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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상하이오토쇼 6신 - 중국화와 다국적 기업간 전쟁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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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5-04-21 19: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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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중국의 라이트비클 판매대수는 1,913만대, 전체 판매대수는 2,462만대였다. 전 세계 자동차 판매에서 무려 22.8%의 비중이다. 전 세계 석유 소비의 25%를 미국이 차지하는 것과 대비되는 숫자다. 2012년 기준 중국의 석유 소비는 10.4% 가량이었다. 

 

20세기에는 석유를 사용하며 인류의 생활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었다.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린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석유를 무기로 만들어 세계를 지배했고 1971년 닉슨 대통령이 금본위제를 폐지한 후 아무 근거없이 찍어내는 달러 또한 무기로 만들었다. 세계 시장에서 유로화의 유통 비율이 25% 가량에 달하고 있지만 기축통화에서 65%를 점하고 있는 달러에 대항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1세기에 그 구도를 바꿀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간단하게 말하면 중국이 석유가 아닌 다른 에너지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할 수 있을 지와 위완화가 달러, 유로와 함께 3대 기축통화에 진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두 가지 다 20세기까지만 해도 절대 불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지금은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우선 에너지 차원에서 석유 고갈론은 유엔미래보고서에서도 근거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있다. 다른 대체 에너지가 등장해 석유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태양광 에너지와 바이오 연료다. 태양광 에너지는 전기 전환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점과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많은 유해물질을 생산하고 있어 당장에는 크게 주목을 끌고 있지 못하지만 중국과 독일 등은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기축통화 문제는 석유 결제와 관련이 있다. 사담 후세인이 석유결제를 위완화로도 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하고 미국에게 죽임을 당했듯이 중요한 문제다. 그런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석유의 입지가 대체 에너지로 인해 좁아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그 외에도 해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력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조금씩 틈이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가설을 가능하게 하고 있는 것이 자동차의 중국화다. 누차에 걸쳐 얘기하지만 내연기관 자동차는 독일이 '발명'했고 프랑스가 모터스포츠를 통해 '상품화'했으며 미국이 대량생산기법 도입으로 '산업화'했고 일본이 현지 생산으로 '세계화' 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중국시장에서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중국화'가 진행되고 있다. 

 

 

 

2015상하이오토쇼에서는 그런 중국화가 한층 더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인용되고 있는 중국 관련 데이터가 중구난방이지만 CAAM(China Association of Automobile Manufactures)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중국 자동차 판매와 생산은 각각 2,349만 1,900대, 2,372만 2,900대로, 2013년 대비 6.86%, 7.26% 증가했다. 이전만큼의 폭발력은 아니지만 판매와 생산 모두 올랐다. 앞으로 두 자리 수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전체 규모를 생각하면 10% 이하도 결코 적지 않은 것이다. 작년에는 합작사의 점유율이 더욱 높아졌고, 중국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반면 SUV 세그먼트에서는 중국 브랜드가 선전하고 있다. 올해 중국의 신차 판매는 2,500만대 내외가 될 전망이다.

 

 

싸움의 양상이 달라진다

 

이 시장에서 싸움의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은 아직까지 자동차산업 보호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해외 업체가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50 : 50 출자비율을 지켜야 한다. 중국은 시장을 제공하고 해외업체는 기술과 자본을 투자하는 형태다. 북경자동차와 상해자동차, 제일자동차, 광조우자동차, 둥펑자동차, 장안자동차 등 지방자치단체가 투자한 소위 국영 기업들이 주로 해외 업체들과 합작회사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역시 출처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가 존재하지만 중국에는 현재 위에 언급한 6개 국영회사를 포함해 공식적으로 134개의 자동차조립회사가 있다. 비공식적으로는 200개가 넘는다고도 하고 75개가 있다고도 한다. 이들 중 국영기업을 제외하면 질리자동차와 체리자동차, BYD 등이 존재감을 높이고 있고 하발(HAVAL)과 리판(Lifan), 조티에, 중화자동차 등이 그나마 모터쇼에 참가하고 있다. 올 해의 상해모터쇼에는 지금까지 들어 보지 못했던 중국 업체들이 눈에 띄었다. 다양한 시도 정도로 치부될 수준이지만 이 또한 작은 변화다. 

