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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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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채영석(webmaster@global-autonews.com)
승인 2009-10-21 06: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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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왔다.

토요타 브랜드가 한국시장에 상륙했다. 떠들썩하다. 여러가지 전망과 추측이 난무한다. 가격 문제가 첫 번째이고 현대자동차와의 경쟁관계도 주 의제 중 하나다.
정작 브랜드를 런칭하는 토요타는 차분하다. 런칭 기념 행사차 한국에 온 토요타자동차의 후노 유키토시 부사장이 연설을 통해 강조한 것은 차를 많이 팔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거나 하는 내용이 아니었다. 다른 수입차업체, 혹은 한국차업체들을 따 돌리겠다는 등의 의욕(?)은 비치지 않았다. 수입차업체들이 모델 런칭 때 흔히들 하는 발언인 ‘한국은 토요타에게 중요한 시장’이라는 표현도 없었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먼저 토요타 정신으로 알려진 ‘현지현물(現地現物: 실제로 현장에 가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 보는 것)’을 내 세우며 시장 탐색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런칭하기 전에 이미 마쳤어야 할 시장조사가 왠말이냐고 할 수 있다. 토요타는 그렇다.

토요타는 자동차라는 제품을 파는 회사다. 하지만 토요타는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보다 먼저 브랜드를 파는 전략을 수행해 왔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유럽공장이 준공된 체코에 가면 대형 경기장인 토요타 스타디움이 있다. 토요타가 현지인들을 위해 기부한 것이다. 사회공헌활동이다. 토요타의 비전 2020에는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토요타는 이미 오래 전 일본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회사임을 천명했다.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하며 그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이다. 당장의 판매보다는 토요타라는 회사가 어떤 의지로 진출했는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작업을 먼저 한다.

그런 노력과 달리 판매 증가속도는 빠르지 않다. 그러나 현지 딜러들은 머지 않아 토요타의 시장점유율은 높아질 것이며 그 후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 개시 후 3년 내에 결판을 내야 하는 한국 업체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

토요타자동차가 토요타 브랜드의 한국시장 출시와 동시에 내 세운 것은 사회공헌활동이다. 그 첫번째 작업이 교통 안전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프로그램인 ‘토요타 교통 안전 학교’를 실시하는 것이다. 2000년 렉서스 브랜드의 진출 이후 한국토요타자동차는 불우이웃돕기, 토요타 암 연구 기금, 재난구호 성금, 병원자선콘서트 등을 비롯해 일본교환장학생 프로그램, 토요타 학술지원 기금, 렉서스 환경 학교 등 사외 문화 다방면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한 공헌활동’을 해 오고 있다.

후노 유키타시 부사장도 이번 한국 방문 첫 번째 행보를 성남 소재의 노숙자센터인 ‘안나의 집’에서 급식활동의 참여로 삼았다.

물론 그런 모든 활동도 제품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어떤 비즈니스건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모델 네 가지를 먼저 선 보였다. 미국시장에서 패밀리 세단의 대명사로 군림하고 있는 1982년 데뷔 이래 역대 판매대수 1,200만대를 돌파한 캄리를 비롯해 컴팩트 SUV의 선구 모델로 310만대 이상이 판매된 RAV4, 그리고 21세기 토요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일등공신인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볼륨 모델은 물론 캄리이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그랜저,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등과 경쟁이 예상되는 모델이다. 많은 사람들은 토요타측의 발표와는 달리 캄리가 수입차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겠지만 현대자동차와의 경쟁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해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후노 부사장은 어느 시장이나 수입차 고객의 성향은 다르다는 말로 그런 질문을 에둘러 피해갔다. 쏘나타와 그랜저의 중간에 해당하는 3,49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대해 추궁하자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 시장에 따른 포지셔닝을 고려한 것이지 경쟁 모델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가격을 낮게 책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규모의 경제의 힘이다. 토요타자동차의 전 세계 연간 판매대수는 900만대 선에 달한다. 2009년 금윰위기로 크게 하락했지만 일시적인 것이다. 이는 판매대수가 적은 시장에서 전략적인 가격책정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토요타 캄리의 미국시장 시판 가격은 $19,145 - $29,045선. 현대자동차의 쏘나타가 $18,700 - $26,550, 그랜저는 $24,970 - $29,570이니까 비교가 될 것이다. 그중 국내에 들여 오는 XLE 그레이드는 $26,138로 단순환율 계산으로 해도 3,050만원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판매되는 캄리는 미국현지에서 생산되는 것이기 때문에 물류비를 포함하면 캄리의 한국시장 출시가격은 파격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서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치기라 타이조 사장은 당장에 판매를 크게 늘리는 것보다 고객최우선주의를 실천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크게 흔들린 원인이 자동차산업의 본질을 등한시한 때문이라는 토요타자동차 내부의 의견이 반영된 발언으로 보인다.

전임 와타나베 사장 시절에는 토요타의 오랜 역사 속에서 보이지 않았던 ‘세계 제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었다. 확장정책이 주였다는 얘기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회사로서의 꿈을 그려 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제품에 소홀하게 되고 고객만족의 정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판매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반성을 토요타는 한 것이다.

토요타의 문제라기보다는 자동차산업을 금융업으로 변질시켜 버린 미국 디트로이트 빅3등의 책임이 더 크다. 토요타는 그런 디트로이트 빅3를 반면 교사로 삼아 제조업으로서의 본질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한국의 시장이나 딜러들의 의욕과는 달리 당장에 판매대수에 연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걸음씩 전진을 하며 장기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전략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일본의 감정이 아직 여전한 상황에서 그 점이 부각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은 9년 전 렉서스 브랜드의 상륙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한국시장에는 토요타를 기다렸던 대기 고객이 적지 않고 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수익성을 올리고자 하는 딜러들의 행보에 따라 그런 그들의 의지(?)는 꺾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토요타 브랜드의 상륙과 함께 우선 떠 오르는 것은 자동차산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앞으로 토요타자동차의 글로벌시장에서의 행보와 더불어 한국시장에서의 포지셔닝 전략은 많은 것을 시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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