업에게는 호기였다. 미국 내에 있는 자동차회사들은 군수용차를 생산에 연합군에게 판매했고 1928년 GM이 인수한 독일 오펠은 히틀러군에게 군수용차를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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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모든 것을 우선하는 것은 자동차가 프론티어 정신이라고 일컬어지는 미국인의 개척정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도구라는 점이 아닐까 한다. 그것을 자극한 것은 물론 자동차회사들이었다. 미국인들의 정신적 사상인 개척정신을 자극해 이동성, 자유, 권력의 상징으로 자동차를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는 얘기이다.

역으로 말하면 미국인들의 정신세계에 그들만의 프론티어십이 사라지지 않는 한 자동차산업의 존재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일본회사든, 한국회사든, 독일회사든 미국 내에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인원을 고용해 제품을 생산하면 그것이 곧 미국의 자동차산업이라고 하는 사고방식이다.

옥수수를 주로 생산하는 농민들의 표를 얻기 위해 석유가격이 올라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정치인들이다. 그렇게 해서 옥수수 생산이 과잉상태에 이르자 바이오 연료를 장려했다. 그런 일련의 행위를 그때그때 포장해서 표심을 자극했다. 그것이 미국이다.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기 위한 '고용 창출(Job Creation)'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 오바마의 정책이 결실을 보고 있다. 최근 들어 GM과 포드 등 미국의 자동차회사들도 미국 내 투자에 대한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 내에서 자동차 판매를 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 독일의 자동차회사들로 하여금 미국 내 시설 투자를 하도록 알게 모르게 다양한 형태의 압박을 가한다.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투자를 환영한다. 그로 인한 고용창출을 바라는 마음에서다.

한국에서처럼 한국 내에서 생산수출하고 있는 외국계 자동차회사들을 비아냥거리며 나가 주기를 바라는, 또는 마치 처음부터 나갈 것을 전재로 들어 온 것처럼 몰아 붙이는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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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것은 미국인들의 '자동차사랑'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자동차는 미국인의 세속적 종교라고. 자유와 독립의 상징이면서 소비주의 욕망의 지존이라고 말한다. 지금도 미국의 스포츠 이벤트 빅20 중 17개가 자동차경주라는 사실이 그런 표현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미국인들에게 자동차는 삶 그 자체다. 스티어링 휠을 잡는 순간만이라도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넘어 권력을 행사하는 맛을 느껴야만 살 수 있다.

디트로이트시의 파산 선고와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별개의 이야기라는 논리가 그래서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번영을 창출하는 원천은 금융회사들이었지만 지금은 금융시장이 심각하게 붕괴하면서 금융이 세계의 중심적 역할에서 밀려나기 직전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금융이 주도하던 시대도 있었고 실물 생산자(농부, 광부, 에너지 공급자, 벌목꾼)들이 주도하던 시대도 있었다. 대형 강세장이 시작되기 전인 1950~1970년대까지만 해도 월스트리트와 런던은 변두리에 불과했다. 이들은 다시 변두리로 돌아갈 것이다. 금융업자들이 쇠퇴하고 여호수아서가 전하듯 '장작을 패고 물을 긷는 사람들'이 세상을 물려 받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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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현물 투자가 짐 로저스가 그의 저서에서 한 이 말이 새삼 떠 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의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세계 경제의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떠 받들고 있는 영국의 마가렛 대처는 금융 강국을 외치다가 영국 제조업 종사자를 800만명에서 300만명으로 떨어 트렸다.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비슷한 시기에 금융 중심의 비즈니스를 부르짖다가 미국의 제조업 종사자 1,500만명의 일자리를 날려 버렸다. 그 결과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산산 조각이 났고 미국을 대표하는 GM과 크라이슬러는 파산했다.

지금 다시 미국은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첫 번째가 규모가 가장 큰 자동차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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