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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동차산업의 미로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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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11-12 06: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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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동차산업의 미로 찾기

2007년 자동차업계를 뒤흔든 가장 큰 이슈는 다임러 크라이슬러가 분리되어 각각 다임러 AG와 크라이슬러로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7년 5월 14일(현지 시간) 미국 크라이슬러 그룹의 80.1% 및 크라이슬러 관련 금융서비스회사를 55억 유로(74억 1,000만 달러)에 미국 투자회사 서베러스(Cerberus) 캐피탈 매니지먼트(CBS.UL)에 매각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통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를 지나치게 평가해왔다는 것이 다임러 벤츠(메르세데스 벤츠를 생산 판매하는 회사명)의 공식 입장 표명이었다. 1998년 당시 '세기의 합병'을 도출했던 크라이슬러의 밥 이튼과 다임러 벤츠 위르겐 슈렘프의 판단이 옳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디터 제체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세기의 합병’이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인정했다.

합병한지 8년 반. 픽업 트럭등 대형차와 SUV 등이 주력인 크라이슬러와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 벤츠를 보유한 다임러와의 이질성은 차종 구성의 차이만이 아니었다. 다임러측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것에 대해 우려를 했고 그 때문에 합병의 최대 효과 중 하나인 비용 저감으로 연결되는 부품 공유화에도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다른 합병 회사와 달리 두 회사간의 플랫폼 공유 등이 폭 넓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크라이슬러는 북미사업부의 판매 부진으로 더욱 압박을 받게 되어 인원저감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을 반복하는 현상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미쓰비시와 현대자동차와의 제휴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확대 노선에도 수정이 가해졌고 결국 이 두 회사와는 상호 출자해소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로써 1998년에 독일 다임러 벤츠가 미국 크라이슬러를 360억 달러에 매수함으로써 실현된 대서양을 가로 지르는 자동차 메이커의 대형 합병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은 막을 내리게 됐다.

크라이슬러의 매각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다. 우선은 미국 자동차산업의 상징이었던 빅3 체제의 붕괴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북미 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고 소형차 개발이 늦어 부진에 빠졌고 그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임러와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실패였다는 견해가 폭 넓게 개진되었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의 합병 당시는 연간 4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메이커만 살아남는다는 논리가 통용됐었다. 낮은 비용으로 자동차를 생산해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규모 확대에 의한 수익성 강화와 효율화가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두 회사의 합병을 전후해 르노와 닛산이 제휴를 했고 현대와 기아가 합병했으며 영국의 랜드로버와 재규어, 스웨덴의 볼보는 포드 산하로 들어갔다. 프랑스의 푸조와 시트로엥은 이미 1976년에 합병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그런 규모의 경제 논리와는 달리 합병과 자본제휴로 규모를 이룬 후에도 빅3는 부진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연비 성능이 좋은 친환경자동차의 이미지를 앞세운 토요타와 혼다 등 인수합병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세를 불려온 일본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이 때문에 규모 확보를 위한 합병은 실패였다는 쪽으로 결론 지어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 논리가 절대적으로 지배할 수밖에 없는 자동차산업이지만 서로 통합될 수 없는 생태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잘 보여준 또 하나의 사건은 2006년 있었던 르노닛산과 GM의 제휴소동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10월 4일 GM과 르노닛산연합과의 제휴교섭은 결렬됐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세계 최대의 생산규모를 갖고 있는 GM이 르노닛산과의 연합에 의해 현재의 상황을 탈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가장 큰 구실이었다. 무엇보다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았으며 특히 미국의 문화와 일본 및 프랑스의 문화적인 차이로 서로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방법에서도 큰 차이가 있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두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양산차 메이커들이 21세기의 자동차산업 페러다임이 지금까지의 예상과는 또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비용을 저감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로 여겨졌던 90년대 후반 등장한 논리가 이제는 꼭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1976년 합병에 90년대 후반부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며 일취월장했던 PSA푸조시트로엥이 지금 방향을 잃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당장에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식의 논리는 반대하지만 그냥 보고 넘길 일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 빅3는 공히 좋은 상황은 아니다. 르노와 닛산도 모두 실적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거나 앞으로 더 많이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폭스바겐 최근에 다시 살아나고 있지만 21세기 초 혹독한 시련을 겪으며 새로운 방향성 모색을 해 가고 있다.

