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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동차산업 세력 변화의 승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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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01-05 06: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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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동차산업 세력 변화의 승자는 누구?

지난 원고에서는 자동차산업의 본질에 대해 언급했었다. 20세기 인류 최대의 발명품인 자동차는 독일이 발명하고 프랑스가 상품화했다. 그리고 그것을 대량생산과 마케팅 기법의 도입으로 산업화의 길로 이끈 것은 미국이었다. 이후로는 일본 메이커들이 현지화와 21세기형 대중화를 추구해 규모를 키워가며 사업성을 높인 과정을 거쳤다. 20세기 후반 몇 가지의 사건을 통해 일본 메이커들은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고 그에 반해 규모의 경제라는 틀을 확립한 디트로이트 빅3는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과연 어떤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자동차산업의 본질에 이어 20세기 후반의 자동차산업의 흐름을 살펴 보자. 이 때에는 산업화의 기틀을 바탕으로 세력 변화를 이룬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것이 1970년대 두 차례 있었던 석유 파동이 아닐까 한다. 대형차 위주의 수요가 많은 미국의 디트로이트 빅3는 그에 대해 크게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던데 반해 일본 메이커들은 앞으로 석유 소비가 적은 중저 배기량차의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과는 1980년 일본의(Made in Japan) 자동차 생산이 미국의(Made in U.S.A.) 자동차 생산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심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 때부터 미국 메이커들은 일본 메이커들을 경쟁 상대로 여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대두된것이 통상마찰이었다. 무역 역조를 내 세워 어떤 제제를 가하고자 한 것이다. 이는 유럽 메이커들도 마찬가지였다.

이 때 일본 메이커들이 미국과 유럽에 제안한 것이 수출자율규제였다. 미국과 유럽으로 연간 수출 대수를 스스로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한도 ‘미국과 유럽 메이커들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였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회사들은 그 상황 극복 방법으로 두 가지를 생각해 냈다. 수출 자율규제는 대수 제한이라는 점을 활용했다. 소형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중 대형으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또 하나가 현지 생산이었다. 일본에서 만드는(Made in Japan)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서 생산한다고 하는(Made by Japan)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이는 1985년 프라자합의( 참고 : 플라자 합의(Plaza Agreement 또는 Plaza Accord)란 1985년 9월 22일 미국 뉴욕에 있는 플라자 호텔에서 G5 경제선진국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들의 모임에서 발표된 환율에 관한 합의를 가리킨다.


당시 미국은 대외 무역수지 불균형과 안으로는 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것이 레이건 정부의 유명한 쌍둥이적자이다. 그리하여 경제선진국들에 도움을 요청하여 성립한 합의가 플라자 합의이다. 합의에서는 달러화의 가치를 내리고 엔화의 가치를 높이는 정책이 채택되었다. 발표일 다음날에 달러화 환율은 1달러에 235엔에서 약 20엔이 하락하였다. 1년 후에는 달러의 가치가 거의 반이나 떨어져 120엔 대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태까지 되었다. 출처 ;위키백과)에 의한 변동환율 이행이라고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써도 유효한 것이었다.

일본차의 해외 생산으로 인해 1993년 나라별 자동차 생산대수에서 다시 미국이(Made in U.S.A.)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일본차로 인한 것이었다. 이런 일본 메이커들의 전략의 결과는 오늘날 세계 자동차산업의 지도를 형성하게 했다. 2007년 기준 일본 메이커들의 일본 내 자동차 생산은 1,048만대, 해외 생산은 1,083만대였다. 2007년 지구촌의 연간 자동차 판매대수가 약 7,000만대였기 때문에 일본제(Made by Japan)의 자동차가 그 1/3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메이커들의 힘을 가장 먼저 보여 준 것은 혼다였다. 다른 메이커에 비해 늦은 1963년에 4륜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혼다는 CVCC(Compound Vortex Controlled Combustion)란 복합와류연소엔진으로 당시로서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1975년부터 강화된 미국의 배출가스규제기준인 ‘가솔린차 금지법’이라고 여겨졌던 소위 ‘머스키법’을 클리어하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로 인한 효과는 워낙에 커서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혼다의 이미지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한 대표적인 사례다.

