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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동차산업의 페러다임이 달라졌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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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7-12-11 07: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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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자동차산업의 페러다임이 달라졌다. (종합)

자동차산업의 근본적인 틀이 바뀌어 가고 있다. 페러다임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크게 정리하면 소품종 다량생산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규모의 경제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수소 시대의 도래’라는 말이 더 이상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지 못하게 되었다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되고 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전기차가 시장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논리다. 또한 자동차메이커들은 지구온난화로 대변되는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사용하고 있는 내연기관의 효율을 극대화 해야 한다. 소형 경량화를 통해 연비성능을 높여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대체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파워트레인도 개발하고 만들어내야 한다. 자동차회사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어느때보다 부담이 심해지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BRICs로 대변되는 신흥 시장의 급성장이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21세기 자동차산업의 페러다임의 변화를 몇 개의 주제로 정리해 본다.
(월간 이코노미 플러스 2007년 12월호 게재 원고)
글/채영석(자동차전문기자, 글로벌오토뉴스 www.global-autonews.com 국장)

1. 인수와 합병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동차산업은 태동 이래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며 이합집산을 통해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자동차회사들이 그 어느 산업보다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의 지배를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20세기 후반 ‘연간 400만대 이상 생산하는 메이커가 6사만이 살아남는다.’는 ‘Great Six’라는 논리였다.

합병과 통합이 처음으로 극성을 부렸던 것은 1920년대와 30년대로 각 나라의 국내 기업들이 서로 뭉치는 형태로 일어났다. 그래서 무려 320개가 넘는 자동차제조회사가 있었던 미국이 오늘날의 빅3로 규모화를 추구한 것도 끝없는 합병과 통합의 결과다.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은 60년대에 통합을 완료했고 70년대에 들어서자 일본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변화가 일어났다. 여기까지는 자국 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 후 국제적인 통합과 제휴의 시대가 다시 시작된다. 미국의 GM과 일본의 토요타가 절반씩 투자해 1982년 미국에 NUMMI를 설립해 생산을 개시한 것이 그 시초다. 이것이 국제적 규모의 합병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국제적인 업계 재편은 가속화되어갔는데 그 이유는 물론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었다. 다시 말해 생산설비의 건설과 제품을 개발하는데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합병을 통해 부품을 공유화하면 개발비를 저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또 각기 다른 브랜드로 판매해 라이벌들과의 경쟁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EF 쏘나타와 옵티마의 플랫폼이 같은 기술을 사용한 모델이면서도 가격을 더 올려 받을 수 있는 조건만 만든다면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어쨌거나 20세기 말 세계의 자동차업계는 그런 수익성 찾기의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규모의 경제를 부르짖으며 합병과 제휴를 절체절명의 요건으로 여겼었다. 그래서 앞서 언급한대로 GM과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폭스바겐 그룹, 르노닛산 그룹, 피아트 그룹, 토요타 그룹 등 대규모 그룹과 BMW, PSA푸조, 혼다. 현대기아차그룹 등 10개 정도의 그룹으로 재편되었었다.

그러던 것이 다시 크라이슬러가 다임러벤츠와 결별을 계기로 이런 규모의 경제 논리에 변화가 생겼다. 두 회사는 태생부터 차이점을 보였고 톱 경영진들의 의사와는 달리 양 진영의 종사자들은 근본적으로 통합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 결과는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게 한 대목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문화와 다른 세그먼트의 통합이 결코 옳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며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즉 고급차 중심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양산차 중심의 크라이슬러의 결합은 환상적이라는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21세기에는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는 얘기이다.