 

 

 

그 많은 자동차회사들 중 상위 10개 메이커가 전체 생산의 55%를 점하고 있고 상위 업체들의 세력은 점점 커진다는 점 때문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도 평가되고 있다. 

 

그 중 북경자동차의 예를 들어 패러다임의 변화를 집어보자. 

 

우선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구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세계적인 투자자들은 토요타를 가장 가치있는 자동차회사로 보고 있다. 2014년 인터브랜드의 발표에 따르면 토요타(전체 8위) 다음으로 메르세데스 벤츠(10위), BMW(11위), 혼다(20위), 폭스바겐(31위), 포드(39위), 현대(40위) 등을 꼽았다. 

 

양산 브랜드로만 보자면 토요타, 혼다, 폭스바겐, 포드, 현대 등이 순위다툼을 하고 있다. 

 

이 중 폭스바겐과 혼다는 극단적으로 비교되는 사업 구조를 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아우디와 세아트, 스코다, 포르쉐, 람보르기니, 벤틀리, 부가티, 만, 폭스바겐 상용차, 스카니아, 스즈키 등 10여개의 자동차회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비해 혼다는 원동기 사업부터 이륜차, 4륜차, 헬리콥터,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다른 자동차회사와는 확연히 다른 구성이다. 

 

 

 

그런 비교가 중국에서는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북경시 소유의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에는 북경자동차를 시작으로 창해, BAIC EU, FOTON, BAIC Yinxiang, 북경현대, 메르세데스 벤츠, 스즈키 등이 있다. 광조우시의 광조우자동차에는 자체 브랜드 두 개와 혼다, 토요타, FCA, 미쓰비시 등 합작 기업들이 있다. 상해시 소유의 상해자동차그룹(SAIC)에는 폭스바겐을 비롯해 GM 등이 있는데, 폭스바겐의 입장에서 보면 상하이차그룹은 물론 제일자동차그룹과도 합작회사가 있다.

 

지금은 물론 해외 업체들이 기술 이전을 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우위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2015상하이쇼장에서 보인 모습은 2014 베이징모터쇼나 그 전의 모터쇼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 내놓은 자체 브랜드의 모델들을 보면 다른 생각이 든다. 

 

 

 

플로어에 전시된 많은 중국 메이커들의 모델에는 여전히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디자인이 혼재되어 있는 모델들이 보인다. 하지만 BMW가 X6를 먼저 내놓고 한 참 후에 메르세데스 벤츠가 GLE 쿠페를 내놓았지만 그 누구도 카피했다고 하지 않는다. 지금 중국 메이커들이 개발해 내놓은 모델들도 그런 트렌드를 쫓는 정도로 발전했다. 물론 포르쉐의 센터 페시아를 그대로 옮겨 놓은 하발 H7이라든가 현대 투싼과 쏘나타를 닮은 차가 전시되어 있었지만 그것이 이슈화가 되지는 않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 이유는 자세하게 보지 않는 탓도 있겠지만 어쨌든 크게 보면 국영 기업은 물론 중국 자체 자본인 체리와 질리, BYD 등의 차만들기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시장의 신파 판매가 2020년 경 연간 3,500만대라고 하는 전대미문의 전망이 이들의 힘을 더욱 키워줄 것은 자명하다. 결국은 시장의 힘으로 존재감을 높여 그들의 지분(?) 찾기에 나선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시간이 지나 BAIC이나 SAIC이 그들과 합작한 브랜드들이 결국은 중국시장에 녹아내려 중국의 것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하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게 된다. 

 

여기에서 또 다른 차원의 충돌이 일어난다. 토요타와 폭스바겐, 현대기아, GM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모두 다국적 기업이다. 모두가 속한 나라보다 해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국적은 있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서 그들은 분산 형태의 사업 구조를 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정치적으로 서로 얽혀 필요할 때는 애국심을 동원한다. GM이 파산선고한 후 연방정부가 세금을 들여 살려낸 것을 말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민족주의나 국가주의가 아닌 기업주의에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 메이커들이 그런 기업주의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지, 그리고 그들 역시 서구 국가들처럼 기술자립에 대한 의지가 부상했을 때 이들과의 충돌을 어떻게 소화할 지가 궁금해진다. 

 

세계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결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그런 과정에서 국적이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 중국에 종속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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