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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고너, 볼프강, 닉 라일리, 그리고 현대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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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6-12-14 06: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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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고너, 볼프강, 닉 라일리, 그리고 현대기아

연말이 되자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경영진의 이동에 관한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때가 때인만큼 그에 대한 이러저러한 단상들을 모아 본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우선 눈길을 끈 것은 GM의 CEO겸 회장 릭 왜고너다. 그는 작년 말에 어떤 형태로든지 2006년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GM의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런 와중에서 올 해 GM의 대주주이자 투자가인 커크 커코리언이 르노와 닛산의 CEO를 겸임하고 있는 카를로스 곤과 만나 제휴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릭 왜고너의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그는 GM의 현 상황을 제대로 읽고 그에 걸맞는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올 들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 를 받고 있다. 릭 왜고너는 GM의 금융부문인 GMAC Financial Services를 과감하게 매각했고 3만 4,000명의 인원 저감을 통해 90억 달러의 경비를 저감하는 등 주주들에게 좋은 조치들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로 인해 불과 1년 전 릭 왜고너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평가를 뒤집고 지금은 그의 힘을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주식회사 제도가 정착된 나라에서 일어난 일인만큼 어느정도는 관측이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나라 사정과는 다르다. 한 해 동안의 실적과 앞으로의 비전 등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최고 경영진들의 앞날을 예측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

그런데 이 연말 또 한사람의 자동차 경영인의 거취에 대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바로 폭스바겐의 CEO 볼프강 베른하르트다. 그는 현재 다임러크라이슬러의 CEO인 디터 제체와 함께 미국의 크라이슬러 디비전을 이끌어 회생시킨 인물이다. 하지만 그 성과에 대한 보답으로 다임러크라이슬러 본사의 최고 경영진으로의 복귀가 내부 사정으로 무산되면서 폭스바겐으로 자리를 옮기며 새로운 전기를 맞는 듯 했다.

하지만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마찬가지로 내부 사정이 복잡한 폭스바겐에서 그의 자리는 그다지 탄탄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것은 폭스바겐을 이끄는 회장 페르디난트 피에히박사와 폭스바겐의 CEO 베른트 피셰츠리더 등의 관계 등이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베른트 피셰츠리더는 올 해 말에 퇴임하기로 되어 있으며 아우디의 CEO 마틴 빈터콘이 대신 그 자리로 옮긴다. 올 초 폭스바겐의 이사회가 피셰츠리더와의 계약을 2012년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일들이 순식간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설명이 있는 것도 아니다. 때문에 여러가지 추측만이 나오고 있을 뿐이다. 가장 설득력있는 것은 피에히 박사와의 관계가 나빠졌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독일에서는 지배적인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피셰츠리더를 폭스바겐에 영입한 것은 바로 그 피에히 박사다. 영국 로버를 인수해 BMW를 경영 위기에 빠트렸다는 책임 때문에 BMW사장직에서 물러났던 그를 대려간 것이다.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손자인 피에히와 미니의 창시자 알렉스 이시고니스의 친척인 피셰츠리더의 인연은 이렇게 조금씩 정리가 되어 가고 있다. 사이가 나빠져 헤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마틴 빈터콘이 부상을 했고 대신 볼프강 베른하르트의 자리가 위태롭게 된 것이다. 일부 독일 언론에서는 그가 다시 크라이슬러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추측들을 내놓고 있다. 2005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장에서 필자는 피에히 박사와 볼프강 베른하르트의 브랜드 방향성이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었다. 사실 그때부터 과연 어떤 형태로 발전해 갈 것인지를 주시해왔다.

어쨌거나 이들은 자동차업계에서 경영의 귀재로 알려진 사람들이고 그들의 캐릭터로 인해 회사의 방향이 달라졌으며 힘든 처지에 빠진 회사를 구해 낸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다. 때문에 어느 자리에 있던 자동차산업에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포니정, 정세영 회장을 비롯해 능력을 한 껏 발휘한 CEO들이 많았다. 맨주먹으로 일구어 낸 역사의 증인들이 수없이 많았다. 경영 측면에서의 남다른 수완을 발휘한 CEO는 물론이고 엔지니어로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 한국 자동차산업을 세계 속에서 빛낸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을 옆에서 지켜 본 필자의 입장에서는 경외로울 수밖에 없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지 모른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지면서 현대적인 경영 스타일에 대한 아쉬움이 생겨난다. 그런 생각 역시 특정 예로 인한 것일지 모른다. 다시 말해 영국 출신으로 GM대우를 다시 살려내고 GM아태지역 본부장으로 영전한 닉 라일리 사장의 행보가 여전히 존경스러워 보인다는 것이다. 군림하는 CEO가 아닌 같이 호흡하는 CEO, 카리스마의 원천을 권위주의에서 찾지 않고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권위를 쌓은 그의 업적이 그래서 세삼 존경스러워 보인다.

지금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가 하락세를 보이며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현지 법인의 CEO 도 자주 바뀌고 있고 그 때문에 전략의 일관성도 없어 보인다. 안정되지 않다보니 단기적 실적에 급급하는 모습도 간혹 보인다.
그것은 국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특히 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야 할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흐르며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것 같아 기자의 눈에는 자꾸만 거슬린다. 80년대와 90년대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앞다투어 진출하면서 우리끼리 치고받고 했던 상황이 언뜻 떠 오른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1998년에 통합된 것은 한국의 자동차산업에는 기회였다. 자의반 타의반이었지만 규모의 경제에 가장 많이 지배를 받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두 회사가 통합된 것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시너지 효과를 완전히 발휘하기도 전에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자의 눈에는 안타깝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회사인 GM 도 휘청거리고 있고 포드도 앞길이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다. PSA푸조시트로엥도 그렇고 르노와 닛산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것은 덩치만 키우고 그 규모로 인한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결과다.

지금 경쟁 상대는 다른 곳에 있다. 우리는 서로 힘을 합했을 때 뭔가를 이루어 냈으며 반목했을 때 외세로부터 침입을 당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뭔가 돌파구를 만들어 내고 힘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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