이런 형태의 결별 또한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1990년대 초반 규모의 경제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었을 때 독일의 BMW 영국의 로버를 합병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 프로젝트는 1994년 3월 18일 연간 100만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추진됐었다. 그러나 로버 내부에서 자력으로 무언가를 이룩해야겠다는 의지가 없었고 단지 혼다나 BMW로 인수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과 가장 중요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세울 수 있을만큼 독일 메이커는 영국 메이커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로버는 1997년 2억 6,000만 마르크의 적자가 1년만에 18억 마르크라는 천문학적인 숫자로 불어났다. BMW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쏜을 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기에 이르렀고 이 일을 추진했던 베른트 피셰츠리더가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리고 그 자리를 물려받은 신임 회장 오아힘 밀베르그(Joachim Milberg)에 의해 2000년 5월 로버는 10파운드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피닉스컨소시엄에게 매각되며 막을 내렸다.

이 두 개의 사건은 21세기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렇다고 자동차산업이 규모의 경제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규모 확보를 위한 합병을 했다면 그를 통해 진정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2. 석유를 사용하지 않기 위한 대안이 없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자동차업계의 분위기는 제 2차 석유파동이 시작된 해인 1978년 독일의 BMW가 엑체 수소 엔진의 개발을 시작한 이래 수소 에너지가 가솔린을 대신한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가 되어 있었다. BMW는 독일 우주공학연구소와 공동 프로젝트로 1984년 745i 터보를 베이스로 해 3.5리터 직렬 6기통 엔진을 엑체수소와 가솔린의 바이 퓨얼화한 모델로 185km/h 까지 달리는데 성공하며 착실한 행보를 계속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5.4리터 V12엔진을 수소와 가솔린의 바이 퓨얼(Bi-Fuel)화해 최고속도 226km/h로 달리는 750hL을 내놓기도 했었다.

이는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개발에 동참하고 있는 연료전지차도 마찬가지였다. 이 부문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벤츠 역시 연료전지시스템을 채용한 A클래스를 서울로 가져와 MB코리아의 CEO가 머플러에서 나오는 수증기를 컵으로 받아 마시는 시연을 할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 주었었다. 혼다와 토요타는 미국시장에 연료전지차를 리스 형태이기는 하지만 소량 공급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의 분위기는 어떤가.

2007 프랑크푸르트모터쇼와 동경모터쇼를 통해 나타난 것은 여러가지 다양한 가능성이 있지만 실용화를 위한 길은 멀고 특히 각 나라마다 얽히고 섥힌 이해 관계로 인해 어느 것 하나 뚜렷한 미래를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보다는 내연기관의 기술 개발과 연비의 저감에 더 많은 힘을 쏟는 쪽으로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환경을 화두로 내 세운 전쟁이다. 특히 최근 들어 오존층을 파괴하는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저감의 필요성이 한 층 강조되면서 그동안 디젤 기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유럽 메이커들과 상대적으로 그에 뒤진 일본과 미국 메이커들이 대립하는 모양을 띠기 시작하고 있다.

환경을 화두로 하고 있지만 디젤과 가솔린 등 전통적인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의 전쟁이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디젤에 장기를 가진 유럽 메이커들도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고 있고 역으로 일본 메이커들도 디젤 엔진 기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그것은 다름 아닌 시장에 따라 수요가 많은 파워 트레인이 다르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각 지역에서 실행하고 있는 연비 및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환경 측면에서 보면 매연을 중심으로 한 지역환경과 오존층의 파괴를 막아야 한다는 지구환경 양쪽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만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를 두고 “Green & Clean”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디젤엔진은 매연과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저감해 좀 더 클린(Clean) 해져야 하고 반대로 가솔린 엔진은 좀 더 연비 성능을 높여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여 그린(Green)해져야 한다는 명제를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시장 측면에서는 디젤에 대해 아직은 거부감이 높은 미국과 일본시장에서 총량연비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유럽 메이커들도 하이브리드카를 생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동시에 유럽시장에서의 세 확장을 노리고 있는 일본 메이커들도 디젤차를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여기에 아직은 비 주류라고 할 수 있지만 바이오 매스의 사용을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져 가고 있다.

그런데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이런 자동차회사들의 노력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다른 대안이 아직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차선이다.

