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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페이튼과 프리미엄 브랜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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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08-08 05:4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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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페이튼과 프리미엄 브랜드 전쟁

최근 폭스바겐이 12기통 6,000cc 엔진을 탑재한 1억 5천만원짜리 모델 페이튼을 국내시장에 출시해 화제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하나는 대중차의 대표적인 브랜드인 폭스바겐이 럭셔리 프리미엄 모델을 내놓았다는 점. 또 하나는 같은 등급의 BMW나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의 차는 2억 3천만원을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 그보다 훨씬 낮은 가격을 책정했다는 점에서이다.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Volkswagen, 우리말로는 대중의 차라는 말이다. 우리는 이것을 국민차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폭스바겐은 히틀러의 명령에 의해 페르디난트 포르쉐박사가 개발한 비틀(Beetle), 우리에게는 딱정벌레로 알려진 모델을 1978년까지 2천만대 이상 생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후 폭스바겐은 누가 뭐래도 실용적이고 대중적인 모델을 만드는 메이커로 자리잡아왔다. 연간 500만대 이상의 생산대수를 기록할 정도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자동차산업에 있어서 쉽게 흔들리지 않을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폭스바겐이 6,000cc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생산 판매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은 대목일 수가 있다. 아니 가격 기준으로 이런 고가의 모델을 생산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대중차라는 고착된 이미지를 가진 폭스바겐이라는 메이커가 그런 고가의 차를 만들었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선뜻 지갑을 열어 구입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폭스바겐의 이런 프리미엄 모델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최근 시장의 변화에 대한 자동차 메이커들의 대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등급의 차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미국시장에 대한 고려와 최대 잠재시장인 중국시장에 대한 포석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중국시장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하고 이번에는 미국시장에의 가격을 기준으로 고가차들의 전쟁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시장에서 잘 나가는 브랜드들을 보면 하나같이 고가의 모델들을 라인업시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그리고 일본의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빅3가 그것이다.
사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하면 BMW와 메르세데스, 재규어 정도만이 인정을 받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것이 아우디가 가세를 하면서 경쟁은 격화되었고 그때부터 메르세데스와 BMW는 세 불리기에 들어갔다.
거기에 일본 빅3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 전쟁 가세로 이 시장은 일대 혼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바로 그 시장에 폭스바겐이 페이튼이라는 모델로 이 세그먼트에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메이커들은 당장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입지 구축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처럼 후발주자들이 뛰어 들면서 일견 혼란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로 인해 시장은 오히려 확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경쟁 모델의 등장으로 기존 브랜드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만 해도 90년대 중반 연간판매대수가 60만대 규모에 지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120만대를 넘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경쟁은 발전을 가져오고 그 발전은 소비자들에게는 즐거움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되어 손길이 더 자주가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른다.
경기의 흐름에 대해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세그먼트로 시장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메이커들은 어떤 형태로든 이 세그먼트의 모델을 라인업하고자 한다. 그것은 물론 중소형차보다 수익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델을 만드는 메이커의 수는 최근에도 크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그것은 그만큼 시장침투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단지 좋은 차를 만든다고 해서 무두가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미국시장에서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전 세계 연간 판매 규모가 23만대 정도인 6만 달러 이상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력셔리 세단형 모델로는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아우디 A8, 재규어 XJ, 그리고 폭스바겐 페이톤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 모델의 2004년 판매상황을 보면 메르세데스 벤츠S클래스가 53,200대, BMW 7시리즈가 47,689대, 아우디 A8이 22,773대, 재규어 XJ 가 18,569 대 등이다. 후발주자인 폭스바겐 페이톤은 아직 6,000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일본 메이커들이 80년대 말에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토요타의 렉서스와 혼다의 아쿠라, 닛산의 인피니티 등은 판매면에서는 일취월장을 하고 있지만 가치면에서는 아직까지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최상위 등급 모델의 시판가격이 미국시장 기준으로 6만 달러부터 시작해 12만 달러까지 이르고 있는데 비해 일본 프리미엄 브랜드는 가장 비싼 차가 6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미국시장 기준 판매가로 구분했을 때 6만 달러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모델과 그렇지 않은 모델들간의 카리스마는 그 차이가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것이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고로 미국시장 판매가 기준 10만 달러를 넘는 프미미엄 브랜드들을 보면 이그조틱카나 튜닝 메이커 버전을 제외하고는 메르세데스 S클래스, 아우디 A8 등 세 개 차종에 불과하다.
그래서 폭스바겐은 페이튼의 최고급 버전인 6,000cc 모델을 1억 5천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한국시장에 내놓을 수밖에 없지 않았겠느냐 하는 해석이 가능하다. 당장에 직접적인 싸움을 하기보다는 단계적인 절차를 밟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폭스바겐은 이미 대만에서도 비슷한 가격으로 출시를 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었다. 다만 이런 아시아 일부지역에서의 가격전략과는 달리 미국시장 판매가는 6만 6천달러부터 시작해 당초 의도대로 자존심 싸움을 하고 있다. 폭스바겐이라는 전통과 유서깊은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도 이런 브랜드 전쟁에 뛰어 들기 위해 2007년 출시를 목표로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메이커들과 폭스바겐의 예에서 현대자동차가 무엇을 배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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