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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신형 에쿠스의 첫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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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02-18 06: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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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플래그십 신형 에쿠스의 첫 인상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럭셔리 세단 에쿠스 2세대 모델을 만났다. 2월 17일 현대ᆞ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개최된 ‘미디어 프리뷰(Media Preview)’ 행사에서였다. 대기고객을 창출하기 위한 사전 마케팅의 일환이다. 전체적인 차량 소개와 1km의 슬라롬 구간, 고속 주회로 동승 시승으로 구성된 행사를 통해 만난 에쿠스에 대한 짧은 소감을 적는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우선 생각나는 것은 초대 에쿠스의 대뷔 시기다. 한국차 사상 최대 배기량 모델인 에쿠스는 1999년 5월, IMF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전국이 동토와 같은 분위기 속에 등장했다. 당시 경기 한파로 경차인 마티즈의 판매가 폭증하는 시대에 초대형 세단의 등장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했다. 특히 3.5리터와 4.5리터 엔진을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해 탑재한다는 것도 타이밍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당시 필자는 에쿠스는 한국의 대형차 소비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적절히 긁어준 모델이라고 평가했었다. 상품성의 여부와는 별도로 가격은 비싸더라도 한국에서 가장 고급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모델이라는 얘기였다.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는 국민성, 더 나아가 쇼파 드리븐카가 갖추어야 할 조건을 파악한 모델이기도 했다.

물론 초기 안정적이지 못한 품질관리로 지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 세그먼트의 유저들은 생각보다 관대했다. 주행 도중 엔진이 정지하는 사태가 빈번한데도 수리만 해주면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초기 모델에 대해서는 ‘깡통’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도 문제가 많았고 큰 차체를 지탱할 수 있는 강성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이 시장은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언론과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와는 다르다. 에쿠스는 1999년 5월 데뷔해 그해 5,639대가 판매됐다. 당시 우리나라 자동차시장은 1996년 164만대 수준에서 급전직하해 75만대까지 줄어든 상태였다. 그러나 한국차 중 가장 비싼 모델 에쿠스는 팔려 나갔다. 데뷔 2년째인 2000년에는 10,713대로 뛰었고 다시 2001년에는 13,341대, 2002년에는 16,984대가 판매되어 프레스티지 럭셔리카로서의 위상을 확립해왔다. 볼륨 모델은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입지를 구축해 간 것이다.

다만 2005년 체어맨의 1만 5,283대(점유율 37.8%)보다 적는 1만 3,836대(34.3%)가 판매되어 허를 찔리기도 했다.

지금은 당시보다 더 어렵다고들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바닥이 어딘지도 아직 모르는 때에 또 다시 한국을 대표하는 초 대형 럭셔리 세단이 등장했다. 다시 한 번 타이밍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개발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의도적인 출시는 아니다.

다른 점은 많다. 당시에는 미쓰비시와 공동 개발이라는 형태를 취했지만 4.5리터 엔진의 경우 미쓰비시는 포기했고 현대자동차만 개발을 완료해 내놓았었다. 신형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현대자동차의 개발역량이 동원됐다. 엔진도 4.6리터 타우엔진까지 독자 개발했다. 또 초대 에쿠스는 앞바퀴 굴림방식 모델인데 반해 2세대 에쿠스는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이다.

초대 모델은 공공연하게 수입차들과의 경쟁관계를 부각시키지 않았었다. 하지만 신형은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렉서스 LS 시리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늘도 S350/S500을 비롯해 렉서스 LS460L 등을 동원해 비교 시승을 하게 해 그런 의도를 공공연하게 드러냈다.

10년 사이에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대는 완전히 독립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한국을 4대 축으로 행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최근 현대가 만들어 내는 차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주목을 끌고 있다.

첫 인상은 그런 현대자동차의 변화를 충분히 읽을 수 있는 것이었다. 스타일링에서는 제네시스에서 그랬듯이 오늘날 럭셔리카들이 많이 사용하는 라인과 면이 부분적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독자성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S클래스처럼 멀리서 보면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는 전장이 베이스 모델은 5,160mm, 리무진은 5,460mm로 거대하다. 전폭은 1,900mm, 전고 1,495mm. 휠 베이스도 3,045mm로 3미터가 넘는다.

무엇보다 폭포수 형태의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전체적인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60%를 차지한다고 하는 프론트 엔드를 비롯해 앞뒤 펜더를 중심으로 캐릭터 라인을 별도로 설정한 사이드, 그리고 와이드한 감각을 살리려 한 리어의 터치 등을 각각 분리해도 다른 모델의 것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테일램프의 디자인이 렉서스의 것과 비슷한 분위기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조형미에서 독자적인 컬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크기에서는 전장 대비 휠 베이스가 길다는 것이 특징이다. 앞 오버행이 이 등급의 차로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짧다. 시대적인 흐름에 충실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선대 에쿠스를 생각하면 큰 차이이다.

인테리어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구성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다.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그렇다는 얘기이다. 센터페시아의 아날로그 시계가 먼저 시선을 잡는다. 또 대시보드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리얼 우드를 사용한 트림도 새롭다. 다만 크롬도금, 알루미늄 트림을 모두 집어 넣어 힘이 들어간 것 같은 대목은 시장의 반응을 봐야 할 것 같다. 센터페시아의 각종 버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시트는 5인승을 기본으로 4인승 모델도 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리어 시트 오른쪽의 마사지 기능. 렉서스 LS460의 것과 똑 같은 기능을 채용하고 있다. 독일차들은 아직까지 마사지 기능에 대해서는 높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 문화의 차이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엔진은 3.8리터와 4.6리터 V8 두 가지, 트랜스미션은 ZF제 6단 AT가 조합된다. 짧은 시승이라 평가할 수는 없지만 크게 지적할 것은 없어 보였다.

그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많은 각종 첨단 장비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가장 늦게 데뷔한 모델이 가장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만큼 철저하게 경쟁 모델을 벤치마킹해 그 이상의 상품성을 만들어 낸다는 얘기이다.

에쿠스는 그들과 직접 경쟁한다고 하기에는 아직은 무리가 따른다. 제품성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브랜드 이미지가 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현대가 공개한 각종 신기술들의 내용을 보면 현대자동차의 최근의 의욕이 그대로 보인다. 경보음과 함께 안전벨트를 조여주는 차선이탈 경보장치를 비롯해 전후방 카메라를 이용한 주차 보조장치, 프리 세이프 시트벨트 등 제네시스에서 보여 주었던 것보다 한 걸음 더 나간 행보를 보여 주었다.

차선이탈경보장치가 황색선을 인식한다는 점에서는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아직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주목을 끌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양산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결코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차체 강성 측면에서 높은 발전을 보이면서 제품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도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격이 발표되면 그런 생각은 더 강해질 것이다.

스타일링과 디자인, 상품성 측면에서 아무리 내용을 갖추었다고 판매가 적으면 좋은 차로 평가되지 못한다. ‘잘 팔린 차치고 나쁜 디자인 없다.’라는 역설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현대와 기아차를 보면서 좋은 차로 만드는 것은 이제는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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