간단히 말하면 수소시대의 도래라고 했던 말이 쏙 들어갔다는 얘기이다. 그 말은 석유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3. 부품업체의 역할이 더 커진다.


자동차산업을 이야기할 때 의외로 부품산업에 대한 논의는 많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의 통계도 완성차 위주로 집계가 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에너지를 찾는 문제가 미궁에 빠지면서 전혀 새로운 상황이 전개되어가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에탄올, CNG, LPG , 그리고 멀티 퓨얼 시스템 등 할 일이 더 많아져 버렸다. 그에 대응하는 자동차업계의 자세도 전과는 분명 다르다. 문제는 기술력이고 기술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을 가진 메이커와 그러지 못하는 업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실질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는 부품업체의 역할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니케이BP네트워크의 Automotive Technology사가 2005년 11월 25일 발행한 ‘자동차부품산업’이라는 자동차부품산업의 과제를 다룬 단행본에 따르면 2004년 기준 전 세계 자동차부품산업의 추정 매출액은 약 1조 4,200억 달러로 보고 있다. 이는 단일산업으로서는 가장 큰 산업의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은 유럽이 5,487억 달러, 북미 4,442억 달러, 일본 1,655억 달러, 중국 697억 달러,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1,132억 달러로 구성된다. 완성차용으로의 OE납품 비중이 큰 일본과 중고차 및 애프터마켓용 부품의 비중이 큰 유럽이나 미국 등 시장에 따라 그 내용용은 차이가 난다.

문제는 이 매출액을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면 완성차 메이커와 1차 부품업체가 압도적으로 크지만 2차와 3차, 소재 등 그 외 부품 메이커도 포함하면 부품 메이커 합계의 이익금액은 완성차 메이커를 능가할만큼 커진다. 물론 개별 메이커 기준으로 따지면 완성차와는 아직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런 부품업체들이 최근 완성차 시장의 판도 변화에 따라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비즈니스를 전개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무엇보다 큰 특징은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한 피라미드 구조의 붕괴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상하 수직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완성차 또는 대형 부품 메이커를 중심으로 피라미드형 납품 구조를 형성할 수 없었던 것이 이제는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는 물론 주 고객인 완성차업체들의 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선은 성숙된 시장에서의 경쟁 격화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 등 단일 규모로 최대시장에서는 이미 신규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순환형 수요구조로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메이커들의 글로벌화는 한층 강화되어 가는 경향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차별화된 제품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 등에서 지금까지보다 한층 높은 수준이 요구된다.

또 한가지는 신기술 사이클이 단축되어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내용이다. 특히 이산화탄소 문제가 첨예화 되어가면서 완성차 회사들은 하이브리드와 에탄올, 연료전지, 전기차 등 가능한 모든 파워트레인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뿐만 아니라 안전에 관해서도 한 차원 높은 기술력을 개발해 내야만 한다. 게다가 텔레메틱스와 네트워크 기능 등 전 분야에 걸쳐 기술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든 분야에서 만능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유저들이 원하는 바가 세분화된 것도 자동차업체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각자의 개성 표출을위한 소비성향이 강해지고 있으며 그에 대응하는 메이커들의 전략이 간단치 않다는 얘기이다. 성숙된 시장에서는 도대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기가 힘들어져 버렸다. 이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의 도래라고 표현되는 것으로 만드는 측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더 많은 투자를 해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곧 제품 수명의 단축으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적어도 1년 이상은 지속되었던 신차 효과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6개월 이하로 떨어졌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선진국시장에서의 복잡화로 인해 그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또 다른 차원의 글로벌 합종 연횡이 예상되고 있다. 하나의 메이커가 기술 및 제품 개발비와 마케팅비용 등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4. 소형차, 연비개선과 신흥시장 시장확대를 위한 필수 요소

기존 파워트레인의 효율성 추구와 에너지의 다양화 못지 않게 두드러진 것은 자동차의 소형화도 큰 과제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 바람은 거세다.

