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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24시간, 아우디, 푸조, 그리고 브랜드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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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06-19 07: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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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끝났다. 숨가쁜 일정을 따라 가느라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이제 숨을 좀 돌리고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의 의미 및 그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해 보자.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포뮬러 원과 르망 중 어느 경기가 더 우위에 있는가. 단적으로 질문하면 어느 경기가 더 인기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당연히 포뮬러 원이다. 포뮬러 원은 지금 연중 시리즈로 전 세계를 돌며 개최되는 세계 3대 스포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만큼 드라이버들의 수입도 천문학적이다. 우리나라에서야 그다지 인식이 되지 않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열광하는 스포츠 종목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그런데 르망 24시간 레이스 한 경기가 포뮬러 원의 1년 시리즈 경기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하는 주장도 있다. 그것은 기술력과 팀웤, 운전자의 드라이빙 테크닉, 그리고 24시간 동안 견딜 수 있는 내구력 등 종합적인 능력 및 실력을 가늠하는데는 르망24시간이 더 앞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종합적인 신뢰성과 품질, 기술력, 주행성, 혁신적인 테크놀러지 등을 집중 점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한 경기에 22대 정도의 머신이 참가 해 몇 시간만에 끝나는 포뮬러 원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을 한다.

현장에서 만난 아우디의 레이스 및 특수 엔진 개발 책임자 울리히 배레츠키(Ulrich Baretzky)는 다른 레이스와 달리 현재 시판 중인 수퍼카 즉, 페라리를 비롯해 포르쉐와 아스톤 마틴, 코베트 등이 참가하고 있으며 프로토 타입 카테고리의 머신 역시 양산차의 기술을 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포뮬러 원을 앞선다고 주장했다.

그 머신들이 모여서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평균 속도 200km/h이상으로 주행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지옥훈련 그 이상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올 해의 경기에는 모두 55대의 차량이 참가했으며 참가 드라이버는 165명이 총 주행거리 5,200km 이상을 주파해야 한다. . 참고로 한 명의 드라이버가 14시간 이상을 운전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물론 속도 면에서는 포뮬러 원을 따라가지 못한다. F1 사상 최초의 흑인 우승자를 배출하며 같은 주말 미국 인디아나 폴리스에서 열린 미국 GP 는 최고속도가 300km/h를 넘고 엔진의 최고출력도 700마력을 넘는다. 그 경기를 위해 소요되는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토요타의 경우 1년에 5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고 발표했었는데 이는 르망 24시간을 위해 한 팀이 투자한 최대 비용의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포뮬러 원 드라이버로 활약했던 사람들은 르망 24시간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한 제반 사항들은 포뮬러 원 1년 시리즈와 맞먹는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실제 현장에서 느낀 것은 그런 주장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설득력있는 얘기는 1906년 르망에서 첫 번째 그랑프리가 경기가 열렸었는데 1923년부터 다른 형태로 모양을 바꾸어 르망 24시간 레이스가 탄생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초창기의 그랑프리는 하루 이상 주행을 했고 그런 점에서 현재의 르망 24시간이 원래의 그랑프리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24시간 동안5,200km 가량의 거리를 엔진부터 서스펜션, 트랜스미션, 브레이크 패드 등을 전혀 교환하지 않고 오직 타이어와 운전자 교체, 연료 주입만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뭉쳐진 팀웍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늘날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으로 여겨지고 있는 포뮬러 원은 페라리가 지배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내구 레이스인 르망 24시간 레이스는 아우디가 2000년 이래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2003년에는 벤틀리에게 우승을 내주었지만 그것도 같은 폭스바겐 그룹 내에서의 배려로 인한 것이다. 물론 엔진은 아우디제였다. 다시 말해 포뮬러 원이 하나의 이벤트로서 별도의 기술을 동원한 이벤트성 경기라면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실제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자동차의 기술력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차회사들과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우디는 바로 그런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통해 그들의 ‘기술을 통한 진보’를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울리히 배레츠키는 “우리가 르망 24시간에 출전하는 것은 우승을 위한 것도 있지만 우리의 기술력이 가장 우수하다는 것을 눈으로 보여 주기 위함이기도 하다. 더불어 우리가 르망 24시간을 통해 입증한 신기술들은 모두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 시간 동안 이루어진 인터뷰를 통해 아우디의 기술력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표현했으며 경쟁 메이커들의 기술력을 철저히 분석해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설명해 주었다.

아우디는 2001년 경기에 처음으로 직접분사 기술을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통해 소개했고 오늘날 폭스바겐 그룹의 모든 엔진들에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2006년부터 아우디는 다시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르망 24시간을 장악하며 그들의 앞선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다. 디젤엔진 차량으로 레이스에서 우승한 첫 번째 메이커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그 행보는 앞으로도 다양한 양상으로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올 해 경기장에서 느낀 가장 인상적인 것은 디젤 엔진을 탑재한 아우디와 푸조 차량의 배기음이 다른 가솔린 차량의 그것보다 적다는 것. 경기장 전체적인 분위기 때문에 엔진음과 배기음을 구분할 수는 없고 실제로 가청 영역은 배기음이 훨씬 크다.

아우디와 푸조의 디젤차는 느리고 매연이 많고 시끄럽다는 통상적인 디젤차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앞으로 지대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푸조의 경우 13년만에 르망에 복귀하며 디젤차로 2위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생산대수면에서 현대 기아그룹에 비해 뒤지고 있지만 이번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계기로 그들의 디젤 엔진에 대한 기술력을 과시했고 그 힘을 바탕으로 앞으로 시장 확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의 실적에 급급해 근본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부실한 현대기아그룹에 비하면 그들의 파워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어쨌거나 아우디와 푸조는 르망 24시간 레이스라는 상품 가치가 높은 레이싱 활동을 통해 그들의 기술력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고 그것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항상하는 얘기이지만 그것이 곧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자세다. 그런 자세 기술력의 혁신이 없이는 결코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없으며 긴 생명력을 기대할 수도 없다.

폭우 속에서 끝난 75회 르망 24시간 레이스 트랙에서 다시 한번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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