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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산업, 포스트 금융의기 전략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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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8-12-30 07: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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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산업, 포스트 금융의기 전략은 있는가?

자동차산업에서 규모 확대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논리이다. 한계는 1998년까지였다. 당시 확립된 규모의 경제는 400만대였다. 거기까지이다. 더 이상의 규모는 비용저감이라는 자동차산업의 숙명을 해결하는데 반드시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산업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바로 그 1998년에 현대와 기아자동차는 합병을 통해 규모를 확보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자력으로 생존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지 못하는 처지에서 두 회사가 합병함으로써 기회를 잡은 것이다. 연구개발 센터의 통합으로 인한 비용저감, 플랫폼과 부품 공유로 인한 원가 저감 등등 시너지 효과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IMF 당시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것과 시장 다변화 전략 추진이라는 현대기아차의 선택은 틀리지는 않았다. 그로 인해 이제는 유럽과 일본에 이은 또 다른 축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은 구축된 상태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는 그 규모를 확보하지 못해 각자 거대 그룹 속으로 들어가 규모의 틀 속에서 생존의 길을 찾아갔다. 그리고 IMF 구제금융이 구세주 역할을 해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본격적인 부흥기를 맞았다. 제품력도 세계 시장에서 인정 받을 정도로 일취월장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과, 미국, 일본과 함께 4대 축으로 분류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런데 제동이 걸린 것이다. IMF라는 호재에 이어 미국시장과 개발 도상국시장 상황의 도움으로 승승장구하던 한국 자동차회사들에게 빨간 신호등이 들어 온 것이다.

지금 이들 메이커는 각각 처한 상황이 너무 다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에서 관심사는 크게 두 가지다. GM 대우를 비롯해 쌍용자동차와 르노삼성등 외자계 업체들의 향방과 현대기아그룹의 미래가 그것이다.
우선 외자계 업체 중에서는 GM의 어려움과 관련해 GM 대우는 어떻게 될 것인가하는 점에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과연 GM 그룹 내에서 GM 대우의 가치는 어느정도일까. GM대우는 어떻게 될것인가.

미국 내에서는 GM 그룹은 시보레와 GMC, 캐딜락만 필요하다는 의견이 재기되어 있는 상태다. 만약 이 의견이 받아 들여져 그렇게 정리된다고 가장하면 이야기는 간단해 진다. 시보레 브랜드의 제품력이 미국산보다 한국산 GM 대우제가 더 좋다. 다시 말해 시보레 브랜드를 살리는 것은 GM대우라는 얘기이다. 미국 내 공장을 이 기회에 확실히 정리하고 제품력과 생산성이 높은 설비를 활용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다. 볼보처럼 수익을 내고 있는 브랜드도 매물로 내놓는 포드의 예에서처럼 GM대우의 가치를 배경으로 자산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GM이 존재해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후자는 GM 에게 오히려 더 큰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작금의 상황이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의해 향방이 결정되어질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도 세부적으로 들여다 보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 업체들에 비하면 그 역할이 그룹 내에서 만만치 않다. 르노삼성도 르노그룹 내에서 제품 개발력을 인정받고 있고 쌍용자동차 역시 SAIC의 입장에서는 아직까지는 존재 가치가 분명하다.

현대기아그룹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에 대해 일부에서는 미국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렇게 단순하게 분석할 수만은 없다. ‘그나마 선전’이라고 한 것은 미국에서의 판매 급락은 다른 메이커들과 비슷하지만 그나마 IMF를 계기로 추진한 시장 다변화 전략으로 인해 다른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잘 나가고 있다는 얘기이다.

당장에는 BRICs 등 개발 도상국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는 점에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중국은 13억이라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거대 시장으로 스펙트럼이 아주 다양하다. 초 저가부터 초 고가에 이르기까지 가능성이 아주 많다는 것이다. 아직은 완전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지만 장단기적으로 도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장이다.

문제는 2009년 이후의 행보다. 시장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간사회가 영위되는 한 어쨌든 되살아난다. 다만 그 양상이 그동안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현대기아를 비롯한 한국의 자동차업계는 그 때까지도 건재할 수 있을까. 건재한다면 어떤 형태로 달라져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해야 그때까지 건재할 수 있을까?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공격적으로 나갈 필요도 있다. 움츠리기만 해서는 기회를 잡을 수 없다. 물론 당장에는 내핍을 통해 힘을 비축하고 이후의 상황에 대한 준비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현대기아자동차는 행보는 주목을 끌만하다. 하이브리드카와 디젤 엔진에 대한 계획을 동시에 발표한 것이다. 하나는 일본 토요타의 특허에 침해되지 않으면서 본격적인 의미의 하이브리드카를 2010년부터 내놓는다는 것. 그리고 유로5 규제기준을 충족하는 디젤 엔진(R 엔진)을 내년부터 출시되는 신차에 탑재해 판매한다는 것이다.

두 파워트레인 모두 이산화탄소 저감에 비중을 둔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하이브리드카의 경우 차량가격과 중량증가, 디젤은 차량 가격, 시장에 따른 부정적인 인식이라는 걸림돌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그래서 싫든 좋든 글로벌 메이커들은 동시에 투자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의 입장에서 두 가지 모두에 투자하기에는 벅차지 않느냐 하는 의견도 있다. 기술 투자 비용이 적지 않다는 얘기이다. 결코 그렇지 않다.

지금 세계는 에너지 다양화 시대다. 각 지역과 국가에 따라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그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시장 확대를 논할 수는 없다. 현대기아는 현 시점에서는 미국과 일본 메이커들보다는 디젤엔진 라인업이 풍부하다. 그것은 이 시대에는 힘이다. 아직은 미국시장에서도 판매가 가능한 클린 디젤까지는 아니지만 여력을 비축한다면 그 역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클린 디젤이란 2009년부터 적용되는 미국의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기준인 TIER2 BIN5 를 충족시키는 엔진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독일 메이커들이 독점을 하고 있고 이미 시판 중인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의 디젤차는 하이브리드카와 함께 친환경자동차로 분류되어 차종에 따라 환급금을 받는 우대정책 혜택을 받고 있다.

토요타는 미국시장 판매 급락과 때를 같이 해 하이브리드카의 시장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임을 선언했다. 디젤과 하이브리드는 당분간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세 싸움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메이커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대기아차 그룹은 최근 전기전자부문의 기술을 중심으로 비교우위에 서기 위한 투자를 발표한 적이 있다. 공격적으로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더불어 현대기아만의 독창성을 찾기 위한 행보이다. 여기에는 현대와 기아 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무엇을 화두로 삼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한다.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 브랜드인가에 대한 형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전략이 바뀌어 시장의 신뢰를 잃는 미국에서의 전철을 다시는 밟아서는 안된다. 지금 다시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이 미래에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것을 진단하고 판단해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
(주간 시사 IN 12월 4호 게재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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