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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CO2 배출량, 어느 메이커가 유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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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한상기(hskm3@hanmail.net)
승인 2008-07-02 06: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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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의 조건 CO2 배출량, 어느 메이커가 유리할까?

작년 초부터 시작된 유럽 CO2 규정의 개정에 대한 논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미 2012년 120g/km로 확정된 상태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자동차 메이커들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글/한상기(글로벌오토뉴스 객원 기자)

유럽의 CO2 규정은 각 회사들의 평균 CO2 배출량을 나타낸다. 이 규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EU 국가에서 장사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메이커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현재 유럽 자동차 업계 평균이 160g/km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2012년까지 120g/km을 맞추는 것은 어느 메이커든 간에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새 CAFE처럼 회사에 따라서는 라인업 전체를 갈아엎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실제로 진행 중이다.

한편에서는 규정 만족에 투자되는 금액이 너무 부담이 된다면 차라리 벌금을 택하는 메이커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유럽 CO2는 간단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소비자에게 친환경이라는 회사의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손실이 엄청나다. 비교적 큰 걱정이 없는 그룹 내의 자회사들, 람보르기니나 페라리, 벤틀리 같은 메이커가 친환경 기술을 자꾸 발표하는 이유가 있다. 기업으로서 환경에 대한 책임, 그리고 소비자에게 친환경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다.

익히 알려진 대로 유럽 CO2 규정에서 가장 불리한 메이커는 BMW 와 메르세데스-벤츠이다. 두 회사가 가장 불리한 이유는 유럽 CO2 규정이 브랜드가 아니라 메이커 기준이기 때문이다. 즉, 아우디의 경우 폭스바겐이라는 커다란 우산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상황이 괜찮다. 포르쉐가 폭스바겐을 인수하고자하는 이유에는 이런 문제도 있을 것이다.

어쨌건 BMW와 다임러 AG는 발등에 불이다. 보통 2리터 이상으로 라인업이 꾸며지는 것을 생각할 때 평균 120g/km은 대단히 버거운 짐이다. 두 회사는 작년부터 공동으로 새 CO2 규정이 자기들에게 불리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BMW와 다임러AG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그리고 EC에게 타협안을 제시한 것이 차량 중량에 따른 규정의 차등 적용이다.

반면 피아트 그룹의 CEO 세르지오 마르치오네는 BMW와 다임러가 내놓은 타협안이야 말로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각자가 주장하는 불공평의 해석이 서로 다른 것이다. 마르치오네는 과속 딱지의 예를 들었다. EC의 초안은 사람에 따라 속도 제한을 다르게 정하는 것과 동일하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 마르치오네가 유럽자동차제조협회의 회장직을 그만둔 후 이와 관련된 불만을 더욱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마르치오네는 지난 6월 17일 이태리 토리노에서 열린 ANEC(Automotive News Europe Congress)에서 모든 유럽 메이커들은 EU의 새 CO2 규정을 만족해야 한다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현실적으로 EC와 자동차 메이커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자극적인 발언으로 비춰졌다.

사실 피아트는 유럽 메이커 중 평균 CO2 배출량이 가장 낮은 메이커이다. 이미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피아트는 2006년의 144g/km에 이어 작년에는 137.3g/km으로 유럽 메이커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피아트가 작은 차를 주로 만들긴 하지만 일찍이 CO2 저감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도 사실이다.
폭스바겐의 CEO 마틴 빈터콘 역시 최근에 와서는 ‘할 수 있다’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는 폭스바겐과 산하 브랜드 승용차들의 평균이 120g/km 내외로 떨어졌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

마르치오네는 모든 메이커에게 동일한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며 이를 못 맞출 경우 같은 기준으로 벌금이 부과 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C의 초안에 따르면 만약 2012년 규정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초과되는 CO2 1g 당 20유로의 벌금이 매겨지고 2015년에는 1g 당 95유로로 껑충 뛴다. 이 벌금은 당연히 유럽 내 판매 대수가 많을수록 더욱 늘어난다. 2006년 판매 대수와 초과 CO2로 가정할 경우 피아트는 2012년 1억 6,800만 유로, 2015년에는 8억 달러로 늘어나는 식이다. 가장 CO2 수치가 낮은 피아트가 이런데 규정을 만족 못할 경우 BMW와 메르세데스(판매 대수가 적긴 하지만)가 물어야 하는 벌금은 더욱 클 것이 자명하다.

다른 메이커들(특히 독일)이 피아트 수준의 CO2 배출량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서 BMW와 메르세데스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존심을 버리고 대량으로 판매 가능한 ‘저 CO2' 소형차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메이커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한 움직임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BMW는 소형 전기차를 준비하고 있고 폭스바겐 Up!을, 메르세데스도 스마트 라인업을 늘리는 한편, 차기 A 클래스 기반의 새 소형차를 여러 가지 버전으로 내놓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피아트 500 사이즈의 소형차에서 BMW와 벤츠 엠블렘을 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럽 CO2 규정은 모든 메이커들에게 거센 시련이며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유럽에서 차를 판매하고 있는 현대기아도 예외는 아니다. 규제는 기술을 낳는다고 했다. 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자동차 메이커들은 규정에 대해 너무 무리하다고 불만을 늘어놓으면서도 결국에는 해내고 말았다. 이해 관계가 엇갈리던, 세부 사항이 달라지던 간에 결국 모든 메이커가 유럽 CO2 규정을 만족할 것이 분명하다. 왜? 생존의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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