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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6세대, 쏘나타 7세대, 그리고 그랜저 6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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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charleychae@global-autonews.com)
승인 2016-11-30 08: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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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그랜저가 6세대로 진화했다. 1986년 데뷔 이래 30년만이다. 자동차의 세대 진화는 여러가지를 의미한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메이커에 따라 모델체인지 주기가 다르기 때문에 세대수가 같다고 역사가 같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일을 겪었다는 의미이다. 더불어 세대의 진화가 계속됐다는 것은 시장에서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6세대 그랜저 데뷔를 계기로 현대차 브랜드의 위상을 살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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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에서 현대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은 아반떼(엘란트라)다. 전 세계에서 연간 가장 많이 팔린 모델 톱10 중 6위에 랭크되어 있다. 아반떼는 한국산 모델 중 유일하게 누계 판매대수 1,000만대(2014년)를 넘긴 모델이다. 전 세계 자동차회사 중 한 차종으로 누계 1,000만대를 넘긴 모델은 10여개에 불과하다. 메이커별로는 폭스바겐, 토요타, 혼다, GM, 포드 정도다.

 

1,000만대 돌파 시기까지 아반떼는 국내시장에서는 약 260여만 대, 해외 177개국 시장에서는 약 740여만 대가 판매되어 10대 중 7대가 해외시장에 팔렸다. 세대별로는 1세대 94만 8,263대, 2세대 123만 7,599대, 3세대 282만 7,888대, 4세대 252만 487대, 5세대 247만 795대까지 총 1,000만 5,032대가 팔렸다. 아반떼는 국내에서 약 640만여 대가 생산되었으며, 미국, 중국, 인도 등 해외공장에서 약 360여만 대가 생산되어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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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라는 이름이 등장한 것은 1995년이었다. 하지만 그 전 모델, 그러니까 지금도 해외시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엘란트라는 1990년에 등장했다. 후발 업체라는 핸디캡 때문에 가려진 점이 있지만 글로벌시장에서 수년째 베스트 톱 10에 올라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야기거리가 된다.

 

일부에서는 6세대 아반떼에 대해 ‘다 좋은 데 Fun이 없다.’고 한다. 주행성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그것은 유럽적 시각에서만 본 것이다. 자동차 종주국 독일을 중심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의 누계 판매대수 1,000만대는 이런 논리가 전 세계 모든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대변한다. 예를 들어 미국시장에서 2015년 아반떼는 24만 7,106대가 팔렸지만 폭스바겐 골프는 6만 5,308대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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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나타의 역사는 아반떼보다 더 길다. 내수시장에서는 국민차로서의 존재감 때문에 아반떼보다 더 높은 인지도를 보이고 있는 쏘나타는 1985년 데뷔해 2015년 4월 누계 판매 730만대를 돌파했다. 쏘나타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극적으로 높인 것은 6세대 쏘나타 YF였다.

 

누계 194만 8,718대가 팔린 6세대 모델 YF는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존재감을 뚜렷이 한 사상 최다 판매 모델로서의 위상을 과시했다. 2012년에는 2년만에 100만대가 팔리며 누계 판매 600만대를 달성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6세대까지의 누계 판매대수는 688만 9,538대. 이제는 더 이상 '짧은 역사'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세월이 흘렀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성장세를 멈추지 않도록 내실을 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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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현대 쏘나타는 GM의 슬론주의 이래 모든 자동차회사들이 사용한 주기적인 모델체인지를 반복하며 800만대에 육박하는 판매 기록을 축적해 가고 있다. 21세기 초의 '살아 남을 메이커 10개', '살아 남을 메이커 6개' 속에 현대차 그룹은 없었다. 쏘나타는 그런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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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6세대 그랜저가 등장했다. 현대가 이름을 바꾸지 않고 진화시켜 온 세 번째 모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모델들이 진화를 거듭해 왔지만 세대별 구분을 꺼려왔다. 그랜저 HG, 그랜저 TG 등으로 표기하는 것을 더 선호했다. 그것은 유럽차들의 세대 구분과 선을 긋기 위함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브랜드에서 6세대 이상 진화한 모델이 세 차종 이상이 있다는 것은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짧은 역사로 인한 한계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여전히 부족한 점이 있고 문제점도 지적 받고 있다. 그것은 절대적인 평가로 인한 경우가 더 많다.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 비교를 한다면 객관적인 기준은 판매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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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대수 측면에서는 더 이상 꿀릴 게 없는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물론 더 들여다 보면 품질을 비롯한 시장에서의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 재구매율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그랜저는 5세대까지 누계 판매 184만대가 말해 주듯이 세그먼트 특성상 볼륨 모델은 아니다.

