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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무엇을 전면에 내 세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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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5-08-25 06: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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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무엇을 전면에 내 세울 것인가?

현대자동차가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한지 벌써 세 달이 지났다. 아직은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쏘나타의 20% 정도에 해당하는 3.3리터 모델만을 조립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미국산 쏘나타가 미국시장에서 생산된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만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대대적으로 미국산 쏘나타임을 강조하는 것과 궤를 같이 미국의 소비자들로부터 ‘Made in U.S.A.’로 인정받으려면 그에 걸맞은 생산량을 달성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토요타 캄리와 혼다 어코드가 장악하고 있는 컴팩트카 혹은 미드사이즈카 세그먼트에서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그렇게 되면 흔히 말하는 미국 내 메인 스트림 소비자들의 구매 대상 리스트에 올라갈 수 있게 되고 그것이 바로 현대자동차가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하는 가장 큰 목적 중 하나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풀 사이즈 픽업 트럭을 제외하고 미국시장은 사실상 해외 브랜드들에 의해 장악 당하고 있다. 특히 쏘나타가 속한 세그먼트는 일본 메이커들이 아성을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일본산 모델들에 비해 쏘나타의 판매량은 아직 차이가 많다.
현대자동차측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의 판매가 급신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미국의 자동차 구매자 중 4/5는 현대를 모르거나 혹은 좋아하지 않거나 현대라는 브랜드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미국시장의 소비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한국차의 트레이드 마크인 워런티 기간 제공 시한을 연장하는 것과 경쟁 모델보다 더 많은 안전장비 등을 장착하는 것을 장기로 내 세우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어쨌든 경쟁 모델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서게 될 것이라는 생각인 것 같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쏘나타는 여섯개의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다. 또한 미국에서 판매되는 미드사이즈 세단 중 처음으로 ESP를 채용했고 또 첨단 ABS도 적용하고 있다. 독일과 스웨덴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ESP를 장착한 차량은 사고가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처럼 다양한 옵션을 장착하고도 2만 달러 이하의 소비자 권장가격(sticker price) 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쏘나타가 여전히 최저가에 리스트되지는 않는다. 그 좋은 예가 포드 퓨전이다. 포드는 퓨전에 대해 ‘현대차보다 싼 미국차’라는 점을 내 세웠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측은 퓨전이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것은 장비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기본적인 품목이라고 할 수 있는 ABS 마저도 포드 퓨전에는 옵션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에 대해 포드측은 소비자들은 안전장비를 옵션으로 설정해 구매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포드 퓨전의 ABS 옵션 가격은 500달러.
다시 말해 현대자동차는 높은 신뢰성과 브랜드 로열티를 갖고 있는 토요타 캄리나 혼다 어코드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우선 포드 퓨전 등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쏘나타가 속한 세그먼트에서는 캄리와 어코드가 선두를 다투고 있고 이어서 폭스바겐과 닛산, 새턴, 포드 등이 뒤를 잇고 있으며 판매량으로 그 다음이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모든 역량을 품질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이제는 적어도 초기 품질에서는 선두그룹에 속할 정도로 개선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미국 시장의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의 모델들에 대해 높은 신뢰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지난 봄 출시한 쏘나타에 대해서도 미국의 자동차전문지들이 캄리, 어코드와 직접 비교를 해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내놓은 예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당장에 모든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필요하고 좀 더 세밀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실 수요자들에게 파고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이다. 트렌드의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도대체 왜 현지화 전략이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그동안과 다른 시각에서 재검토가 되어야 한다.
일본 메이커들이 소위 말하는 ‘Good and Cheap’라는 이미지의 벽을 넘는데 30년이라는 세월을 보내야 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고도 메인스트림으로부터 인정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렇게 길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는 지금 국내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세계적이라거나 토요타가 견제를 해 부품을 공급하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 다만 저가시장에서 괜찮은 품질과 가격경쟁력으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지위마저도 언제까지나 유지되리라고 보는 전문가는 없다. 일본 메이커들이 다시 저가 시장을 다양한 방법으로 공략하기 시작했고 중국산 모델들이 벌써부터 겁없이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싸움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싸움의 요체는 현대자동차가 주장하듯이 “A Hyundai you’ve never seen before.”다. 그런데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이 무엇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해야 한다. 품질을 전면에 내 세운 토요타를 답습해서는 따라잡을 수 없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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