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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동차산업 화두는 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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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01-02 07: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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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동차산업 화두는 효율성

자동차산업에 있어 오늘날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처음이다. 자동차산업은 유사 이래 수없이 많은 이합집산과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규모의 경제로서의 틀을 갖추어왔다. 하지만 그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를 확립한 당사자인 미국 메이커들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정도로 어려운 적은 없었다. 1992년과 1998년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때도 아픈 살을 도려내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력으로 회생할 수 없는 처지는 아니었다. 2001년 911로 최대의 위기를 맞았던 적도 있지만 극복하고 판매를 늘려가는데 성공했다.

어려움이 닥치자 과거 수 차례 그랬듯이 여전히 인수합병의 바람이 불 조짐도 보이고 다시 한번 새로운 형태의 규모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를 내 비치는 부류도 있다. 예의 몇 대 메이커만 살아 남는다는 논리는 어김없이 언론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짚어 보자. 연간 생산대수 150만대가 안되는 BMW 및 메르세데스 벤츠와 1,000만대에 육박하는 토요타와 GM 중 어느쪽이 더 경쟁력이 있는지를. 규모를 갖추었다고 해서 반드시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지를.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급기야 토요타마저도 71년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규모의 경제 논리에 가장 충실해 일취월장해 오던 ‘최강 토요타’로 불리우며 가장 견실한 재정을 자랑하던 토요타조차 글로벌 경기 침체를 피해갈 수는 없었다. 토요타는 미국 시장의 의존도가 컸던 것이 결정적이며 일본과 유럽의 판매도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토요타는 내년 3월 끝나는 08/09 회계연도에서 영업 이익이 줄어들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토요타가 영업 실적에서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37/38년이 마지막이었다. 남들이 주춤할 때도 성장세를 거듭해 온 메이커가 토요타이며 특히 2000년대 들어서도 그 기세는 더욱 가속화 됐다. 작년 말만 해도 단일 메이커로는 사상 처음으로 연간 판매 1천만 대를 넘긴다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판매도 줄어들고 있지만 심각한 엔고 현상이 수익성 악화에도 일조하고 있다. 토요타는 2008년 하반기 영업 이익에서도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고, 내년 영업 이익은 73.6%, 순이익은 68%나 감소할 전망이다.
그뿐인가. 독일과 프랑스, 영국, 스웨덴, 한국 메이커들도 모두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아우성일 정도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발전과정과 작금의 위기촉발의 원인

이는 자동차산업의 생존 조건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자동차산업은 그 태동이 엔지니어들의 기술력에 의존해서 이루어졌다. 독일에서 발명된 내연기관 자동차는 프랑스에 의해 상품화 과정을 겪었고 그것을 산업화한 것은 미국이다. 그 촉발은 헨리 포드가 창업한 미국의 포드자동차가 1908년에 출시한 T형 포드였다. 대량생산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모델로 꼽고 있는 모델이다. T형 포드는 모델 체인지를 하지 않고 단일 모델로 1,574만대 판매라는 당시로서는 있을 수 없는 기록을 세웠다.

그것을 본 당시의 사업가들은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내다보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해 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GM 의 브랜드 계열화와 모델체인지라는 마케팅 기법이었다. 자동차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로 하나의 모델로 시장에서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얻기에 어렵다는데 착안해 일정 주기로 새 모델을 만들어 소비자들을 끌어 들이는 전략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불어 저가에서 고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 소비자들의 수요에 부응하는 전략도 수립하게 된다. GM의 경우 대중 브랜드인 시보레부터 시작해 올즈모빌, 폰티악, 뷰익,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인 캐딜락까지 다양한 브랜드와 모델을 구비해 규모의 경제의 조건을 만족시키기에 이른다. 단순히 생산해서 판매한다는 개념에서 진 일보 해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한 마케팅이 자동차산업을 거대화 한 것이다.

그런 GM 의 전략은 시대적인 흐름과 맞아 떨어져 미국의 자동차업계는 1930년대 이후 적어도 규모의 측면에서는 세계를 주름잡기에 이른다. 포드와 크라이슬러를 합해 소위 말하는 빅3로 완전히 통합된 1950년대와 1960년대까지 미국의 자동차산업은 세계를 호령했고 더불어 미국 경제를 부흥시켰다. 물론 미국 내에서는 1920년대 후반 철도산업과 자동차산업 중 어느쪽을 택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 끝에 자동차쪽으로 결정하면서 그 힘은 훨씬 커진 역사도 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이 과유불급이다. 거대한 덩치로 성장한 미국의 자동차업체들은 이후 기술 개발보다는 정부쪽에 로비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금융산업과 연계해 자동차 판매대수를 끌어 올리는데만 모든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가 우선이라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특별한 변수만 없었었다면 여전히 디트로이트 빅3는 자신들의 입지를 유지해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고유가 시대의 도래로 상황이 급변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인해 촉발된 원유가 상승은 금융자본이 석유산업을 흔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초 고유가 시대에 이르게 됐다.

