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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동차업계, 생존의 조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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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05-21 12:2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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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동차업계, 생존의 조건은?

1990년대 말 우리는 IMF 태풍으로 전국이 흔들릴 때 세계 자동차업계는 인수합병의 바람이 불었다. 그것은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가 미국의 크라이슬러를 인수해 다임러크라이슬러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을 기점으로 르노와 닛산이 통합했고 롤스로스이는 BMW산하로,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 등은 포드의 우산 아래로 들어갔다. 물론 그전에 이미 독일 오펠은 GM그룹 소속이 되었고 일본의 미쓰비시나 스즈키, 이스즈, 마쓰다 등도 모두 미국의 빅3의 식구가 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우리나라도 현대가 기아자동차가 하나의 깃발 아래 뭉치게 되었다.

당시의 화두는 합병이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논리가 그때처럼 실감나게 다가온 적은 여태까지 없었던 듯 하다. 당시 뭉쳐야 하는 당위성은 규모의 경제였다. 연간 400만대 이상을 생산해야 살아남는다는 자동차업계의 '정설(?)'에 세계 모든 자동차회사들은 합작선을 찾게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것이었고 자동차업계 경영진들은 통합을 부르짖었다. 그것은 전략적 제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내며 어떤 형태로든 뭉쳐야만한다는 것이 당시로서는 피할 수 없는 생존의 조건이었다.

물론 규모의 경제의 밑바탕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비용 저감이었다. 플랫폼(언더보디)과 부품을 공유해 코스트 다운을 하지 않으면 수익성을 낼 수 없다는 것이다. 플랫폼 공유의 예는 현대자동차 Y3플랫폼으로 개발된 차가 EF쏘나타를 시작으로 기아 옵티마, 리갈, 산타페, 트라제, 그랜저 XG, 기아 오피러스 등 7개 차종에 이른다. 현대와 기아는 합병 이전 20개가 넘는 플랫폼을 7개로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해 이제는 거의 완성단계에 와있다. 그리고 그 플랫폼 통합으로 인해 현대와 기자동차 그룹은 최근 수년 동안 사상 최대의 수익을 냈다.

다시 말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익을 내고 있는 것은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한 혜택이라는 얘기이다. 역으로 말하면 만약 통합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세계 자동차 업계는 새로운 지도로 재편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선 연간 판매 800만대 수준을 넘긴 미국의 공룡 GM그룹과 600만대급의 포드와 토요타그룹, 500만대를 넘긴 폭스바겐과 르노닛산, 그리고 400만대 중반의 다임러크라이슬러, 그리고 330만대 선의 PSA푸조 시트로엥과 현대기아 그룹, 혼다자동차, 그리고 120만대에 불과하지만 급격한 성장곡선을 그리고 있는 BMW 그룹 등 모두 10개 정도로 정리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과 10년이 채 안된 오늘날 시점에서 통합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생존의 조건이 아니라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아니 통합을 통해 오히려 더 어려워 질 수도 있다는 논리가 팽배해 있다.

그 단적인 예로 BMW는 1993년 인수했던 영국의 로버 그룹을 단돈 1파운드에 매각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인수합병 이후 로버 그룹은 더 악화일로의 길을 걷게 되었고 그것이 BMW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해 갈라서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BMW의 이런 판단은 옳았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후 BMW는 일취월장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BMW가 버렸던 로버 그룹은 중국의 상해기차가 인수를 위해 협상을 했었으나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협상은 중단되었고 결국 지난 봄 회사는 해체되고 말았다.

또 하나의 좋은 예가 1998년 이태리의 피아트를 인수하기로 하고 주식 20%를 인수했던 GM이 있다. GM은 나머지 80% 주식을 2004년 1월에 인수하기로 풋 옵션을 체결했었으나 최근 그 옵션이 없었던 것으로 하는 조건으로 GM은 피아트에게 20억 달러라는 거금을 거저 주고 말았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할 때 들였던 자금이 5억 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돈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통합이 생존의 조건은 아닌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시대 자동차산업의 흐름을 좌우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누구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공급과잉론이 팽배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공장을 세계 곳곳에 건설하고 있는 메이커들의 전략을 보면 이해가 간다. 대표적인 메이커로 토요타는 일본 내 19개의 공장과 해외에 52개의 공장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공급이 부족해 새로운 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의 PSA푸조시트로엥 그룹과 독일의 BMW, 일본의 혼다 등도 마찬가지로 성장일로에 있는 메이커들이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자신들만의 독창성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품질은 기본이다. AS도 세계적 수준이다. 거기에 자기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 즉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합병을 통해 기본적인 생존의 조건은 충족시켜가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내구성에서까지 일본차에 뒤지지 않는 철저한 품질이 확보되어야 하고 나아가 브랜드 고유의 독창성을 창조해야 한다.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규모는 이루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앞으로 수년동안 어떤 방향을 잡고 가느냐에 따라 살아남을지 아니면 다른 회사처럼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가 결정 된다.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하고 더 철저한 생산관리, 고객관리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자동차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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