하지만 유럽 자동차의 중심인 독일에서는 그것이 자동차 전체가 작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받아들여졌다. 다시 말해 큰 차는 그대로 더 화려하고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연비 성능이 좋은 저 배기량차를 만들어 연비 총량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급차 메이커들이 미니카를 라인업시키고 있었다는 얘기이다.

물론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효율성이라는 큰 주제를 실현하기 위한 일환이기도 하고 에너지의 다양화를 실험하기 위한 장으로서도 미니카를 이용하고 있다. 물론 월드카 개념으로 만들어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면도 있다. 소형의 저 비용 자동차가 그동안 낮은 수익성 때문에 외면당해 오다가 최근 들어 전 세계 자동차업계의 차세대 프론티어가 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미국의 자동차리서치 회사인 CSM월드와이드는 2013년까지 전 세계 소형차 시장은 30%가 증가한 2,700만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수요는 물론 개발 도상국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최근 이 저가차에 대한 각 메이커들의 시각차고 존재하고 있는 점에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초 저가차의 가격을 2,500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GM은 5,000~7,000 달러 정도로 보고 있다. 그리고 토요타는 2010년경 소위 BRICs,즉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 등을 공략하기 위한 7,000 달러 급의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어떤 메이커든지 피할 수 없는 것은 수익의 감소다. 예를 들어 트럭과 대형 SUV 들의 대당 마진은 2,500~5,000 달러 선으로 10%에서 20%에 이르지만 혼다 피트와 토요타 야리스 등은 2~3%, 즉 대당 300 달러에 불과하다. 초 저가차라고 했을 때는 이런 수익성 부재의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또한 선진국시장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한 제품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업계의 엄연한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초 저가차의 한계로 지적될 수 밖에 없는 안전에 관한 심각성도 국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개도국의 저소득층의 소비자들은 가격적인 메리트로 우선은 구입하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는 한국 내에서 거론되고 있는 300만원짜리 초 저가차의 가능성은 적어도 한국 메이커들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만난 글로벌 자동차기업의 탑 경영진들도 선진 메이커 개념에서 초 저가차의 커트라인은 적어도 5,000 달러 정도되는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4. 전기자동차, 다시 부활할 수 있을까?


유해 배출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최근 들어 새로운 전기차를 각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선 보이고 있다. 물론 그 배경은 이산화탄소 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으며 나아가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배터리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전기자동차는 가솔린 내연기관보다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800년대 후반에 영국에서 실용적인 전기자동차가 개발되어 1920년대에는 전성기를 맞기도 했었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이 급속도로 진화하면서 그 성능면에서 뒤쳐졌던 전기자동차는 점차 사라졌다. 세계 각국의 메이커들이 전기자동차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했으나 전지, 즉 배터리 성능의 개량에 어려움이 많아 보급이 확대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전기차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데 199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완전 무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의 등장으로 다시 주목을 끌었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자동차를 판매하려면 1998년부터 완전무공해차를 전체 판매대수의 2% 이상 판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런 캘리포니아의 규제마저도 현실적은 난관에 부딛혀 연기되어 버렸다.

당시 그런 규제를 클리어하기 위해 미국 빅3가 공동으로 전기차 개발회사를 설립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었으나 배터리 문제에 봉착해 전기차는 더 이상 친환경자동차가 아니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여기에 20세기말 납으로 만들어야 하는 배터리의 재처리 문제까지 대두되면서 전기차는 미래의 대안으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었다. 배터리의 성능도 문제거니와 납으로 만들어지는 배터리를 대량으로 생산했을 경우 또 다른 공해를 야기한다는 점 때문에 논외로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의 모든 메이커들이 배터리를 주 동력원으로 하는 컨셉트카를 선 보이는등 전기차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다임러 AG의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은 그들의 미니멈 카 스마트에 하이브리드와 에탄올, 전기차 등을 각각 채용해 파워트레인 전쟁이 복잡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물론 전기 컨셉트카를 선 보인 것은 메르세데스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메이저 업체들은 전기차를 포함한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선보이며 시장에 따라 다른 대처를 할 수밖에 없음을 보여 주었다.

