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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의 계륵 PAG를 둘러싼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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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07-06-23 08:5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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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적자에 시달리던 포드는 영국의 최고급 스포츠카 메이커 애스턴 마틴을 성공리에 매각했다. 포드는 2006년, 사상 최악의 적자를 내면서 소유하고 있는 고급 브랜드를 팔아치워야 한다는 압박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이제 포드의 PAG 디비전은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 브랜드가 남았다. 애스턴 마틴 매각 이후 이 세 브랜드의 거취는 자동차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이다.

글/한상기(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지난 몇 달 동안 재규어와 랜드로버, 볼보의 매각과 관련된 소문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그 이야기들의 진원지가 믿을 만하든 안하든 모회사인 포드의 상태를 볼 때 그런 풍문이 떠돌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해 보이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양산차 메이커인 포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경영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세 브랜드를 둘러싼 소문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꽤나 구체적인 협상까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진 BMW의 볼보 인수설은 쑥 들어간 상태이고, 이제는 르노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스웨덴의 한 일간지에 따르면 포드가 볼보를 매각할 경우 프랑스의 르노가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는 게 그것이다. 실제로 르노가 PAG 브랜드 중 하나를 인수 한다 가정하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역시 볼보이다. 얼마 전 르노는 재규어, 랜드로버의 인수설을 전면 부인했지만, 볼보는 언급하지 않았다.
올해 초, BMW는 볼보의 인수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앞바퀴굴림 라인업의 강화와 미니와의 생산 시설 공유를 통해 이익을 더욱 끌어올리겠다는 의도였다. 알려진 대로 BMW의 볼보 인수는 물건너간 상태이다.

르노가 가능성이 높다고는 하지만 사실 볼보의 인수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포드는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먼저 처분하는 게 급하지,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볼보는 급하지 않기 때문이다((PAG 적자의 대부분은 재규어에서 비롯된다). 재규어가 포드의 골칫거리라면 볼보는 계륵과 같은 존재이다.
볼보는 재규어와 달리 독일 프리미엄 빅3와는 조금 다른 포지션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의 경쟁도 한결 자유롭다는 이점도 있다. 반면 르노는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와 볼보의 시장이 겹친다는 점도 마음에 걸려할 수도 있다.

최근의 소식에 따르면 포드는 PAG 전체의 매각을 원하고 있다. 여전히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가능한 묶어서 팔겠다는 계획이고, R&D와 헤일우드 공장을 공유하는 등 두 브랜드 간의 연관성을 계속 부각시키고 있다. 때맞춰 크라이슬러를 인수한 세르버스가 관심을 보이고 나선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한때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르노와 피아트, 영국의 투자 회사 알체미 파트너는 두 회사의 인수와 관련된 소문을 공식 부인했다. 피아트는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 겨우 경영이 정상화 됐고, 앞으로의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을 미루어 볼 때 두 회사의 인수 가능성은 처음부터 현실성이 없었다.

한편, 10년 전 포드에 볼보 자동차를 매각한 AB 볼보의 이름이 불쑥 튀어나왔다. 전격적인 인수가 아니라 볼보 자동차 지분의 10~20% 정도를 소유하길 원한다는 게 그 소문이다. AB 볼보는 볼보 승용차 디비전을 매각한 이후 대형 트럭 사업에 집중해 왔다. AB 볼보는 지난 2001년 르노 트럭과 미국의 맥 트럭 디비전을 인수한데 이어, 올해는 닛산 디젤까지 인수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상용차 회사가 됐다.
그런 AB 볼보가 다시 승용차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징후는 아직까지 어디서건 찾아 볼 수 없다. 업계 전문가들도 AB 볼보의 볼보 지분 참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거기다 AB 볼보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를 공식 성명을 내기도 했다.

오토모티브 뉴스와 파이낸셜 타임즈 등의 주요 매체는 포드가 PAG 디비전의 매각을 골드만 삭스와 모건 스탠리에게 위탁했다고 전해진다. 거기다 포드는 작년 8월, 인수합병의 전문가라 불리는 케네쓰 리트를 고용했다.
골드만 삭스와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서 인수합병 팀을 이끌었던 케네쓰 리트는 PAG 4개 브랜드의 매각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고, 실제 애스턴 마틴의 매각에 상당 부분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2003년 골드만 삭스 재직 시절 미국 재무부의 국내금융담당 차관보까지 지낸 인물이다.

애스턴 마틴은 팔렸고 언제가 됐든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매각도 분명해 보인다. 포드는 2009년까지 미국 내 구조조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격만 맞는다면 볼보도 충분한 매각 대상이다. 포드의 CEO 앨런 멀랠리는 작년 9월 취임한 이후 자회사는 최대한 처분하고 자신들의 주력인 ‘포드’에만 집중하겠다고 말을 여러 번 남겼다.

PAG의 세 브랜드를 둘러싼 상황은 애스턴 마틴이나 다임러-벤츠가 크라이슬러를 매각하기 직전의 상황과 비슷하다. 관심을 보이는 메이커와 투자 회사가 PAG 디비전을 사이에 놓고 무성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의 매각이라는 것은 워낙 큰돈이 오고가는 일이고, BMW와 로버의 경우에서 보았듯 인수한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에 단 시간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한동안 잠잠했던 자동차 업계의 인수 합병은 최근 들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애스턴 마틴과 크라이슬러 같은 굵직한 회사들이 몇 달 사이에 새 주인을 만나 고향으로 돌아갔고, 남아있는 포드 산하의 고급 브랜드들도 매각에 관한 소문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고 있다. 다시금 시작되는 메이커들의 이합집산은 업계의 지도를 어떤 모습으로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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