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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샴페인, 그리고 소비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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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4-04-26 05: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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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샴페인, 그리고 소비 심리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자동차 재고로 인해 국내 자동차업계의 고민이 쌓여만 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 5개사의 재고량은 지난 20일 현재 현대차 63,289대, 기아차 22,237대, GM대우차 3,743대, 쌍용차 6,641대, 르노삼성차 7,350대 등 총 103,26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재고량은 외환위기 초기인 98년 1사분기의 12만대 수준이 최대였다. 이후 점차 감소세를 보여 오다가 올 들어 지난 2월 118,500대를 기록해 다시 급증세를 보였었다. 국내 자동차회사들의 적정재고치인 통상 10일에서 15일치 분량인 5만대에서 6만대 가량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는 좀처럼 내수시장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서 기인한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3월 내수 판매대수는 93,934대로, 작년 같은 기간의 130,902대 보다 28.2%나 줄어든 것이다. 현대의 소형 SUV 투싼이 맹활약을 하고 있는 4월의 내수 판매대수도 50,760대로 지난달에 비해 4.9%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런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자동차업체들은 수출증가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한숨만 내쉬고 있다.
결국 이는 생산량 조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잔업. 특근 축소 등을 통해 생산량 조절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과 달리 올해는 연초부터 나름대로 신차의 등장이 정상화되어 가고 있어 조금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치유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팽배해 업계관계자들은 뚜렷한 원인이나 처방을 내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진단은 우선은 경기부진으로 인한 소비심리위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국민의 정부 이후 발생한 신용불량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것도 그에 못지 않은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서 필자에게 우리나라의 샴페인 논리를 떠오른다.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동여맨 허리띠를 조금 풀고 소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가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쳐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꼭 맞는 것일까에 대해 반론을 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1988년 당시 우리나라 자동차 보유대수는 승용차 1,117,999대를 비롯해 1,795,156대. 이후 승용차가 증가세를 주도해 2년 뒤인 1990년에는 승용차 보유대수만 2,074,922대로 200만대를 돌파했고 이후 해마다 100만대 가량의 증가세를 보여 95년에는 600만대를, 2000년에는 800만대 벽을 넘어섰다.
그 결과 2003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1,458만7,000대에 달했고 이 중 승용차가 1,027만9,000대(70.5%)로 가장 많았고 승합차 124만7,000대(8.5%), 화물차 301만 6,000(20.7%), 특수차 4만5천대(0.3%) 등이다. 가히 기하급수적인 증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급증세는 바로 우리 국민들이 자동차를 구입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것은 우리나라 경제를 오늘날 이 정도의 규모로 키워준 원동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마이카 붐이 일면서 자동차의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그것은 자동차회사의 설비투자 증가로 이어졌다. 당연히 자동차회사는 신규 인력을 채용했고 그 인력은 소득의 증가를 바탕으로 또 자동차를 구매하며 경제발전의 기본 원칙인 선순환의 반복을 가져왔다. 만약 우리가 절약만을 외치며 허리띠를 졸라매기만 했다면 오늘날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지금은 그런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져 있는 셈이다. 자동차 수요증가세가 멈추는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퇴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해 내수 판매대수 132만여대는 1992년 수준으로 후퇴한 것이다. 당연히 자동차업체들은 앞서와는 반대의 과정을 겪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잔업과 특근을 줄이고 2교대제 대신 1교대 생산만 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로 인해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수입은 줄고 더불어 자동차의 수요도 감소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자동차 수요 감소에 대해서 일반으로 소비심리 위축과 신용경색으로 인한 것들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의 품질이 좋아져 사용자들의 보유기간이 길어졌다는 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경기 불안을 부추기는 여러 가지 의견들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작년 한해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의 수출로 인해 적지 않은 수입이 생겼고 올 들어서도 제조업체의 가동률이 85%를 넘으면서 설비투자에 대한 압박이 나타날 정도로 거시경제 측면에서의 회복기미는 분명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비관론자들의 극단적 불안심리 자극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국내의 경제가 도탄에 빠져 심각한 금융대란이 우려된다’는 등의 불안심리 부추기기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닫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들은 국내 외국 투자기업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자동차 업계만해도 지난 달 독일의 아우디는 한국 법인 설립을 공식 발표했고 일본의 혼다코리아는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시장 공략을 시작한다. 여기에 닛산도 한국시장 진출을 위한 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중국과 인도, 태국을 비롯해 잠재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의 주장과는 상반된 행동을 외국업체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국민 총생산의 65% 이상이 소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소비를 비정상적으로 위축시키고 애매한 논리로 국민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일은 더 이상 옳지 않다는 것이 뜻있는 경제학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국내에서의 구매 행위를 과소비라며 억제하는 잘못된 여론이 해외 소비를 더 부추긴다는 것도 이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대표적인 자동차산업의 퇴보는 그 어떤 산업보다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는 측면에서 소비 정상화는 모두가 힘을 합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숙제다. 정부는 신용경색 문제 해결점을 찾아야 하고 소비자들은 고성장 시대와는 달라진 현실적인 경제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정상적인 소비를 해야 한다.
더 이상 불필요한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말아야 하고 소비 왜곡 현상을 바로 잡는 일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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