이처럼 각 자동차 메이커들이 다시 전기자동차의 개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큰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에 대한 압박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온실가스를 만들어 오존층을 파괴해 이상기온을 야기하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어떤 형태로든지 줄이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물론 배터리의 수명 연장을 비롯한 성능의 향상도 주요한 요소이고 사상 최고의 가격이 계속되고 있는 석유문제의 심각성도 작용했다. 원유가격이 배럴당 90달러가 넘어 이라크 전쟁 이전의 18% 대비 5배 수준으로 상승한 것이다.

특히 전기자동차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 메이커들. 미쓰비시자동차는 경차인 i(아이)를 베이스로 한 i MiEV(아이 미브)를 개발해 동경과 중국, 유럽의 전력회사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에 타면 차 안에는 아주 정숙하며 저속에서의 가속감이 좋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동급의 가솔린차와 비교하면 80km/h까지 도달하는 가속성능이 약 1.5초 정도 빠르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또 주행거리도 연장되었다. 올 가을부터 사용할 시험차로 풀 충전으로 160km를 주행할 수 있으며 양산시에는 200km까지 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쓰비시 MiEV 개발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이정도로는 아직 만족할만한 수치라고 할 수 없다. 항속거리가 적어도 300km는 넘어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토요타자동차가 개발 중인 가정용 전원으로 손쉽게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차도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솔린도 사용하기 때문에 순수한 전기자동차는 아니지만 지금까지의 하이브리드차로는 시속 55km까지였던 전기모터에서의 대응속도를 100km/h까지 끌어 올리고자 하고 있다.

전기자동차가 상용화가 되면 시내에서의 출퇴근이라든가 배달 등 비교적 단거리를 운행하는 영업용으로서의 사용이 우선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상의 발로서 사용되기에는 전기차의 가격이 걸림돌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운행비 측면에서는 100km 주행하는데 드는 비용이 가솔린차의 1/3 수준으로 심야전력을 이용하면 더 절약할 수 있어 유지비는 5년에 500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특히 보급 초기에 정부차원의 지원이 있다면 그 액수는 훨씬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전기자동차 자체의 가격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당장에는 과제로 되어 있다.

어쨌거나 수소를 이용한 자동차에 대한 미래가 불확실해지고 각 나라에 따라 에너지 수급 상황이 달라 최근의 자동차용 파워 트레인에 대한 흐름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가운데 전기자동차도 분명 가능성이 높은 존재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6. 그래도 BRICs라는 희망이 있다.

지금까지 살펴 본대로 앞으로 자동차회사들은 기술개발과 제품 라인업의 다양화를 위해 더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때문에 20세기에 등장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어느때보다 격심한 경쟁이 예상되며 또한 그 과정에서 낙오하는 업체도 생길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BRICs, 즉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시장의 확대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이들 시장은 판매 확대는 물론이고 낮은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까지 제공하고 있어 비용저감을 위한 생산거점으로서 대두되고 있다. 그 시장에 대한 연구 역시 제대로 이루지지 않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저 막연히 인구가 많고 경제발전속도가 빠르다는 정도로 시장을 예측하고 구체적인 전략의 수립이 없이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 접근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큰 흐름은 신흥시장 또는 개발도상국이라고 우리가 표현하고 있는 나라에서 부품 및 완성차의 생산을 어떻게 진전시키느냐가 완성차 메이커는 물론이고 부품 메이커들에게도 큰 과제가 되어 있다.

다시 정리하자면 성숙된 시장에서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함과 동시에 신흥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꾀해야 하는 과거와는 다른 다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한 전략을 어떻게 수립하고 수행하느냐에 따라 세력 구도가 완전히 새롭게 재편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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