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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효율성, 그리고 12기통 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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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08-11 07: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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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와 효율성, 그리고 12기통 엔진

현 시점에서의 키 워드는 살아남기(Sustainability) 위해 효율성(Efficiency)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법론에 있어 차이가 있다. 전통적으로 내연기관 엔진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독일 메이커들과 그렇지 않은 미국, 일본, 한국 메이커들의 입장은 차이가 난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최근에 등장하는 뉴스만으로 보면 하이브리드카가 대세이고 전기차가 금방이라도 시장을 지배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의 파워트레인 연구를 가장 오랫동안 해 온 독일 메이커들은 거기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고 있다. 그들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 동안 내연기관의 시대는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바로 효율성(Efficiency)의 추구다. 그 Efficiency라는 단어를 가장 먼저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것이 BMW 다. 2004년 BMW는 ‘Efficient Dynamics’를 브랜드 이미지로 내 세운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린과 클린을 동시에 추구하는 블루(Blue)퍼포먼스를 전면에 내 세웠다.

그러자 메르세데스 벤츠도 블루 이피션시를 선언했고 폭스바겐은 블루모션 테크놀러지를, 푸조 블루 라이언을, 피닌파리나는 블루카를, 혼다와 GS 유아사는 블루 에너지를, 그리고 현대자동차는 블루 드라이브 등을 브랜드 이미지로 네 세우기에 이르렀다.

미국에 오바마 정권이 사상 처음으로 미국 내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에 대한 이산화탄소 규제법안을 강제하면서 효율성 추구의 강도는 훨씬 강해졌다. 특히 미국 자동차시장에 대한 비중이 높은 자동차회사들로서는 그것이 어떤 방법이든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내연기관으로도 분류되면서 넓은 의미의 전기차인 하이브리드카를 비롯해 클린 디젤, 가솔린 엔진의 개량, 나아가 바이오 디젤을 비롯한 재생 에너지의 사용 등이 그것이다.

효율성(Efficiency) 의 추구와 12기통 엔진

결국은 소형화, 경량화, 다운사이징(저 배기량화) 등을 통한 효율성 추구가 화두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BMW가 6리터 배기량의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초호화 럭셔리 세단을 내놓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어찌 보면 12기통 엔진을 탑재한 차량은 연료 소모와 CO2를 줄이기 위해 엔진 등 파워트레인의 개량과 차체 경량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시대적인 사명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여기에서 나타난다. 토요타가 렉서스 브랜드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채용하기는 했지만 LS600hL이라는 모델을 라인업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토요타는 그들이 자신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이용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고 BMW 등 독일 메이커 역시 내연기관 기술의 개량을 통해 현실을 타파하고자 한다는 얘기이다.

2009년 미국 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했지만 어떤 형태로든 시간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소형차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는 것만큼이나 시장 규모는 적지만 초호화 럭셔리카의 시장도 살아날 것이다. 인류는 언제나 그랬듯이 이상을 외치면서 현실에서의 행동은 일치하지 않아왔다. 마티즈를 타는 유저도 있지만 760Li를 원하는 유저도 있다.

고가의 모델들로 존재감을 이어오고 있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 못지 않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수익성 추구도 중요한 과제다. 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플래그십 모델을 통한 기술력의 과시는 필수 조건이기도 하다. 더불어 그런 대 배기량차를 원하는 시장도 분명히 존재한다.

프리미엄 브랜드 BMW와 12기통 엔진

현존하는 대량 생산 메이커 중 12기통 엔진을 생산하고 있는 메이커는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그리고 토요타 등 4개 뿐이다. 토요타는 1997년 처음으로 12기통 엔진을 만들어 센츄리에 탑재했지만 일본 내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폭스바겐도 페이톤에 W12 엔진을 탑재하고 있지만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 모델로만 본다면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도 있지만 BMW와 폭스바겐의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12기통 엔진의 승용차는 사실상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의 전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여기에 아우디가 디젤 12기통 엔진을 준비하고 있다.

12기통 엔진의 승용차는 엔진을 만드는 기술 뿐 아니라 볼륨이 적어 가격이 생명인 양산 브랜드들에게는 크게 소용이 없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에게도 성능 측면에서는 V10 또는 V8으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상징성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 여전히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런만큼 잦은 변경이 불가능하기도 하다. BMW가 12기통 엔진을 처음 만든 것은 1925년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항공기용이었다. 승용차에 탑재된 것은 1987년 2세대 7시리즈가 처음이었고 이번에 선 보인 것이 4세대다. 2세대 750iL에 첫 선을 보인 5리터 V12는 승용차로서는 처음 올라가는 12기통 엔진이었다. 럭셔리카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보다 후발 주자였던 BMW는 V12 엔진을 오히려 먼저 내놓으면서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BMW의 첫 V12 엔진은 SOHC 방식에 5리터의 배기량으로 300마력의 출력을 발휘했다. 이에 자극받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V12 DOHC 엔진을 600SEL에 탑재하면서 두 라이벌에게 V형 12기통 엔진은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잡게 됐다. 2세대 엔진은 1994년 750Li에 탑재된 326마력, 3세대는 2003년 데뷔한 4세대 7시리즈에 탑재된 445마력 사양이었다.

다운사이징이라는 시대적인 과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실천하고 있는 BMW 가 6리터 V12엔진 모델을 내놓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시장이 요구한다는 것이고 엔진 제작 기술의 최고결정체라는 점이다. 그들의 기술로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는 것이다. 5세대 7시리즈에도 어김없이 V형 12기통 버전이 등장하게 된 배경에는 3리터 직렬 6기통 엔진부터 적용해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연비를 높인 고정밀 직접분사방식과 트윈 터보 시스템이 있다.

2008년 말 모델체인지한 4세대 7시리즈 중 12기통 사양의 점유율은 미국과 중국이 23%를 차지했으며 독일 15%, 일본 10%, 한국과 러시아 등이 3%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760Li는 한마디로 럭셔리 세단의 궁극의 조건을 갖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비교할만한 성격의 세그먼트도 아니다. BMW의 DNA 를 살리면서 시대적인 과제도 수행하고 동시에 프레스티지 모델로서의 카리스마를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중요하다. 그것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 왈가왈부 할 사안은 아니다.
(BMW 760Li 독일 시승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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