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오토뉴스

상단배너

  • 검색
  • 시승기검색

페라리의 극단적인 주행성능은 잔존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

페이지 정보

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03-18 06:55:10

본문

페라리의 극단적인 주행성능은 잔존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

필자는 1987년 등장해 1992년까지 1,315대가 판매된 F40과 그 이전의 1984년산 테스타로사 등으로 페라리를 배웠다. F40은 페라리 창립 40주년을 기념해 개발된 모델로 1988년 사망한 페라리의 창립자 엔초 페라리의 유작으로도 유명한 모델이다. 당시 페라리는 필자에게 있어서도 다루기 버거운, 그러니까 운전하기도 버거웠지만 그에 대한 글을 쓰는 것도 만만치 않은 존재였다. 시간이 가면 좋아질까 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기대를 접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페라리는 우리가 통상적인 개념으로 평가하고 가치를 분석하는 차가 아니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더불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세그먼트와 장르 확대 및 양산 브랜드들의 부침에 따른 새로운 컨셉의 모델들을 소화하는데도 한계가 있어서이기도 했다. 해외 출장 때, 모터쇼 취재 때 잠깐씩 스티어링 휠을 잡아 보거나 동승 시승을 하기도 했지만 시승기라는 제목을 달기에는 여의치 않아 그다지 다루지 않아왔다. 아니 다루지 못해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그것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페라리가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시즌 개막을 얼마 앞둔 F1 드라이버를 대동하고 치른 이벤트에 참가해 ‘맛’을 봤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은 여전하다. 그리고 흔히들 마니아들이 말하는 것처럼 ‘로망’으로써의 꿈도 접었다.

그것은 페라리의 전략 때문이기도 하다. 잘 알다시피 페라리는 기본적으로 연간 판매대수를 7,500대 정도로 한정하는 정책을 택하고 있다. 여기에 각 모델마다의 판매대수도 제한을 둔다. 예를 들어 페라리 최강 모델 페라리 엔초는 355대만 한정 생산하다는 방침으로 개발됐다. 물론 나중에 너무나 강력한 소비자들의 요구로 추가 생산했지만 그것도 44대에 그쳤다.

그런 그들의 정책은 물론 부가가치의 제고가 주 목적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올려 더 많은 페라리를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적은 페라리를 만들어 그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그래서 페라리는 신차보다 중고차 가격이 더 비싸다. 출고 당시 7억원 가량했던 엔초의 가격이 지금은 20억원을 호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961년산 250 GT SWB의 경우 150억원 가량에 판매되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런 만큼 손에 넣기도 쉽지 않다. 좋은 것을 가지려면 인내가 필요한 것은 여기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에 MPH 프리스티지 & 퍼포먼스 모터쇼가 발표한 주요 수퍼카 인도 가능 시간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주문 후 인도하기까지 가장 오래 걸리는 모델은 페라리 599 GTB 피오라노였다. 599 GTB 피오라노는 고객의 손에 인도되는데 2년이 소요돼 더 비싼 부가티 베이론 보다도 오래 기다려야 한다. 2위는 놀랍게도 18개월의 포르쉐 911 GT2이다.

3위는 12개월의 애스턴마틴 DBS와 부가티 베이론. 이어서 아우디 R8과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60, 메르세데스 SLR 로드스터, 맥라렌의 루이스 해밀턴이 주문한 카파로 T1 등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이들 수퍼카는 일종의 보석과 같다. 만약 20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있다면 그것을 패밀리카를 타고 다니듯이 손가락에 끼우고 다닐 수 있을까. 아니다. 집안의 사금고, 아니면 은행 금고 깊숙히 보관했다가 특별한 날만 끼는 것이 보통이다. 페라리도 그런 차다. 별도의 차고를 마련하고 그 안에서 날마다 손질하며 천문학적 금액의 난을 손질하듯이 하다가 1년 중 어느 하루 빛을 보는 그런 차다. 그런 차를 우리나라의 도로에서 개구리 주차하는 것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20억, 30억 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왜 소유하고자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듯이 페라리라는 모델이 이처럼 특별한 존재로 치부되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가치관과 일관된 세계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평가할 만한 기준이 설정되어 있지도 한다.

혹자는 이런 말을 한다. 지금과 같은 초유의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무슨 이런 차가 필요가 있느냐고. 그럴까. 만약 그렇다면 최근 서울의 특급 호텔 객실 예약률이 97%에 달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구조조정으로 여기저기 비명이 울리고 있지만 게임 산업에는 우수 인력 기용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하는 소식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석할 수 있을까.

분명 경제 위기인 것은 맞는 말이지만 과거처럼 모두에게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나라에 따라, 지역에 따라, 업종에 따라, 심지어는 개인에 따라서도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21세기 경기 불황의 특징이다. 과거와 같은 잣대로 세상을 해석하고 구태 의연한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도 잘 나가는 차는 나갈만큼 나간다.

그래서 페라리는 겨울의 끝자락에 서울 한 복판에서 독특한 이벤트를 열어 그들이 개발한 모델의 특징을 설명하고 또 소비자들을 초청해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이벤트는 더 많은 차를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페라리의 최대시장은 미국이고 이어서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일본 순.

페라리는 포뮬러 원 서키트를 달리는 GP머신 수준의 기술혁신을 로드카에도 적용한다는 컨셉으로 430 스쿠데리아를 개발했다. 페라리는 모터스포츠에 참전하는 것은 시판차에의 기술 피드백이 주목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레이서로 포뮬러 원에 참여할 수는 없지만 F1드라이버의 느낌을 원하는 유저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런 주행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희소성을 바탕으로 잔존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하단배너
우측배너(위)
우측배너(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