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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에쿠스는 풀 라인업 완성의 결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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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04-27 01: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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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에쿠스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이제 현대차 라인업은 모두 자체 개발 모델로 채워졌다는 점이다. 1969년 회사 설립 이래 40년에 걸친 성과다. 지금 눈을 돌려 보면 글로벌 메이커들 중 현대차와 같은 라인업을 갖춘 예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차체의 크기만으로 보면 5m가 넘는 차를 만들고 있는 메이커는 독일과 미국, 일본, 영국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또 자체 기술로 생산하는 V형 8기통 엔진을 소유하고 있는 메이커는 전 세계 10개에 불과하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어느덧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리의 포인트가 달라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능력을 평가하기도 했고 브랜드라는 점을 중시하기도 했었다. 연간 400만대 이상 생산하는 6개 업체만 살아남는다는 ‘그레이트(Gtreat) 6’라는 의견이 지배한 적도 있었다. 또는 친환경, 또는 차세대 파워 트레인 기술을 보유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주장도 재기됐었다. 최근에는 연간 1,000만대라는 새로운 규모의 경제논리가 등장하기도 했었다.

그 모든 논란과 주장에서 현대기아차 그룹은 논외였다. 디트로이트 빅3가 힘을 잃은 지금은 어떤가. 여전히 미국을 중심으로 세상을 평가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은 미국 자동차업체를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에 대해 필자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논리’대로 진행되지는 않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금융위기의 한 가운데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는 메이커로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빅3를 제외하면 토요타와 폭스바겐, 닛산, 혼다, 그리고 현대기아 정도를 꼽는 것이 보통이다. 아우디는 폭스바겐 그룹에 속하기 때문에 여기에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합하면 아직까지는 7개 업체 정도다. 그레이트6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해도 거기에 현대기아차가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에쿠스는 그런 현대기아차 그룹의 존재감의 표현이다.
특히 1995년 5월 등장한 초대 에쿠스를 생각하면 금석지감이다. 당시로서는 한국차로서는 가장 크고 가장 비싼 모델이었지만 스타일링은 물론이고 파워트레인까지 주요 부분을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형태를 취했었다. 현대자동차가 초창기 본격적으로 자동차를 배운 것은 미쓰비시였다. 그리고 그 역사는 한국산 최대 모델에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공동 개발을 했음에도 1세대 에쿠스는 안정적이지 못한 품질관리로 지적을 많이 받았다. ‘깡통’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엔진을 비롯한 파워트레인도 문제가 많았고 큰 차체를 지탱할 수 있는 강성도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짧게는 초대 에쿠스부터, 길게는 국산 고유 모델 기치를 내걸고 시작된 포니 프로젝트 이래 40년 가까운 사이에 현대차는 온전히 자생력을 갖춘 메이커로 존재감을 과시하기에 이르렀다. 공동 개발 당시 미쓰비시는 4.5리터 엔진 개발을 포기했으나 현대자동차는 밀어 붙였다. 시행착오였지만 그 결과 이제는 4.6리터 타우엔진까지 독자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있겠지만 지켜 보는 입장에서는 놀랍다는 표현 이외에는 특별한 표현이 떠 오르지 않는다.

국산차의 기치를 내걸고 40년 전 시작된 포니 프로젝트의 결실이 이제야 맺어졌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맨 땅에 헤딩하기’로 도전했던 한국차 만들기가 이제야 완성된 것이다. 그것은 물론 1990년 마북리 연구소의 설립으로 자체 엔진 개발을 위한 노력이 없었다면, 또 1998년 현대기아차의 통합에 의한 남양연구소가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또한 쏘나타부터 시작된 독자적인 플랫폼 계획이 없었더라면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제품력이 최우선이라고 하는 점에서 무리수에 강수를 두면서 기술력을 확보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10년 사이에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대는 완전히 독립적인 행보를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서플라이어로부터 공급받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은 부품을 직접 자회사를 통해 개발하기도 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하게 한국을 4대 축으로 행세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래서 최근 현대가 만들어 내는 차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제는 또 다른 차원의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사실 에쿠스가 속하는 세그먼트의 판매대수는 아주 미미하다. 가격으로 따지면 미국시장에서 6만 달러 이상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는 모델의 판매대수는 페라리와 포르쉐, 롤스로이스 등을 모두 합해도 30만여만대에 불과하다. 연간 7,000만대가 넘는 시장에 비하면 0.5%도 되지 않는다. 에쿠스가 과연 그 정도의 가격표를 붙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것이 항상 안타까운 부분이다. 제네시스의 예를 참고로 한다면 4만~5만 달러선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이 가격표로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비교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에쿠스급의 모델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지대하다. 기술력의 표현을 넘어 그 브랜드의 헤리티지까지 포함한 종합예술로서의 극치를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그동안의 역사를 근거로 현대자동차만의 가치를 형상화해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넓혀가는 구체적인 작업이 필요한 때다. 그렇게 해서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에 걸맞는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다.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아직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주목을 끌만한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다. 그러나 양산 브랜드인 현대자동차의 입장에서 다른 경쟁 모델과 비교한다면 결코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차체 강성 측면에서 높은 발전을 보이면서 제품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것도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스타일링과 디자인, 상품성 측면에서 아무리 내용을 갖추었다고 판매가 적으면 좋은 차로 평가되지 못한다. ‘잘 팔린 차치고 나쁜 디자인 없다.’라는 역설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최근 등장하는 현대와 기아차를 보면서 좋은 차로 만드는 것은 이제는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든다.

제네시스 이후 한국차도 글로벌 무대에서 가격 전략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대두되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Value for Money’만을 부르짖고 있을 수는 없다. 이런 얘기가 나오면 짧은 역사를 핑계로 댄다. 그것을 인정한다해도 어떤 형태로든지 현대라는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구체화해 지속적으로 시장과 소통해야 한다. 그저 ‘가격 대비 가치가 좋기 때문에’라는 전략이 언제까지 먹혀 들지는 않는다. 프랑스와 미국 메이커들이 잘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현대 뉴 에쿠스 VS380 시승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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