1998년 뭉친 또 하나의 예가 현대기아그룹이다. 현대기아그룹은 적어도 외형상으로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미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으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는 달리 판매는 하락하고 있다. 중국시장 진출로 돌파구를 찾는 듯했지만 마케팅 전략의 부재로 고전하고 있다.

1990년대 말 규모의 경제의 틀에 맞지 않은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운명을 달리하거나 주인이 바뀌는 한 차례 소동을 겪더니 이번에는 모든 메이커들의 ‘존재의 이유’ 에 대한 질문이 부상하고 있다.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더 큰 벽

가장 큰 이유는 갈수록 커지는 기술개발 비용에 대한 압박 때문이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는 이런 자동차회사들의 고민을 적나라하게 반영했다. 모든 자동차회사들은 10여년 전부터 큰소리쳤던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완전 무공해 자동차의 등장이 뜻대로 되지 않자 절약을 들고 나왔다. 좀 듣기 좋은 표현으로 하자면 효율성(Efficiency)이다.

다시 말해 주어진 조건에서 석유의 사용을 가능한 줄여 보자는 쪽으로 정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 메이커들이 전면에 내 세운 캐치프레이즈인 ‘친환경’이라는 단어만 보면 아주 긍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자동차업계에 등장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 친환경을 실현하느냐에 대한 시대적인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20세기에는 눈에 보이는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였다. 그래서 디젤엔진은 엄청난 기술발전을 이룩했다. 하지만 21세기에는 지구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이산화탄소 문제가 부각되었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처한 입장에 따라 사정이 달랐기 때문에 모든 메이커들이 동일한 입장을 견지하지는 않아왔다.

그런데 최근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한 이상기온 현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이산화탄소’ 문제는 단순히 그런 사정을 봐줄 단계를 넘어섰다. 환경 측면에서 보면 매연을 중심으로 한 지역환경과 오존층의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지구환경 양쪽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두고 “Green & Clean”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에서 가솔린에 비해 유리한 디젤엔진은 매연과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저감해 좀 더 클린(Clean) 해져야 하고 반대로 가솔린 엔진은 좀 더 연비 성능을 높여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 그린(Green)해져야 한다는 명제를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 메이커들은 그들의 기술력을 내 세워 이산화탄소라는 단어를 아예 전면에 내 세우고 있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가솔린 엔진 탑재차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어 온 미국과 일본 메이커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다시 말하면 유럽 메이커들과 일본 메이커들간의 기 싸움에서 유럽쪽이 우위를 점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로 미국시장 등에서는 기세에 눌리지 않고 있지만 적어도 유럽의 자동차 중심지인 독일에서만큼은 사정이 달랐다.

더 고민은 미국 메이커들이다. 디젤과 하이브리드 양쪽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에서 그들이 취할 포지셔닝이 애매해진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다양한 연료를 사용하는 파워트레인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것을 해결하기에는 한 업체가 독자적으로 할 수 없다는데 있다. 천문학적인 기술개발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이브리드카 개발을 위해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GM이 뭉쳤고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14개 메이커가 콘소시엄을 형성하고 있다. 디젤이 약점이 있는 메이커는 디젤 엔진 개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고 에탄올차가 필요한 지역에서는 에탄올차를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소비자들의 수요특성이 달라 각 지역의 사정에 맞는 모델도 내놓아야 한다. 이런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합병과 제휴를 하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기술 공동개발을 선언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메이커가 제휴관계를 통해서만 해결하려 하지는 않는다. GM을 비롯한 일부 메이커들은 여전히 자존심을 내 세우며 기술제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올 해 75세인 미국 GM 의 ‘진정한 디트로이트맨’ 밥 루츠의 말처럼 예측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우리는 놓여 있는 것이다.
(월간 모터트렌드 2007년 11월호 게재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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