또 하나 금융산업과 연계한 할부판매는 자동차의 수요를 상상 이상으로 끌어 올렸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금융위기가 닥치자 모든 시스템이 정지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까지 몰리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자동차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일거에 드러났고 지금은 더 이상 자력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선은 자동차산업의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보는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작금의 자동차산업의 파행은 미증유의 금융위기로 인해 생긴 경기혼란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소비가 줄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정상적인 경기상황에서는 연간 판매 2,000만대를 넘길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2000년의 1,781만대를 정점으로 하락해 올 해에는 1,300만대, 내년에는 1,000만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촉발은 석유가 급등이다. 수요공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가격 상승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간산업이 금융산업화된데 기인한다.

미국 자동차시장이 폭락세를 보인 것도 정상적인 수요부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외적인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은 것이다. 최근의 발단은 물론 미국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이 직접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이라크 침공 당시인 2003년 원유가격은 배럴당 18달러에 불과했다. 그 3년 전인 2000년에는 10달러선이었다.

그러던 것이 불과 수년만에 15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 사이 석유 수요가 급등해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급락과 급등은 그에 따른 혼란을 야기한다. 석유가의 급등은 직접적으로 자동차시장에서는 대형차의 판매하락으로 이어졌고 그 결과 미 디트로이트 빅3는 물론이고 그 미국시장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아사 상태로 몰아넣어버린 것이다.

2008년 초만해도 유가 200달러 시대를 부르짖던 ‘전문가’들은 이제는 25달러선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상황논리에 충실하며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필자가 아는 전문가 중에서는 엘빈 토플러만이 그의 저서 ‘부의 미래(Revolutionary Wealth)’에서 유가의 급등과 급락을 예고했었다. 그는 석유의 수요급등에 따른 가격 인상설에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되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배럴당 20달러 선이 적정하다는 것이다.

그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는 다른 분야와 종합적으로 얽혀있기에 간단하게 단정할 수는없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다시 경제가 안정을 되찾게 되면 20세기 최대의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는 다시 도로 위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그 때의 모습이 지금과는 확실히 다를 것으로 보이고 그 상황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이 바로 자동차산업의 본질인 것이다.

자동차산업에서의 규모의 한계

그렇다면 자동차 본래의 자세는 무엇일까.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일까? 그 한계를 정하는 것이 모호하기는 하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비교할 수 있는 포인트는 있다. 자동차를 발명하고 상품화한 유럽 메이커들과 금융위기의 본거지인 미국 디트로이트 빅3와 일본 메이커들의 양상이 똑 같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대로 독일 메이커들의 미국시장 판매 하락 속도는 상대적으로 늦었다. 미국 의존도가 낮은 폭스바겐과 아우디 등의 경우 더 뚜렷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모의 차이이다. 가장 늦게 자동차산업을 발전시킨 일본 토요타는 연간 생산 950만대 수준에 달하고 있는데 반해 유럽 최대 메이커 폭스바겐은 640만대에 불과하다. 프리미엄 메이커인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150만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규모의 경제가 과연 어디까지 효용이 있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된다. 자동차산업의 본질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럽 메이커, 특히 독일 메이커들은 프리미엄 기술력을 가장 우선으로 삼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시 말해 자동차회사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엔지니어들에 의해 설립된 것이었는데 여전히 그 성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토요타의 경우 엔지니어와 마케팅이 균형을 이룸으로써 규모의 경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여전히 양산 메이커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적은데도 불구하고 높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자동차산업에서 규모의 확대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논리이다. 한계는 1998년까지였다. 당시 확립된 규모의 경제는 400만대였다. 거기까지이다. 더 이상의 규모는 비용저감이라는 자동차산업의 숙명을 해결하는데 반드시 좋다고만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산업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추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비용저감을 핵으로 하는 효율성 추구, 신기술 개발, 다양화하는 시장과 에너지에의 대응, 차세대 파워트레인의 선점 등 다양한 과제들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녹아있어야 한다.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고 하는 2009년 자동차산업의 화두는 산업측면에서건 기술측면에서건 효율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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