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세계자동차시장 과연 공급과잉인가?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06-15 13:24:13

본문

세계자동차시장 공급과잉인가, 공급 부족인가?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자동차산업을 이야기할 때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시장이다. 시장이 있어야 제품을 만들어 팔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 자동차산업은 언뜻 보기에는 과당 경쟁으로 인해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문을 닫는 자동차회사가 속출하거나 다른 업체로 넘어가는 일이 다반사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3년 기준으로 전 세계 자동차 보유대수는 대략 8억 4천만대에 달한다. 지구촌 인구가 대략 62억이라고 하니 7.3명당 한 대꼴로 자동차를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평균으로 계산한 이와 같은 수치와 각 지역별 현실은 상당한 괴리를 보인다. 다시 말해 유럽지역은 2003년 기준으로 인구 약 2억 9천만 명에 자동차 보유대수도 2억 9,061만대, 북미도 인구 2억 9천만 명에 2억 5천만대로 두 지역 모두 한 사람당 한 대꼴의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수치를 보고 자동차 공급과잉과 포화상태라는 말로 세계 자동차산업이 처한 현실이 심각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지역을 비롯한 자동차선진국 일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통계를 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전체 보유대수가 약 1억 9천만대 가량에 이르고 있는데 인구수는 중국만 해도 13억이 넘는다. 일본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약 7억 5천만대, 한국은 1,500만대 가량인데 인구가 13억이 넘는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2,500만대를 조금 넘긴 정도에 불과하다. 인도도 10억의 인구다. 물론 그 외에도 남미 아프리카 등도 아직은 유럽이나 미국 수준의 자동차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이는 역으로 말하면 아직도 시장 성장 가능성은 무한하다는 얘기가 된다.
그뿐인가. 이미 포화상태라고 알고 있는 미국 시장도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 중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미국은 2010년까지 인구가 10% 가량 증가하고 다시 2020년까지 2,600만 명이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가 없으면 생활이 안 되는 미국의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시장이 늘어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계 자동차업계는 눈만 뜨면 공급과잉을 부르짖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경쟁력이 약한 업체는 공룡 기업의 산하로 들어가는 인수합병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잘 나가는 회사보다는 어려움에 처한 회사가 더 많다. 심하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존폐가 불확실한 업체들이 하나 둘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비근한 예로 이태리의 피아트는 1998년 GM이 20%의 주식을 인수했고 나머지 80%를 2004년 1월 1일 인수하도록 하는 풋 옵션을 체결해 사실상 홀로 서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지금은 GM이 피아트의 계약 위반을 이유로 들어 인수하지 못한다는 입장에 있고 피아트 그룹은 어떻게 해서라도 피아트 오토를 GM에게 매각해 그룹의 자금줄에 숨통을 트겠다는 생각을 해왔었다. 최근 GM이 피아트에게 20억 달러를 지불하고 풋 옵션을 없었던 일로 했으므로 피아트 입장에서는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일본의 미쓰비시도 다임러크라이슬러 산하에 있다가 더 이상의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한 후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미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쓰비시의 지분 매각을 진행 중에 있다.
영국의 로버도 1993년 독일의 BMW에게 매각되었다가 2000년 다시 한 벤처기업에게 넘어가 명맥만 유지하다가 최근 결국은 해체되고 말았다. 중국의 상해기차가 인수의사를 표명했지만 중국정부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파산으로 이어지고 만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세계 각국의 자동차업계는 분명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사실이다. 시장 포화와 공급과잉 상태에서 경쟁은 심화되고 그 경쟁을 이겨낼 힘이 없는 회사들이 하나둘 넘어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어떤 업체가 또 흔들리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의견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이들 외에 미국의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소위 빅3는 90년대 후반 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처럼 대대적인 규모의 인원감축을 비롯한 공장폐쇄 등 각종 대책을 강구하는 것 역시 비용 저감을 위한 것임은 두말할 것 없다.
그렇다고 미국의 공룡 기업이 당장에 어떻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최근 국내에도 번역되어 출간된 일련의 미국 자동차산업 관련 저서에서 빅3가 일본 메이커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하며 마치 몰락한 것처럼 비유한 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인의 시각에서 본 자괴감, 혹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1960년대 GM의 시장 점유율만 해도 60%였을 때와 비교하면 빅3의 힘은 상대적으로 크게 약화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국경 없는 경제’가 상당히 진척된 지금 여전히 연간 1,700만대가 판매되는 거대한 미국 시장의 60% 가까이를 장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의 메이커들을 인수해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강구하고 있고 지금은 완성 단계에 있다.
GM은 세계 최대 공룡기업답게 차근차근 신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고 자금난으로 흔들렸던 포드도 기운을 차리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로 합병이 되기는 했지만 크라이슬러 그룹도 모델 전략이 적중해 단숨에 순이익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GM과 포드가 인수한 해외 메이커들은 단지 프리미엄 브랜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차 회사들도 있다. 90년대 후반부터 급작스럽게 진행된 것도 있고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난 예도 있다. 그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될 수도 있다. 그것이 규모의 경제에 집착하는 이유다. 이는 비록 자동차회사에만 국한되는 내용은 아니다.
(출처: 쏘나타, 신화를 창조하라, 채영석 저, 기한재)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