또 하나의 힘은 토요타의 렉서스 브랜드 전략이다. 일본 메이커들의 럭셔리 브랜드 전략은 혼다의 아큐라가 먼저였지만 실제 시장에서 힘을 발한 것은 렉서스다. 1989년 미국시장만을 위한 럭셔리 브랜드로 등장한 렉서스는 아직까지 전 세계 68개국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일부로부터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아니다.’라는 말을 듣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차가 세계에서 가장 품질이 좋은 차라는 평판을 얻게 한 장본인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렉서스의 연간 판매대수가 아직은 60만대가 안되지만 토요타 그룹 전체 판매대수를 950만대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사상 초유의 혼란이 어떤 결과를 야기할 것인가

지금의 자동차산업의 판매 급감은 분명 혼란이다. 정상적인 경기침체에 의한 수요 부진이 아니라 금융산업의 붕괴로 야기된 혼란이라는 얘기이다. 물론 근본적인 촉발은 부시의 이라크 침공으로 인한 급작스러운 유가 급등이다.

2003년 배럴당 18달러였던 것이 2008년 150달러까지 치솟았던 유가 급등은 대형차 위주의 미국 메이커들에게 가장 먼저 타격을 입혔고 그 여파는 전 세계에 미치고 있다. 다시 유가가 4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그 역시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에 대해 거의 대부분 잘못된 진단과 잘못된 처방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또 다른 진단과 처방을 하고 있다.

여기에서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미국과 거래를 하는 대부분의 나라도 호황을 누린다. 역으로 미국 경기의 상황에 따라 전 세계가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게 된다는 점도 미국의 힘이 어떤 형태로든 아직은 세계를 흔들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특히 미국의 달러가 전 세계의 기축통화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그런 상황을 지속시키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달러가 강하면 좋지만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나라들은 역으로 달러 약세일 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2008년 대부분의 나라는 달러가 약세인데 우리나라만 약세 전략을 펼쳐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강한 달러가 미국에게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달러가 강해지면 일본 등 가격이 낮은 차들의 수출이 늘게 되어 미국의 디트로이트 빅3에게는 좋지 않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해 사양길에 접어든 산업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은 달러가 약세인 상황이기 때문에 또 다른 변수의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미국 메이커들은 의료보험제도와 연금문제등으로 인한 비용 문제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960년대 UAW와 자동차회사들간에 합의된 이 제도는 현재로서는 GM의 경우 대당 1,000달러 정도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노조측의 확실한 양보가 없다는 이유로 구제금융안이 미 의회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더불어 할부금융제도의 발전 형태로 평가됐던 리스 판매의 문제도 어려운 상황에서는 풀어야 할 큰 과제로 부상했다. 우리나라도 최근에는 개인 소비자들은 할부금융을 주로 이용하지만 기업체의 경우는 리스나 렌트 형태로 자동차를 이용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금융산업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단지 자동차산업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다. 주택과 가전, 그리고 학자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경제 혼란의 본질일 수도 있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은 Who Knows?다. 다만 미국의 자동차회사가 파산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 모든 경제주체들은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고 미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에 대해 가장 큰 무게를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에 따라 방향이 180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서 얘기했듯이 위기 때마다 오히려 그것을 기회로 삼았던 일본 메이커들의 향방도 초미의 관심사다. 최근의 엔고가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도 미지수다. 생산을 줄이고 공장건설을 멈추고, 또 F1에서 철수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금융위기가 안정을 되찾고 수요가 정상화되기 까지는 그 어떤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혹자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미국의 자동차업체들이 오히려 더 큰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본질론에서 언급했듯이 자동차라는 탈 것을 오늘날처럼 거대 산업으로 육성한 것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그것은 물론 미국이라는 시장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금융위기가 정리되고 안정을 되찾는다면 미국시장은 당분간은 여전히 세계 최대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세기 초에 그랬듯이 디트로이트 빅3는 어쩌면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질서에 걸맞는 자동차산업의 모습을 만들어 낼지 모른다. 다만 미국의 자동차업체의 생존과 미국의 자동차산업의 흥망성쇄가 반드시 일치 하지는 않는다는 전제에 대해서는 이해가 필요하다. 새 판짜기를 통한 구도 변화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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