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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환경변화와 그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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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01-02 07: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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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의 환경변화와 그 해결 과제

글로벌오토뉴스에서는 21세기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다양한 각도의 시각을 전달해오고 있다. 워낙에 방대한 내용이므로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앞으로도 가능한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이번에는 신년을 맞아 현 시점에서 전 세계 자동차업계들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정리해 보고자 한다.
물론 그 바탕에는 자동차산업의 근본적인 특성인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있다. 이미 그에 대해서는 1,000만대 규모 시대를 추구하는 양산 메이커들의 현황과 좀 더 높은 수익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움직임을 통해 소개해 왔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그렇다면 그런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자동차회사들의 과제는 무엇일까?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될 수 있는 것은 ‘비용 저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물론 자동차회사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과제로 최근 들어 갑자기 부상한 것은 아니다. 이는 부품회사들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어 있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완성차회사들이 비용저감을 위해 가장 먼저 접촉하는 것이 부품회사라는 얘기이다.

그 부품회사는 다시 1차 부품업체와 2차 부품업체 등 순차적으로 비용저감을 위한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20세기와는 다른 양상이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절대적인 관계, 즉 피라미드 구조로 상하 관계를 형성하고 있던 부품업계의 기존 질서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의 대표적인 1차 부품업체인 모비스가 최근 비용저감 압박 해소를 위해 적지 않은 부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는 모비스로부터 납품을 받아 조립을 하기 때문에 한국산 부품을 사용하는 것이 된다.

이런 것들은 크게 보면 글로벌 조달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가 된다. 현지 공장이 있는 곳에 관련 부품업체도 같이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그들이 모든 부품을 한 곳에서만 납품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 있는 현대자동차 계열 부품회사들과 유럽에 있는 기아자동차 부품회사들의 2차, 3차 납품업체들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수익성 확보를 위한 것이고 그를 위해서는 기초부품과 원재료 등은 현지조달을 해야한다. 그 때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조달을 하든지 동일한 품질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완성차회사들은 부품 사양의 글로벌 통합화를 진행하고 있고 지역별 조달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이와 관련되어 등장하는 두 번째의 과제는 개발과 생산의 글로벌 최적화 문제다. 탄생 이래 자동차회사들은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이합집산을 해왔고 지금도 그를 위한 물밑 접촉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1980년대까지는 각국 내부에서의 M&A가 진행되다가 1990년대 이후에는 글로벌 차원의 인수합병이 거세게 몰아쳤다.

그런 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요타와 혼다는 세계 각국에 현지 공장을 건설해 규모를 확보해 가는 전략을 추구한데 반해 GM 과 포드, 르노 닛산 등은 다른 메이커의 인수 합병 및 제휴를 통하는 방법을 택했었다.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합병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 때부터 부각된 것이 역할의 분담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와 크라이슬러, 미쓰비시간의 월드 엔진을 비롯해 르노닛산의 경우 닛산은 가솔린 엔진을 르노는 디젤엔진을 개발해 서로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구하고 있다. 그룹 내 글로벌 생산기자별로 개발해야 할 세그먼트를 구분해 분담하는 형태도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고 있다.

그 좋은 예로서는 GM의 아키텍처 전략을 들 수 있다. GM은 ‘진정한 디트로이트 맨’ 밥 루츠의 주도 아래 미국 CUV 및 대형 RWD, 유럽 준중형 및 중형, 한국 소형 및 경차, 호주 RWD, 브라질 중형트럭 등 5개 디비전을 구축하고 각 지역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글로벌 전략의 밑그림을 완성했다. 궁극적으로는 합계 7개의 아키텍처로 1,000만대 생산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독창성이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면서도 각 브랜드별 아이덴티티를 창출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진정한 비용저감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또 하나는 이런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 과정에서 부품업체들의 활동범위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아자동차의 슬로바키아공장에 납품하고 있는 현지 부품회사의 부품이 한국이나 미국, 중국의 현대와 기아자동차 공장으로의 납품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역으로 현대나 기아자동차의 한국 내 공장에 납품해 오던 부품업체들은 해외 현지의 다른 메이커들과의 접촉을 늘려가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부품업체들간의 이합집산이 진행되고 있고 2008년은 그런 움직임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한 독창성이라는 문제의 부각으로 인해 각 메이커들은 기존 개념과는 다른 브랜드 전략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 세 번째 과제이다.

플랫폼과 부품 공유화의 진척은 곧바로 품질 수준의 격차가 좁아진다는 것과 연결된다. 이는 모듈화와 시스템화의 필연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모듈화는 1990년대 후반 들어 유럽 메이커들을 중심으로 개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부품의 개발 설계 업무를 부품 업계에 넘기면서 본격화된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역량이 부족한 부품회사들이 서로 합병하기 시작했고 기존에 비해 훨씬 규모가 큰 엔지니어링 회사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헤드램프와 범퍼, 라디에이터 등을 포함하는 소위 프론트 엔드의 모듈화를 위해 관련회사들이 합병회사를 만든 것이다.

모듈화의 범위는 점차 확대되어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센터페시아 등을 통합 설계 제작하는 것을 비롯해 시트 부품, 트랜스미션, 서스펜션 계통 등 거의 대부분의 부품이 모듈화되어 있는 상태다. 현대자동차의 1차 서플라이어인 모비스는 아산 현대자동차 공장 인근에 모듈공장을 건설해 대시보드 전체를 완성차 생산 스케쥴과 연동해 생산 공급하고 있다. 공장은 분리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 생산라인이 연결된 것과 다름없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모비스는 물론이고 보쉬를 비롯한 덴소, 델파이, 컨티넨탈 지멘스, TRW 등 글로벌 1차 부품업체들의 대형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밖에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보쉬와 델파이 등은 이미 20세기 말부터 전 세계 완성차회사 공장 인근에 모듈공장을 건설해 납품하는 방법을 실행하고 있다.

이런 생산과정의 변화로 인해 품질의 격차는 점차 좁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까지 손상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현실이다. GM그룹에 속하는 스웨덴 사브의 9-3를 베이스로 개발된 캐딜락의 BLS라는 모델을 보면 완성차업계의 비용저감을 위한 몸부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알 수 있다. 하체와 인테리어는 9-3의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스타일링과 익스테리어만 캐딜락의 패밀리 룩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투싼과 기아자동차의 스포티지도 비슷한 예다. 다만 인테리어에서 대시보드의 디자인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 9-3와 BLS보다는 진보된 면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부품을 공유하면서도 i30와 씨드도 디자인을 크게 차별화하고 있다. 오늘날 완성차회사들의 비용저감을 위한 예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양산 메이커들이 취하고 있는 방법이다. 소위 말하는 BRICs로 대변되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는 통할 수 있지만 유럽이나 미국, 일본, 한국 등 선진자동차시장에서는 이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크게 손상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비용저감이라는 숙명을 안고 있으면서 동시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살려내야 하는 이중과제를 자동차업계에서는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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