 

국내시장에서는 2013년 소위 ‘수타페’ 사건 이후 ‘안티 현대’의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도 좀 더 들여다 보면 시장의 세분화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이제는 ‘다른 것’을 찾고 있다는 얘기이다. 고소득층은 수입차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래서 수입차의 점유율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수입차도 지금까지처럼 가파른 성장세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그동안 제품력에서 열세였던 한국GM과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이 분발하면서 ‘다른 것’을 찾는 사용자들의 눈길을 돌리게 한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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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1998년 기아차와 합병한 이래 20년 가까이 이렇다 할 어려움 없이 성장세를 이어왔다. 중간중간 수많은 전문가들이 ‘현대차의 위기’를 경고했으나 건재했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에서 일부 안주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경쟁 모델들의 상품성이 좋아지면 ‘다른 것’을 찾는 사용자들은 고개를 돌리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다시 현대 브랜드를 살 수밖에 없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사용자가 그 브랜드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초보적인 표현으로 ‘하수는 제품을 팔고, 고수는 브랜드를 판다.’는 아주 오래된 마케팅 원칙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문제는 것을 어떻게 사용자에게 인식시키느냐이다. 그를 위해 이제는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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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도 스토리텔링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의 구심점으로 뭉치지 않는다는 것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현대자동차는 글로벌 시장의 양산 브랜드들 중 라인업이 충실한 브랜드에 속한다. 유럽 기준으로 A , B, C, D세그먼트는 물론이고 E1 세그먼트의 제네시스, E2세그먼트에 속하는 에쿠스까지 있다. 포드와 혼다는 E2세그먼트의 모델이 없고 폭스바겐은 E1세그먼트가 없다. 토요타는 E2세그먼트에 센츄리가 있지만 일본 내수용이다. 그럼에도 이들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독창성을 바탕으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는 세계 5위 메이커에 걸 맞는 그 무엇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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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2011년 디트로이트오토쇼를 통해 “New Thinking, New Possibility!”를 캐치 프레이즈로 내 세웠다. 생각을 바꾸라는 얘기이다. 그동안의 통념과 다른 접근을 통해 자동차를 보라는 것이다. 그런 현대자동차의 변화에 대한 이미지 리더로 벨로스터를 내 세웠다. 장르와 세그먼트에서 새롭고 스타일링 디자인에서도 파격적인 모델을 전면에 내 세워 현대 브랜드의 존재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마케팅 연관성(데이비드 아커, 브랜드&컴퍼니 간)'에서 이야기하는 하위 카테고리를 창출하고자 함으로 해석된다.

 

“New Thinking, New Possibility!” 이후 제품에서의 변화는 괄목할만하다. 2015년 출시한 아반떼 6세대를 기점으로 i303세대, 제네시스 EQ900, 그리고 그랜저 6세대 등에 대한 공통된 평가는 ‘특별히 흠 잡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데로 Fun, Emotion 등에서의 부족함을 이야기하지만 상대적 비교로 보면 이 정도의 수준에 있는 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많지 않다. 문제는 마케팅 전략에서는 뚜렷한 제시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일관성있는 전술의 결여로 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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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카의 대명사인 폭스바겐 골프는 오랜 세월 진화를 거듭하면서도 획기적인 변화보다는 기본기에 충실하고 내실을 다지는 발전을 해왔다. 스타일링 디자인에서 특별히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도 실증이 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제품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베스트 셀러 모델의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다. 당연히 골프를 벤치마킹한 토요타의 모델들도 높은 신뢰성을 바탕으로 변함없는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문제는 전략을 시장에서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이다. 지금도 도로 위를 보면 무채색 일색이다. 사람들은 입으로는 변화를 원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변화에 앞장서지는 않는다. 어쩔 수 없이 따라 가더라도 그 속도는 아주 늦다. 그런 시장의 특성을 잘 읽고 시장과의 대화를 통해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내는 것이 현대차가 풀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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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5세대 그랜저를 평가할 때의 마지막 문구였다.

 

“그랜저는 그야말로 힘이 들어 간 차다.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기세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차 급을 막론하고 ‘세계 최초, 세계 최고’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과연 그것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마케팅의 원칙에서 처음부터 너무 많은 것을 주면 나중에 더 이상 줄 것이 없어지면 문제가 생긴다. 그래도 달리는 자전거를 멈출 수는 없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다.”

 

6세대 모델에 이 표현이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 그동안은 추격자였다면 이제는 선발 업체의 대열에 끼어 들었기 때문이다. 시각과 자세를 바꾸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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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는 붕괴가 따른다. 변화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시각과 자세로는 새로운 시대를 개척할 수 없다. 하지만 기회도 주어진다.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그랜저 6세대는 그런 점에서 혁신성과 현실성의 사이에 서 있는 현대 브랜드를 표현하고 있다. 

 

소비자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하는 이 시대에 고유한 이야기 자본이 없다는 것은 불행할 뿐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이야기가 없는 브랜드는 동종 업계에서 반드시 도태되고 만다는 중국 루난 출신의 마케팅 전문가 가오펑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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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21세기 천동설에 근거한 경제학자들의 논리와 중국을 중앙의 나라(中國)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 쪽 눈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 한국의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거대한 판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최근 그의 저서 힘의 이동(DA BIAN GE; Global Game Change, 2016년 알에치코리아 刊)에서 세계는 북반구에서 남반구로 힘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그 중심이 중국이라고 말한다.

 

지금 그 힘의 이동을 이해하고 그에 걸 맞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6세대 그랜저가 그런 철학에 근거하고 있는지는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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